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유아인 “고정관념 깨부쉈다…이제 자유롭게 산다”

입력 2020-06-22 06:57: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유아인이 달라졌다. ‘과거 유아인’이라면 자신이 세운 기준과 철칙 안에서 타협하지 않았을 텐데, 이제는 자유롭게 자신을 풀어놓을 줄 안다. 사진제공|UAA

유아인이 달라졌다. ‘과거 유아인’이라면 자신이 세운 기준과 철칙 안에서 타협하지 않았을 텐데, 이제는 자유롭게 자신을 풀어놓을 줄 안다. 사진제공|UAA

■ 영화 ‘#살아있다’로 2년 만에 스크린 컴백한 유아인

‘사도’ 등 그동안 작품은 의미 집착
내가 세운 원칙 기준 지킬 안간힘
지금은 의미보다 자유로운 삶에 방점
많은 사람에게 웃음주는 에능인 존경

절정의 인기를 누리는 34세 배우 유아인의 양쪽 이마 옆 머리카락은 희끗희끗한 새치로 변하기 시작했다. 눈에 확연히 띌 정도라 스타일 연출을 위해 일부러 염색한 것 아니냐는 궁금증도 생긴다. SNS에 글 한 줄만 써도 온갖 해석과 관심을 일으키는 스타가 아닌가. 새치마저도 ‘의도’가 있을 거라는 추측은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유아인은 “나름의 퍼포먼스”라고 답했다. “(대중과)같이 나이 들어가는, 건너편 친구 같은 느낌으로 살아가고 싶다”며 새치를 내버려 두고 있다.

유아인이 ‘조금’ 달라졌다. 주말 내내 화제를 모은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 출연만 해도 그렇다. 데뷔하고 처음 집안 곳곳을 공개했고, 덜렁대는 일상의 모습까지 보였다. 물론 혹자는 예능 출연이 대수냐고 물을 수 있다. 24일 개봉하는 영화 ‘#살아있다’(감독 조일형·제작 영화사집)를 ‘홍보하기 위한 것 아니냐’고도 묻는다. 하지만 그동안 숱한 주연 영화를 내놓으면서도 유아인은 예능과 선을 분명히 그어왔다.

개봉을 앞두고 18일 오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마주 앉은 유아인은 실제로 어느 때보다 편안한 웃음을 자주 터트렸다. “배우라면 어떻게 행동해야 한다는 나만의 기준, 고정관념을 많이 깨부쉈다”고 했다. 단단히 붙잡고 있던 기준을 “내려놔도 상관없다”는 여유 덕분인지 표정도 한결 밝았다.


● “내가 가진 것보다 사람들이 더 크게 봐”

‘버닝’과 ‘국가부도의 날’ 이후 2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유아인은 그동안 의미를 가진 작품들에 “집착했다”고 털어놨다. ‘베테랑’, ‘사도’까지 더하면 그가 주연한 영화들은 의미를 넘어 ‘흥행’까지 거둔 작품들이다.

“제가 하는 일이 메시지를 던지고 관객과 호흡하는 현상까지 일어나야 재미를 느꼈어요. 게다가 연예인으로 인기를 좇는 것도 당연하게 여겼고요. 그런 게 나만의 전략이고, 배우로 살아가는 방식이었어요.”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의미를 찾기보다 자유롭게 즐기고 싶다고 했다.

“어린 나이에 이 일을 시작했지만 지금에 와서 뭐가 진정한 의미인지 모르겠고 어떤 메시지가 좋은 건지도 모르겠어요. 하하! 준우(‘#살아있다’의 캐릭터)를 표현하면서 이제는 편하고 자유롭게 나만의 그림을 이어가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영화 ‘#살아있다’의 한 장면.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살아있다’의 한 장면.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살아있다’는 유아인을 중심으로 완성된 작품이다. 원인불명의 증상으로 좀비로 변한 사람들로 인해 통제 불능에 빠진 도시 아파트에 고립된 청년 준우가 주인공이다. 데이터, 와이파이가 끊기고 물과 식량까지 바닥난 상태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벌이는 사투를 그린다. 그동안 김윤석, 황정민, 송강호 등 쟁쟁한 배우들과 호흡한 유아인은 이번엔 ‘원맨쇼’처럼 극을 혼자 이끈다. 영화가 시작하고 한 시간이 지나서야 또 다른 생존자 박신혜가 등장하지만 어디까지나 중심은 유아인이다.

가까운 친구들은 ‘#살아있다’를 보고 ‘가장 유아인답다’는 평을 내놨다.

“너무 진지하거나 무겁지 않게, 순간순간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막 시도하는 촬영 현장이었어요. 학교 교실에 한 명쯤 있을 법한, 나사 풀린 듯한 청년이에요. 가공 없이 일상의 나를 그대로 옮겨갔어요. 단! 저보다 조금 어린 나이로 설정했고요.”

외모 영향도 있지만 그동안 출연한 영화들로 쌓은 이미지로 인해 유아인은 ‘청년’이나 때로는 ‘소년’의 매력을 풍긴다. 유아인도 이에 수긍하면서도 “이제 눈가 주름이 잡히고 나이도 들었다”며 웃음을 터트렸다.

“순수성을 잃지 않고 계속 자각하는 건 큰 힘이 돼요. 나이가 어려서 소년 같은 이미지를 얻는 것과 30대 중반인 지금 소년의 이미지를 갖는 건 다르니까요. 그런 차이가 나이 들어가면서 느끼는 재미인 것 같아요. 물론 저도 사람인지라 어떤 때는 흐르는 시간을 부여잡고 싶습니다. 하하!”

배우 유아인. 사진제공|UAA

배우 유아인. 사진제공|UAA


● “온라인 시대 퍼포머로 살면서…”

유아인은 ‘#살아있다’는 물론 먼저 촬영을 마친 영화 ‘소리도 없이’까지 두 편 연속 신인감독과 작업했다. 연기에 임하는 자세를 능동적으로 바꾼 계기가 됐다고 했다.

“어떻게 하면 더 새로운 걸 할 수 있을까. 더 능동적으로 해야 할 때 아닌가. 그런 의무감이 생길 때 신인 감독님들과 만났고, 유연하게 소통하는 훈련을 했습니다.”

연기의 유연함은 유아인의 일상에도 변화를 안겼다. 그는 “온라인 시대의 퍼포머로 살아가면서 어떤 역할을 할지 늘 고민한다”고 했다. 세상을 바라보는 확고한 자기 목소리를 내면서 한때 악성 댓글의 총공세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이젠 순간적인 서운함 같은 감각이 완전히 무뎌졌다”고 했다. 대신 “배우로 사회적인, 공적인 역할을 더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 유아인은 “현실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지금 두려운 건 ‘#살아있다’보다 ‘나 혼자 산다’가 더 화제인 상황? 이게 바로 현실이구나! 하하하! 사실 예능인을 향한 존중과 존경을 크게 표현하고 싶어 출연했어요. 배우보다 더 많은 분들께 위로와 웃음을 주는 존재잖아요.”

● 유아인

▲1986년 10월6일생
▲ 2004년 KBS 2TV 청소년드라마 ‘반올림’ 데뷔
▲ 2010년 KBS 2TV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
▲ 2011년 영화 ‘완득이’
▲ 2014년 드라마 ‘밀회’
▲ 2015년 영화 ‘베테랑’ 황금카메라상 남우주연상, 영화 ‘사도’ 청룡영화상·올해의 영화상 남우주연상
▲ 2018년 영화 ‘버닝’
▲ 2020년 영화 ‘소리도 없이’ 등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