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입자’가 묻는다…가족이란 어떤 존재인가

입력 2020-05-27 18:0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배우 김무열, 손원평 감독, 송지효가 27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점에서 열린 영화 ‘침입자’ 언론시사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배우 김무열, 손원평 감독, 송지효가 27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점에서 열린 영화 ‘침입자’ 언론시사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3개월 만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 여파로 3월 초 계획했던 개봉 일을 두 차례나 연기했던 영화 ‘침입자’가 기다림 끝에 베일을 벗었다. 6월4일 개봉을 앞둔 영화는 27일 오후 2시 서울 용산CGV에서 언론·배급시사회를 열고 작품을 공개했다. 간간이 한국영화들이 공개돼 왔지만 코로나19의 직격탄으로 개봉 시기를 미뤘던 상업영화가 재개하기는 3개월여 만이다.

좌석 띄어 앉기와 열 체크, 마스크 착용 등 까다로운 조건 아래 이뤄진 이날 시사회는 오랜만의 상업영화 공개인만큼 기대 섞인 관심이 집중됐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주연배우 김무열은 시사회 직후 간담회에서 “극장에 관객이 한 명이라도 온다면 최선의 노력으로, 최선의 작품을 보이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코로나19를 딛고 극장가 정상화를 위한 첫 걸음을 내딛는 배우로서의 각오와 책임을 밝히면서다.

이어 그는 “사회적인 거리두기로 인해 물리적인 거리까지 벌어졌지만 우리가 만드는 이야기가 사람들 사이에 공감대를 형성하길 바란다”며 “방역의 최전선에서 많은 분이 싸우고 있듯, 우리도(영화인) 일터를 지키기 위해 우리의 일터에서 싸워나가겠다”고 했다.

김무열만의 마음이 아니다. ‘침입자’를 통해 연출가로 데뷔한 신인 손원평 감독과 또 다른 주연배우인 송지효의 각오도 다르지 않다.

손원평 감독은 “조마조마한 마음”이라면서도 “극장이라는 환상의 공간을 다시 찾아 영화라는 장르가 얼마나 재미있는지 다시 느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영화 ‘침입자’의 한 장면. 사진제공|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영화 ‘침입자’의 한 장면. 사진제공|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 ‘가족이란 과연 어떤 존재인가’ 질문에서 출발

‘침입자’(제작 비에이엔터테인먼트)는 감독의 개인적인 경험이 촉발한 질문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8년 전 아이를 낳은 감독은 ‘나의 기대와 다른 아이로 성장한다면?’ ‘과연 가족이란 이름으로 받아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품었다고 했다.

알려졌다시피 손원평 감독은 베스트셀러 소설 ‘아몬드’의 작가이기도 하다. 감독이 가진 이런 질문은 ‘침입자’의 시작인 동시에 ‘아몬드’의 출발이기도 하다.

손원평 감독은 “영화를 처음 기획한건 8년 전으로 그동안 이야기가 많이 변주했다”며 “소설 ‘아몬드’와 주제는 같지만 다른 이야기를, 다른 장르로 풀어내려 했다”고 밝혔다.

‘침입자’는 25년 전 실종된 동생을 찾았다는 연락을 받는 건축가 서진(김무열)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6개월 전 뺑소니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고 홀로 어린 딸을 키우는 그는 갑자기 나타나 가족에 헌신하는 동생 유진(송지효)이 낯설지만 딱히 문제를 찾아내지도 못한다. 부모는 물론 딸까지 유진에게 빠져들면서 서진의 의문은 커지고, 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아온 그의 강박과 의심 또한 커진다.

영화는 한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전개로 미스터리 스릴러의 강점을 발휘한다. 실종된 동생, 죽은 아내, 점점 이상해지는 부모와 딸의 배후에 특정 종교가 있다는 내용도 섬뜩하게 다가온다. 이런 전개는 어쩔 수 없이 코로나19 시국에 혼란을 야기한 신천지를 떠올리게도 한다.

이 같은 해석에 감독은 “요즘 벌어지는 (영화와 비슷한)일들을 보고 놀랐지만 이 작품을 기획하고 이야기를 짤 때만해도 종교로 인한 일은 어디서든 일어난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종교의 설정을 작품에 넣은 이유를 ‘가족’에서 찾았다. “누구에게나 가장 친밀한 존재가 가족이지만 한편으론 비밀이나 어둠을 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며 “가족이란 믿음도 허상이지 않을까하는 의문의 표현이었다”고 설명했다.

현실을 환기하게 만드는 기시감은 ‘침입자’의 무기이지만, 장르물을 힘 있게 끌어가지 못하는 신인감독의 연출력은 작품의 한계로 남는다.

배우 송지효가 27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점에서 열린 영화 ‘침입자’ 언론시사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배우 송지효가 27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점에서 열린 영화 ‘침입자’ 언론시사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대신 힘을 불어넣는 몫은 배우들이 맡았다.

특히 송지효는 그동안 코미디나 로맨틱코미디 등 장르에 집중하느라 보이지 않았던 장기를 이번 영화에서 아낌없이 드러낸다. 2003년 공포영화 ‘여고괴담3:여우괴담’으로 연기를 시작했다는 사실까지 새삼 확인시킨다. 연기자로 활동한지 17년이 됐지만 여전히 보이지 않은 얼굴이 있다는 사실이 반가울 정도다. ‘침입자’를 봐야하는 단 하나의 이유를 꼽는다면, 바로 송지효이다.

그런데도 송지효는 이날 시사회로 확인한 자신의 연기에 대해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욕심났던 시나리오이자 캐릭터였지만 영화를 보고나니 더 잘할 걸…, 많은 아쉬움과 후회가 남는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어 그는 “오랜만에 도전하는 스릴러 영화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싶었고, 잘하고 싶다는 마음뿐이었다”고 말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