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드오프 김상수’가 만든 삼성의 작지만 큰 변화

입력 2020-05-26 14: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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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올 시즌 KBO리그 최고의 1번타자. 기록만 살펴보면 단연 삼성 라이온즈 김상수(29)다. 리드오프로 자리를 옮긴 뒤부터 개인 성적이 몰라보게 향상했고, 더불어 팀 타선에도 큰 변화를 불러왔다.

김상수는 25일까지 10개 구단 1번타자들 중 가장 높은 타율(0.533·30타수 16안타)을 자랑한다. 장타율(0.700)과 출루율(0.632)을 더한 OPS(1.332)도 단연 1위다. 그만큼 타석에서 생산성이 높다는 의미다. 삼진(4개)보다 많은 6개의 볼넷을 얻어낸 선구안도 주목할 만하다. 어떻게든 출루해서 득점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고스란히 성적으로 연결된 것이다. 3번(11타수 3안타)과 5번(13타수 2안타) 타순을 오가며 타율 0.208로 눈에 띄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과 대조된다.

김상수가 올 시즌 처음 리드오프로 나선 경기는 14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이다. 이 때부터 삼성 타선도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13일까지 4.25점(8경기 34득점)이었던 경기당 득점이 14일 이후 5.5점(10경기 55득점)으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팀 타율도 0.192에서 0.287로 1할 가까이 올랐다. 13일까지 1점에 불과했던 김상수의 득점도 14일 이후로는 8점이다. 타순 변화가 엄청난 효과를 낳은 케이스다.

타선이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에 시달린 것도 1번 타순에서 생산성을 보여주지 못한 탓이 컸다. 박해민(19타수 3안타·0.158)과 김헌곤(12타수 무안타)이 리드오프 자리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공격의 활로를 뚫기 어려웠다. 타순 변화 이후 공격지표가 전반적으로 상승한 것은 허삼영 삼성 감독의 선택이 적중했다는 증거다. 허 감독은 타순에 변화를 준 직후 “타선의 연결성이 좋아졌다”고 긍정적 평가를 했다.

김상수의 가치를 보여주는 지표는 또 있다. RC/27이다. 출루율과 총 루타수를 바탕으로 매긴 값인 RC(Runs Created·득점생산력)를 한 경기(9이닝 기준)에서 나오는 총 아웃카운트인 27로 나눈 수치다. 한 타자에게 아웃카운트 27개가 주어질 경우 해당 팀이 한 경기에서 얼마나 많은 득점을 생산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KBO리그 공식기록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올 시즌 김상수의 RC/27은 11.45로 전체 7위다. 1번 타순에서 맹타를 휘두른 덕에 지표가 몰라보게 상승했다.

김상수보다 높은 RC/27을 기록 중인 타자는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두산 베어스·19.77), 로베르토 라모스(LG 트윈스·14.82), 멜 로하스 주니어(KT 위즈·14.32), 오재일(두산·13.25), 이정후(키움 히어로즈·12.80), 강백호(KT·12.28)의 6명뿐이다. 모두 리그 최정상급 타자로 군림하고 있는 이들이다.

타순 하나만 바꿨을 뿐인데, 효과는 그야말로 엄청나다. 김상수와 삼성의 향후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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