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블랙머니’ 스틸. 사진제공|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영화 속 진실 추적…대리만족 쾌감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다.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당장 국민 혈세 5조4300억 원이 증발할 위기다. 영화 ‘블랙머니’가 그린 사건이자 현실이다.
14일 개봉하는 ‘블랙머니’(제작 질라라비)는 IMF 외환위기 이후인 2003년 미국 사모펀드가 외환은행을 헐값에 인수해 2011년 4조6000억 원의 차익을 남기고 매각한 ‘론스타 사건’이 모티프다. “처음엔 은행 인수합병쯤으로 인식했다”는 주연배우 이하늬의 말은 영화가 말하는 현실이 그만큼 뼈아프다는 것을 지적한다.
론스타는 2012년 우리 정부를 상대로 외환은행 매각 지연에 따른 책임을 물어 46억7950만 달러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 현재 투자자와 국가 간 국제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만일 정부가 패소할 경우 배상 금액은 5조4300억 원, 근로자 평균 임금으로 환산하면 140만 명이 받을 월급이자 대학생 20만 명의 4년 치 등록금에 해당한다.
영화가 고발한 ‘모피아’ 즉 금융권과 결탁한 경제관료의 부정행위 역시 현재 진행형이다.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한국의 국책은행과 공공기관 고위 임원들이 거래처인 외국 투자은행과 외화채권 발행 계약을 맺으면서 자녀의 채용을 청탁한 혐의를 밝혀냈다. 한 푼의 달러에도 국가경제가 위태로웠던 때 일부가 이를 이용해 사익을 취했음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영화 ‘블랙머니’ 스틸. 사진제공|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블랙머니’에는 이 같은 ‘모피아’의 민낯이 극적으로 담겨 더욱 공분을 자아낸다. 영화는 전직 국무총리, 금융감독원장 등 인사들이 은행 매각을 주도한 해외 사모펀드에 불법으로 자본을 투자했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국가 경쟁력을 책임진다는 미명 아래 검은 속내를 감춘 이들을 “마피아와 다를 바 없는 모피아”라고 영화는 말한다.
이처럼 실제 사건을 주시한 ‘블랙머니’는 영화만의 카타르시스도 놓치지 않았다. 진실을 추적하는 열혈검사 역 조진웅이 그 몫을 맡는다. “검사에게 내 편, 네 편은 없다”는 그는 “죄가 있으면 누구라도 잡아야 한다”고 외치며 정의를 향해 돌진하는 모습으로 대리만족을 안긴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