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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시즌 일본프로야구(NPB) 타격 부문 선두를 달리고 있는 퍼시픽리그 오기노 다카시(33·지바 롯데 마린스)와 센트럴리그 다카하시 슈헤이(25·주니치 드래건스)는 국내 팬들에게 익숙한 얼굴이 아니다.
오기노는 1군 데뷔 첫해인 2010시즌부터 지난해까지 단 한 번도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했고, 2012시즌 데뷔한 다카하시는 지난해 처음으로 규정타석(477타석)을 채웠을 정도로 타격 부문 타이틀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올 시즌(15일 기준) 포함 오기노의 통산 타율은 0.277, 다카하시는 0.254에 불과하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이들의 퍼포먼스는 현지에서도 뜨거운 이슈다. 대한민국 야구대표팀이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2019 프리미어 12와 2020도쿄올림픽에서 상대할 가능성도 충분한 이들이라 그만큼 관심이 가는 것은 당연하다.
● ‘주루 원툴’ 오기노의 반전
오기노는 데뷔 첫해부터 지바 롯데의 차세대 리드오프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숱한 부상에 시달린 탓에 100경기 이상 출장한 시즌은 2013년(102경기)과 2017년(103경기)이 전부다. 올해까지 10시즌 연속 두 자릿수 도루를 기록하는 등 주력과 주루 센스, 수비범위는 리그 정상급으로 평가받았다. 누상에서 타구판단 능력은 지금도 최고 수준이다. 수려한 외모로 여성팬을 몰고 다녔을 정도로 스타성도 뛰어났다. 그러나 부진한 타격이 늘 문제였다. 데뷔 첫해 46경기 타율 0.326, 1홈런, 17타점, 25도루를 기록하며 신인왕 후보로 떠오르던 와중에 무릎 반월판 부상으로 주저앉은 것이 커리어 내내 발목을 잡은 것이다. 지난해 7월에도 손가락 골절상을 당해 78게임 출장에 그쳤다.
올 시즌은 다르다. 74경기에서 타율 0.325(292타수95안타), 6홈런, 29타점, 18도루를 기록 중이다. 홈런과 타점은 데뷔 후 최다 기록을 벌써 뛰어넘었다. 그동안 보여주지 못했던 펀치력까지 뽐내며 공포의 리드오프로 탈바꿈했다. 극단적으로 짧게 쥐던 배트 그립을 조정한 것이 장타 증가로 이어졌다. 애초에는 지난해 85㎝였던(그립 제외) 배트 길이를 스프링캠프 당시 76㎝까지 줄이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그러나 시범경기에서 17타수1안타에 그쳤고, 개막 엔트리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러자 빠르게 실패를 인정했다. 오기노는 ‘주간 베이스볼’과 인터뷰에서 “지금은 지난해보다 배트를 조금 길게 잡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특유의 몸통 회전을 곁들이니 2루타도 증가했다. 이미 26개를 기록해 종전 최다기록(2017시즌 22개)을 넘어섰다. 올 시즌을 앞두고 설정했던 “데뷔 첫 규정타석”의 목표를 초과 달성할 준비를 마친 셈이다.
● 다카하시, 폭발하는 천재 타자의 잠재력
다카하시는 2011년 주니치의 1순위 지명을 받은 대형 타자 유망주였다. 그해 요코하마 아시아청소년선수권대회에 대한민국 대표로 나섰던 하주석(한화 이글스)과 류지혁(두산 베어스) 등도 가장 기억에 남는 일본 선수로 주저 없이 다카하시를 손꼽을 정도다. 고교 시절에만 통산 71홈런을 쳐냈을 정도로 장타력이 뛰어났고, 타구 방향도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아 프로 무대에 빠르게 정착할 것으로 기대가 컸다. 그러나 2017시즌까지는 한 시즌 최다 출장이 2016년의 75경기였고, 2014년의 타율(0.257)과 홈런(6개), 타점(29개)이 커리어 하이였을 정도로 잠재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지난해 128경기에 출장해 타율 0.254, 11홈런, 69타점을 기록하며 발톱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올 시즌에는 81경기에서 타율 0.317(303타수96안타), 6홈런, 47타점을 기록 중이다. 4월까지는 타율 0.250의 부진에 시달렸지만, 5월에는 무려 40안타를 몰아치며 0.417의 월간타율을 기록했다. 경기를 치를수록 타격 시 움직임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공을 끝까지 보고 타격하는 기술이 향상한 덕분이다. 다카하시는 “오른 발에 신경을 쓰고 타격하면서 균형과 타이밍 모두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이나바 아쓰노리 일본야구대표팀 감독도 “다카하시를 프리미어12와 도쿄올림픽 대표팀 후보로 눈여겨보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을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