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무비] “봉준호 감독 생가 보존이요?”…‘기생충’ 기자회견 말.말.말.

입력 2020-02-19 14:23: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500명의 기자들, 1시간의 기자회견. 한국영화사에 길이 남을 영화 ‘기생충’의 기자회견은 뜨거움 그 자체였다. 기자회견 내내 주로 영화에 관한 이야기가 오갔지만 중간 중간 웃음이 나오는 이야기들도 있었다.

19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제작 바른손이엔에이) 기자회견에는 봉준호 감독, 배우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박소담, 이정은, 장혜진, 박명훈, 곽신애 바른손이엔에이 대표, 한진원 작가, 이하준 미술감독, 양진모 편집감독이 참석했다.

이날 미국 CNN, 뉴욕타임스, 영국 BBC, 가디언즈, 로이터 동신 주요매체를 포함해 일본, 미국, 홍콩, 중국, 싱가포르, 그리고 유럽 매체 등 외신매체 38개를 포함, 총 500여명의 취재진이 모인 기자회견에서는 아카데미 수상 이후 처음으로 ‘기생충’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자리가 됐다. 기자회견에서 나왔던 이야기 중 인상적인 말들을 모았다.



● 봉준호 감독 “생가 보존이요? 제가 죽은 후에 말이 나왔으면”

- ‘기생충’ 아카데미 수상 이후 정치권에서 ‘봉준호 생가 보존’을 하자는 이야기가 나오자

“(생가 보존)그런 이야기는 내가 죽은 후에 해주셨으면 좋겠다. 나도 기사를 봤는데 이 모든 것이 다 지나가리라 하는 마음으로 그런 기사들을 넘겼다. 제가 딱히 할 말은 없다.”

- 배우 이정은과 조여정에 대해 미국 영화인들의 반응 질문에

“톰 행크스 부부를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만났는데 이정은의 연기를 무척 잘 봤다고 하더라. 문광(이정은 분)이 밤 늦게 박사장 집에 다시 찾아오며 펼쳐지는 이야기가 매우 흥미로웠던 것 같다. 그리고 우연히 길에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님을 만났는데 조여정의 이야기를 한참 꺼내더라. 캐릭터가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 아카데미 시상식 전 “아카데미 시상식은 로컬 시상식 멘트 조차 계획이 있었나?”란 농담섞인 질문에

“아니다. (웃음) 그냥 영화제 성격에 관한 질문에 답을 한 것인데 미국 젊은이들이 트위터로 이 말을 많이 올렸나 보더라.”


● 송강호 “할리우드 진출이요? 국내서도 작품이 안 들어와요”

- 아카데미 시상식 이후 배우들에게도 해외 진출 제안이 들어올 것 같다는 질문에

“국내에서도 작품이 안 들어온다. (웃음)지금 작품을 안 찍은지 13개월이 다 되고 있다. 일이 들어왔으면 좋겠다.”

-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 받을 때 느낌을 묻자

“기쁨을 굉장히 자제하려고 애썼다. 제가 칸 영화제 때 기쁨을 크게 표출하는 바람에 봉준호 감독의 갈비뼈에 실금이 갔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래서 아카데미에서는 봉준호 감독 얼굴 위주에 표현을 많이 했다. 아카데미 시상식을 다시 보시면 제가 얼마나 자제하려고 했는지 보일 것이다.”



● 이정은 “좋은 작품 찍으니 할리우드가 부르네요”

- 아카데미 시상식 이후 배우들에게도 해외 진출 제안이 들어올 것 같다는 질문에

“예전에는 배우라면 할리우드 한 번은 가야하지 않았나 싶었는데 국내에서도 좋은 작품을 찍으니 할리우드가 부르더라. 이젠 굳이 해외 진출을 해야 하나 싶기도 하지만 그럴 기회가 온다면 생각해보겠다.”

- 미국서 감독 조합상 시상식 때 봉준호 감독을 소개하며

“우리나라 ‘디렉터스 컷’ 시상식처럼 감독님 소개를 해드려야 한다. 일정상 나만 봉준호 감독과 함께 있었다. 영어를 잘 못했지만 대사 외우듯이 하니 괜찮더라. 감독님 괜찮았죠?”



● 장혜진 “이런 선물 한 번이면 만족할 것 같다”

- 마지막 인사를 전하며

“가늘고 길게 가는 것이 나의 꿈이었는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다시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 아줌마로 돌아가거나 연기를 더 할 수도 있다. 여러분이 바라신다면 끝까지 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내게 일어난 일들은 선물 같다. 이런 선물이면 한 번으로도 족한 것 같다. 앞으로 내 일을 하며 살겠다.”



● 박명훈 “아카데미 시상식서 나 못 알아봐” 너스레

- ‘기생충’의 히든카드였던 터라 칸 영화제나 국내 개봉 당시 홍보를 할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아카데미에서의 반응이 궁금하다.

“아카데미에서도 못 알아봤다. 영화 속과 현재 내 모습이 너무 달라졌기 때문이다. 다른 분들도 모두 스태프인줄 알았을 것 같다. 그럼에도 행복한 나날들이었다.”

● 곽신애 대표 “트로피 누가 갖고 있냐고요?”

- 현재 오스카 트로피는 누가 갖고 있냐는 질문에

“4개 부문에서 받았지만 여러 후보가 있는 부문이 있어서 트로피를 6개를 받았다. 트로피마다 수상자가 있고 이름이 쓰여 있어서 해당하시는 분들이 갖고 있는 게 합당하다고 생각했다. 봉준호 감독님이 4개를 받으셨으면 트로피가 굉장히 무겁다. 그래서 국제장편영화상 트로피 하나를 주시면서 사무실에 보관해달라고 하셨다. 그래서 우리 사무실에는 작품상과 국제장편영화상 트로피가 있다.”



● 양진모 편집 감독 “여기서 박경림을 볼 줄이야”

- 기자회견 시작 전 인사를 전하며

“너무 신기하다. 지금 진행자로 계신 박경림 씨와 같이 영화 작업을 했었다. 10년이 지나고 다시 만나서 비현실적이다.” (박경림 역시 “제 학교 숙제 편집을 많이 해주셨다. 지금 생각하니 제 작업을 편집시킬 만한 분이 아니셨다”라고 농담을 전했다.)

영화 ‘기생충’은 전원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이선균)네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지는 이야기.

‘기생충’은 한국영화 최초로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제77회 글로브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제73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후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 장편상을 수상해 대한민국은 물론, 세계 영화사에 길이 남을 기념비적인 역사를 썼다.

약 10개월간 ‘기생충’이 쓴 기록은 한국영화의 위상을 전 세계에 높이는 일이다. 올해 아카데미에서 최다 수상을 기록했을 뿐 아니라 작품상 수상은 비(非)영어 영화로는 아카데미 역사상 최초다. 또한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가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까지 석권한 것은 ‘잃어버린 주말’(감독 빌리 와이더·1946), ‘마티’(감독 델버트 맨·1955) 이후 ‘기생충’이 세 번째다.


또 봉준호 감독은 아시아 감독으로는 ‘브로큰백 마운틴’(2006) 이안 감독 이후 처음으로 역대 두 번째 수상자가 됐다. 또한 ‘기생충’은 아시아 영화로는 아카데미 최초로 ‘각본상’을 수상했다. 더불어 비(非)영어 영화로는 아카데미 역사상 6번째 각본상을 수상하게 됐다. 지금까지 각본상을 받은 비영어영화는 ‘그녀에게’(2002) 이후 18년 만이다. 국제영화상 역시 아시아 영화로는 ‘와호장룡’(2001)이후 19년 만에 수상을 하게 됐다.

아카데미 수상 후 ‘기생충’은 박스오피스 수입이 크게 증가하는 ‘오스카 효과 ’를 누리고 있기도 하다. 지난 주말 ‘기생충’은 북미 극장가에서 550만 달러(한화 65억원) 입장권 판매 수익을 거뒀다. 전 주말과 비교해 234% 증가했다. ‘기생충’은 아카데미 수상 이후 7일간 북미에서만 104억원을 벌어들였고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 판매 수익도 늘어 1905억을 기록했다.

국내 역시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 이후 극장에서는 이를 기념해 재개봉하고 있으며 누적관객수 1025만 1245명을 동원했다. 봉준호 감독이 선보였던 웃음과 긴장감, 그리고 슬픔까지 담아낸 가족희비극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색다르게 즐기게 할 ‘기생충 : 흑백판’역시 26일 개봉해 국내 팬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