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사이드] 손익분기점의 확장, 관객 수익에 부가판권 더하다

입력 2020-07-07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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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상업적 성패를 가늠하는 기준 중 하나는 손익분기점(BEP)이다. 최근 부가판권 시장이 영향력을 키우면서 BEP 기준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시선이 제기되고 있다. 올 여름 치열하게 경쟁하는 영화 ‘반도’와 ‘강철비2:정상회담’,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위부터)의 BEP도 저마다 다르다. 사진제공|NEW·롯데엔터테인먼트·CJ엔터테인먼트

■ 영화 흥행의 기준, BEP(손익분기점)의 모든 것

제작비 규모 3배의 관객 통상적 BEP
부가판권 커지면서 극장외 매출 합산
“시장 변화, BEP 기준도 바뀔 수밖에”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지키는 가운데 손익분기점 220만명에 다다른다.’

최근 영화 ‘#살아있다’의 흥행에 관한 대체적인 언론 보도 내용이다. 여기에 빠진 게 있다. 제작비 규모다. 손익분기점(Break-Even Point·BEP)은 극장 관람료 등 매출이 제작비 규모와 일치하는 지점으로, 이를 넘어서는 만큼 수익이다. 따라서 제작비 규모를 빼놓고 따지기 어렵다. ‘#살아있다’의 순 제작비는 70억원. 홍보마케팅비를 더한 총 제작비 기준이면 BEP는 더 오를 수밖에 없다.

BEP는 작품의 상업적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잣대이다. 하지만 이를 어떻게 산출하는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올해 여름 극장가에서 치열하게 경쟁할 세 편의 한국영화로 이를 살펴보는 것도 그 때문이다.

“통상적으로는 제작비 규모 3배”
15일 개봉하는 ‘반도’의 총 제작비는 190억원, BEP 극장 관객 250만명이다. 29일 선보이는 ‘강철비2:정상회담’(정상회담)은 154억원에 395만명, 8월5일 공개하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150억원에 350만명으로 알려져 있다.

영화계는 통상적으로 제작비 규모 3배의 극장 관객수(극장 매출)를 BEP로 삼아왔다. 제작비가 100억원이면 300만명인 식이다. 투자배급사와 극장이 8000∼1만원의 한국영화 관람료 수입을 5500원:4500원 비율로 배분한 뒤 투자배급사 몫 가운데 수수료 등 비용을 뺀 평균 3600∼3800원가량 관객 1인당 객단가에 관객수를 곱한 값이다.

따라서 ‘반도’는 약 570만, ‘정상회담’과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각각 450만여명의 관객이 BEP이다. 그런데도 각 영화가 내세우는 수치는 왜 이와 다를까.

“시장이 달라졌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올해 2월 내놓은 ‘2019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는 지난해 한국영화 실질개봉작 190편 중 순 제작비 30억원 이상 상업영화 45편의 평균 총 제작비가 101억3000원으로, 극장 매출로만 BEP를 넘긴 영화는 11편이었다고 썼다. 하지만 극장 외 매출을 합친 총 매출 기준이면 18편이었다.

이제 관객수만을 절대적 수치 삼을 수 없다고 영화계는 본다. 1990년대 중반 이후 한국영화에 대한 해외시장의 관심이 높아졌고, IPTV와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등 부가판권 시장이 커지면서 그 매출 규모도 중요해진 때문이다. 올해 여름 대작들의 BEP도 해외 판매 등 극장 외 매출을 합친 뒤 이에 맞춰 극장 관객수를 종전 기준보다 낮게 잡은 수치다. ‘반도’ 측이 해외 185개국에 영화 판권을 선 판매했다고 밝힌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6일 한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제작비 등 작품의 전체 규모에 비춰 성공 여부를 드러낼 필요가 있다면 BEP 기준도 바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더욱이 감염병 사태로 극장 관객 동원에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 BEP 추산 기준이 달라진 것도 상업적 성공으로 활력을 찾으려는 영화계 기대치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시선이 나오기도 한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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