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 리포트] 치열한 두산 안방 생존경쟁, 정상호 합류가 가져온 효과

입력 2020-03-02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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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정상호. 사진제공 | 두산 베어스

2019시즌을 앞두고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은 양의지(NC 다이노스)가 이탈했을 때만 해도 두산 베어스의 안방은 기대보다 우려가 더 큰 포지션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포수왕국의 명성은 그대로다. 오히려 지난해보다 더 강해졌다.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2019 프리미어12 대표팀에 선발되며 기량을 인정받은 박세혁(30)이 확실한 주전포수로 자리 잡았다. 이적생 정상호(38)를 비롯해 이흥련(31)과 장승현(26)까지 4명이 남은 포수 엔트리 한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형국이다. 백업포수로 낙점된다는 것은 즉 1군에서 살아남는 것을 의미한다. 두산 김태형 감독도 “일단 (1군) 엔트리에 들어야 하니까”라고 했다.

지난해에도 이흥련과 장승현이 백업 한자리를 두고 경쟁을 벌였다. 올해는 정상호가 합류하면서 그 경쟁이 더욱 심화했다. 김 감독은 애초 정상호의 활용 방안에 대해 “기존 선수들이 부상했을 때 경험을 앞세워 빈자리를 메울 것”이라고 했지만, 젊은 투수들의 리드는 물론 타격에서도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이자 고민이 깊어진 것이다.

“(정상호가) 수비 하라고 데리고 왔는데, 공격을 하네”라고 껄껄 웃은 김 감독은 “고참으로서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 텐데 본인이 해야 할 일을 잘 알고 있다. 젊은 선수들의 공을 체크하는 것도 잘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흥련과 장승현도 모든 훈련에 진지하게 임하며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 마음가짐도 남다르다. 이흥련은 젊은 투수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훈련이든 연습경기든 하루하루 전력으로 준비한다”고 했다. 체중 7㎏을 감량한 장승현은 한층 날렵해진 움직임을 뽐내고 있다. 휴식시간에도 주차장에서 스윙 연습을 하는 등 100%의 힘을 쏟고 있다.

이 같은 경쟁구도는 주전 포수로 일찌감치 낙점된 박세혁에게도 나쁠 게 없다. 박세혁은 지난해 KBO리그 포수 가운데 가장 많은 1071.2이닝을 소화했는데, 올해는 백업 자원이 풍족해진 덕분에 체력 부담을 한층 덜 수 있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세혁은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이제는 포수진을 끌고 가야 한다는 책임감이 더 커졌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조금의 방심도 용납되지 않는다는 뜻으로 읽혔다. 두산이 ‘포수 왕국’의 면모를 유지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미야자키(일본)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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