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20주년을 맞은 개그맨 김영철은 라디오 DJ, ‘개가수(개그맨+가수)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는 “요즘에서야 제 길을 가고 있는 것 같다”며 “앞으로도 주눅 들지 말고 묵묵히 나만의 길을 가겠다”고 말했다.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데뷔 20년 맞은 ‘개가수’ 김영철의 초심
연예계 20년은 성실함의 증거들
20년간 지치지않는 건 가족력이죠
내 남은 꿈은 인터내셔널 코미디언
20년간 지치지않는 건 가족력이죠
내 남은 꿈은 인터내셔널 코미디언
“김영철이 ‘뻔하다’고요? 반전 없는 게 제 매력인 걸요.”
개그맨 김영철(45)에게 2019년은 특별한 해다. 데뷔 20주년이면서 SBS ‘김영철의 파워FM’의 DJ 자리를 지킨 지 3년이 됐다. ‘개가수(개그맨+가수)’로서도 성과를 냈다. 21일 공개한 세 번째 싱글 ‘신호등’이 각종 음원사이트 트로트 차트 상위권에 올랐다. 이 모든 게 “지치지 않고 달려온 20년” 덕분이라는 김영철을 20일 오후 서울 한남동 미스틱스토리 사옥에서 만났다.
● “이제는 내 창법도 생긴 ‘개가수’”
그가 새롭게 내놓은 ‘신호등’은 첫 노래 ‘따르릉’처럼 트로트와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EDM)을 섞은 이른바 ‘뽕디엠’ 장르다. 가수 바다가 작사와 작곡에 참여했다. 여름에 데모테이프를 듣자마자 “느낌이 딱 와서” 곧바로 준비를 시작했다. “웃기고 싶어서” 노래를 시작했지만 이제는 ‘F’발음을 가미한 자신만의 창법이 생길 정도로 진지해졌다.
‘뻔할 것 같다’는 반응도 김영철에겐 “노 프로블럼(NO Problem, 문제없다)”이다. “누군가가 나를 그렇게 예상해준다는 게 오히려 반가운 일 아니냐”며 긍정의 힘을 발산한다.
개그맨 김영철.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데뷔 이후 지금까지 ‘투 머치(Too Much)’하게, 과하게 웃기는 캐릭터였다. 20년 동안 성실하게 해왔더니 이제는 그 ‘과함’을 사람들이 이해해주고 있다. 어떻게 보면 요즘에서야 나의 길을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누구의 말도 무섭지 않다.”
김영철은 카메라 앞에서나 사석에서나 한결같이 에너지가 넘친다. 어떻게 이렇게 지치지 않을 수 있을까 신기할 정도다. “늘 유쾌한 엄마로부터 내려온 가족력” 덕분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역시 “지친 적”이 있었다.
“2008∼2009년 지독한 슬럼프가 왔다. 지상파 방송 3사 ‘연예대상’을 집에서 봤다. 일이 없어 힘들었다. 다시는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마음에 더 밝아지려 하는 것도 같다. 지금까지 일어나기 힘든 적은 있었어도 나오기 싫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절박했을 때를 떠올리면 저절로 눈을 뜨게 된다. 그런 절실함을 안고 하루를 열심히 살았더니 지금까지 오게 됐다.”
그는 최근 KBS 2TV ‘개그콘서트’ 연습실이 있는 KBS 별관을 찾아가 데뷔 초기였던 1999년의 상황을 떠올렸다. 스스로는 “별반 달라진 게 없다”고 여긴다. 신인 때처럼 “여전히 뛰어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나도 ‘타고났다’는 말을 왜 안 듣고 싶었겠나. 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그저 성실하게 해왔다. 어느 순간 내가 타고난 건 성실함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열심히 살았다는 점에서는 그 누구보다 당당할 수 있다. 덕분에 큰 사건사고 없이, ‘싫어하는 사람’은 있어도 ‘모르는 사람’은 없는 개그맨이 된 것에 만족한다.”
개그맨 김영철.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남은 꿈은 ‘인터내셔널 코미디언’”
김영철은 오랫동안 해외무대에서도 통하는 코미디언이 되는 꿈을 간직해왔다. 이를 위해 여전히 영어와 일본어 등 외국어 공부에 한창이다. 최근에는 “라디오 전체 청취율 1위”를 달성하는 새로운 꿈도 꾸고 있다.
“미국 진출 못 해도, 청취율 1위 못 해도 괜찮다. 그 과정에서 ‘영어 잘하는 개그맨’ ‘DJ 잘하는 개그맨’이란 결과가 남지 않았나. 성과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 ‘파워FM’이 올해 4분기 청취율 조사 결과에서 2년 연속 아침프로그램 1위를 유지했다. 전체 청취율 1위를 한다면 기쁨의 눈물을 흘리지 않을까, 하하하!”
김영철은 “20년차이지만 완벽하지 않은 게 사랑스럽지 않냐”며 웃음 짓는다.
그런 김영철이 매일 되새기는 말이 있다.
“주눅 들지 말 것, 묵묵히 나의 길을 걸을 것!”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