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익래의 애리조나 스토리] ‘10승’ 배제성의 반문, “작년 성적으로 2년차 징크스라뇨?”

입력 2020-02-05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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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배제성이 4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 투손 키노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토종 에이스 자원으로 손꼽히는 그는 ‘2년차 징크스’를 넘어 또 한번의 성장을 준비 중이다. 사진제공|KT 위즈

“풀타임 2년차 징크스를 운운할 성적인가요?”

2015년 1군에 진입한 KT 위즈는 좀처럼 ‘토종 에이스’ 발굴에 실패했다. 건실한 선발투수의 기준인 10승 토종 투수는 요원한 과제처럼 보였다. 2017년 고영표(25경기 8승12패)가 근접했지만 고비를 넘지 못했다.

갈증은 의외의 인물이 해소했다. ‘신데렐라’는 배제성(24)이었다. 2017년 롯데 자이언츠와 2대2 트레이드로 KT 유니폼을 입었지만 당시만 해도 1군 기록이 전무했다. KT 유니폼을 입고도 2018년까지 2년 동안 24경기에서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ERA) 7.75를 기록한 게 전부였다. 하지만 이강철 감독은 취임 직후 떠난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캠프에서 “승부구가 확실하다”며 중용 의지를 내비쳤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배제성은 지난해 28경기에서 10승10패, ERA 3.76을 기록하며 KT 창단 첫 토종 10승 투수의 역사를 썼다. 아울러 8월 14일 수원 롯데전부터 내리 5연승으로 이 부문 구단 신기록도 세웠다. 시즌 후 연봉 협상에서는 255%의 인상률(3100만 원→1억1000만 원)로 억대 연봉자 반열에 올랐다.

1군에서 보여준 게 전혀 없던 투수의 극적인 반전. 자연히 ‘풀타임 2년차 징크스’에 대한 우려가 나올 법한 상황이다. 그러나 4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에서 한창인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배제성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많은 칭찬을 들었지만 10승10패 투수일 뿐이다. 아무리 후하게 쳐줘도 50점 이상을 주기 힘든 성적이다. 2년차 징크스를 논할 성적 자체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의식도 안 한다. 마음가짐은 지난해 이맘때, 아무 것도 정해진 게 없던 배제성과 똑같다.”

이 감독의 바람과도 정확히 맞닿아있다. 이 감독은 “2019년 좋은 성적을 기록한 이들이 많은데, 그들의 커리어하이가 2019년이어서는 안 된다. 보여줄 게 더 많은 선수들이기에 만족하지 않고 더 높은 곳을 봤으면 좋겠다”고 주문한 바 있다.

스스로 꼽은 성장 포인트는 ‘멘탈’이다. 배제성은 “지난해 마운드에서 흥분했을 때 백이면 백 다 무너졌다. 일부러 욕심을 버리는 습관을 들이고 있다”며 “흔히 인생을 ‘위기의 연속’이라고 하지 않나. 야구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멘탈을 키워야겠다’는 다짐이 아니라, 위기와 익숙해지는 이미지 트레이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단 첫 10승 투수, 토종 에이스, 억대 연봉. 배제성에게는 이런 타이틀보다 가족의 행복함이 더 값진 훈장이다. 배제성의 부모님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주위에 “우리 아들도 야구선수다”라고만 소개했다. 배제성의 이름을 아는 이가 적었기 때문에 이런저런 부연설명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제는 주위에서 먼저 “아들이 배제성이라며?”라고 물어온다. 자신을 통해 부모님의 어깨가 펴진 것을 보며 느낀 행복은 2019년 최고의 짜릿함이었다. 배제성은 2020년, 그리고 그 이후에도 이런 짜릿함을 가족에게 선사하기 위해 스파이크 끈을 동여맸다.

투손(미 애리조나주)|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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