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승리는 이루지 못했지만…투혼으로 감동안긴 유상철 감독과 인천

입력 2019-10-27 18: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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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19’ 수원 삼성과 인천 유나이티드의 경기에서 인천이 후반 추가시간에 터진 극적인 동점골로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경기 후 인천 유상철 감독이 팬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하고 있다. 인천|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힘을 내야지 절대 쓰러질 순 없어. 그런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는데. 꿈도 꾸었었지 뜨거웠던 가슴으로 하지만 시간이 나를 버린 걸까. 두근거리는 나의 심장은 아직도 이렇게 뛰는데….”

27일 ‘하나원큐 K리그1 2019’ 파이널B(7~12위) 인천 유나이티드와 수원 삼성의 경기가 펼쳐진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은 킥오프 직전 가수 마야의 노래 ‘나를 외치다’가 울려 퍼졌다. 이와 함께 경기장 전광판에는 인천 유상철 감독(48)의 영상이 나왔다.

마치 유 감독의 마음을 대신하는 노래와 같았다. 유 감독은 건강이 좋지 않은 가운데에서도 선수들과 함께 하기 위해 벤치에 자리했다.

최근 건강이 악화된 유 감독은 19일 성남FC와의 원정경기에서 1-0으로 승리를 거둔 직후 병원에 입원해 회복에 온힘을 기울였다. 다행히 상태가 호전된 그는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수원전에 앞서 유 감독은 “검사를 받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다행히 수치가 내려가서 지금은 상태가 좋아졌다. 구단에서는 회복이 우선이라고 했지만, 팀이 중요한 시기인 만큼 내가 끝까지 하고 싶다고 우겼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어 “성남전을 앞두고 라커룸에서 선수들에게 ‘빨리 회복해서 같이 있겠다. 나에게는 너희와 함께 축구하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어제(26일) 팀 훈련을 앞두고 ‘약속을 지켰다. 잘해보자’고 했다. 팬들에게는 죄송하게도 부임이후 홈에서 한번도 이기질 못했다. 꼭 이기고 싶다”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애써 미소를 짓던 유 감독과 달리 수원의 이임생 감독(48)은 눈물을 흘렸다. 둘은 1998 프랑스월드컵에서 나란히 활약하는 등 오랫동안 국가대표팀 동료로 함께 해왔다. 이 감독은 “경기 전 라커룸에서 유 감독과 잠시 만났다. 눈물이 흐르더라. 유 감독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얘기를 진작 들었었다. 안아주는 것 밖에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인천 선수들은 다시 한 번 유 감독을 위해 온 힘을 짜냈다. 전반 22분 수원의 타가트에게 선제골을 내준 인천은 후반 추가시간 명준재가 동점골을 터뜨리면서 극적으로 1-1 무승부를 이뤄냈다. 팬들에게 홈 승리를 안기고 싶었던 유 감독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인천은 귀한 승점 1을 획득, 승점 30(6승12무17패)이 되면서 10위 자리를 지키고 생존을 위해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선수들과 함께하기 위해 그라운드에 다시 선 유 감독의 모습에 1만1132명 팬들의 마음에는 마야의 노래 가사가 잔잔하게 남은 경기였다.

“절대로 약해지면 안 된다는 말 대신, 뒤쳐지면 안 된다는 말 대신. 지금 이 순간 끝이 아니라. 나의 길을 가고 있다고 외치면 돼.”

인천|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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