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김태형 감독(왼쪽), 키움 손혁 감독. 스포츠동아DB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시즌 준비가 예년과 달랐던 올 시즌에는 많은 선수들이 부상자명단(IL)에 오르내리고 있다. 요즘 감독들의 경기 전 인터뷰의 90%는 선수 부상과 엔트리 변경 내용이다. 10개 구단 체제가 되면서 가뜩이나 모자란 선수자원을 끌어당겨 쓰다 보니 탈이 나고 있다.
그렇다고 시즌 일정을 줄이기도 어렵다. 구단 수입과 직결된다. 선수들은 올 시즌만이라도 경기수를 줄였으면 하지만, 그 대신 연봉을 깎자고 구단들이 덤벼들까봐 말을 못하고 있다. 이 사안은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시한폭탄과 같다.
과거와 비교해 늘어난 부상의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환경이 크게 변했다. 스프링캠프~시범경기~정규시즌으로 이어지는 평소 일정에서 크게 벗어났다. 자동차로 치자면 엔진의 출력을 조금씩 올려 시즌 개막에 100%를 맞춰야 하는데, 올해는 출력을 올리던 도중 멈췄다가 다시 급히 출발하는 모양새였다.
감독들의 인식도 변했다. 과거에는 소수정예로 우승이 가능했다. 해태 타이거즈가 대표적이다. 선수들의 내구성과 뛰겠다는 의지가 강하기도 했지만, 경기수가 적었기에 가능했다. 팀당 144경기 체제에선 똑똑한 몇 명이 아니라 풍부한 선수자원이 승패를 결정한다. 감독들도 이 사실을 잘 안다.
프리에이전트(FA) 제도의 도입도 선수들의 인식을 바꿨다. 오래 야구하는 것이 짧게 반짝하는 것보다 낫다. 그 덕에 모두들 무리를 삼가는 분위기다. 귀한 자원을 함부로 쓰기보다는 아껴서 오래 쓰자는 생각의 감독들이 KBO리그에 많아진 것도 변화의 이유다.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은 “지금 부상이 많을 수밖에 없다”며 “예전에는 방송중계가 없어 승패가 결정된 7회 이후는 대충 했다. 5점차면 쉽게 포기했고, 슬슬 경기를 마무리했지만 지금은 그렇게 못한다. 방송중계가 있어 끝까지 열심히 하다 보니 갈수록 힘들어진다. 선수들이 돈을 많이 받는 만큼 힘든 경기를 한다”고 설명했다.
모두가 지켜보고 몇몇 저질 팬들은 결과가 불만스러우면 습관처럼 승부조작을 외치는 상황에서 어느 감독도 쉽게 백기를 들지 못한다. 질 것을 알면서도 끝까지 하다 보니 부상은 더 많아진다. 물론 모두가 최선을 다하는 것은 좋은 현상이지만 걱정은 된다.
손혁 키움 히어로즈 감독은 “올해보다는 내년이 더 걱정스럽다. 만일 2021시즌이 예전처럼 빨리 시작된다면 선수들이 충분히 쉴 시간이 없어서 부상이 많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