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이슈] 샘오취리 사과, 역풍 자초한 ‘무지함’ (종합)

입력 2020-08-07 20: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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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이슈] 샘오취리 사과, 역풍 자초한 ‘무지함’ (종합)

가나 출신 방송인 샘오취리가 의정부고 졸업 사진 중 하나인 '관짝소년단' 패러디물을 인종 비하로 규정한데 대해 사과했다.

샘 오취리는 영어로 '한국의 교육을 무지하다'라고 표현한 데 대해선 오해라고 했고, 논란과 무관하게 K팝 가십 및 비하를 의미하는 'teakpop'이라는 해시태그를 단 데 대해선 '뜻을 몰랐다'고 해명했다.

민감한 사안일수록 자신의 주장을 관철할 근거가 충분해야한다. 그런데 샘오취리의 사과문은 온통 '오해다' '몰랐다'라는 식이다. 전형적인 자기 합리화. 그의 선 넘은 지적은 무지했으며, 역풍을 자초했다.

'샘 오취리 논란'은 6일, 그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2020년에 이런 것을 보면 안타깝고 슬프다. 웃기지 않다. 흑인들 입장에서 매우 불쾌한 행동이다. 제발 하지 말라"라며 "문화를 따라하는 것은 알겠는데 굳이 얼굴에 색칠까지 해야 되느냐"는 글을 적으면서 시작됐다. 샘오취리는 “한국에서 이런 행동들 없었으면 좋겠다.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는 것이 가장 좋다. 그리고 기회가 되면 한 번 같이 이야기 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이는 경기도 의정부시 소재 의정부고등학교(의정부고)의 한 졸업 사진에 대한 의견이다. 의정부고는 매년 화제가 된 인물이나 이슈를 패러디하는 콘셉트로 졸업 사진을 촬영한다. 이번에 문제가 된 사진은 '관짝소년단'을 흉내낸 학생들의 모습이었다.

'관짝소년단'은 아프리카 가나의 독특한 장례 문화가 '밈'으로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되며 나온 말이다. 가나 장례식을 패러디한 학생들의 모습을 담았다. 가나 장례식은 엄숙한 다른 나라 장례식과 다른 축제 분위기를 연상케 한다. 고인이 좋은 곳으로 떠났다는 의미로 엄숙하기 보다는 경쾌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정부고 학생들은 '관짝소년단'을 패러디해 얼굴을 검게 칠하고 흑인 분장을 한 채 관을 들고 졸업 사진을 찍었다.


흑인 분장을 한 학생들을 '인종 비하'로 해석한 샘 오취리 의견에 동의하는 쪽이 있는 반면, '패러디일 뿐 과한 지적이다'라며 반박하는 입장으로 나뉘었다.

'비하' 여부를 놓고 설전한 가운데, 샘 오취리를 향한 논란거리가 더해졌다. 우선, 샘 오취리가 적은 'This has to stop in Korea! This ignorance cannot continue'라는 부분. 무식-무지('ignorance')하다는 단어를 사용해 한국의 교육을 대놓고 비난했다는 데 불쾌하다는 의견이다. 샘 오취리가 한국에서 활발하게 방송 활동을 하고 있기에 적절하지 못한 단어 선택이라는 지적이다.

또 'Teakpop'이라는 해시태그를 통해 인종 비하와 관련 없는 'K팝 가십'을 언급하며 한국 문화 자체를 비하했다는 점도 논란이 됐다.


특히 샘 오취리는 2015년 JTBC '비정상회담'에 출연해 각 나라의 특이한 대회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손으로 눈을 찢는 대표적인 동양인 비하 표정을 선보였다. 이에 누리꾼들은 자기 모순적인 태도이며, 흑인 비하에 화를 낼 자격이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논란에 의정부고 측은 6일 '영상을 패러디한 것일뿐 비하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샘 오취리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댓글란을 차단한 데 이어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시켜 버렸다.


결국, 샘오취리는 7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제가 올린 사진과 글 때문에 물의를 일으키게 된 점 죄송하다"라며 "학생들을 비하하는 의도가 전혀 아니었다. 내 의견을 표현하려고 했는데 선을 넘었고 학생들의 허락 없이 사진을 올려서 죄송하다. 나는 학생들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한다. 그 부분에서 잘못했다"라고 사과했다.

이어 영어로 '한국 교육을 무식하다'고 표현한 데 대해선 "'한국의 교육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절대 아니다. 해석하는 부분에 오해가 있어 죄송하다. 한국의 교육을 언급한 것이 아니었는데 충분히 오해가 생길 만한 글이었다"고 인정했다.

또 'Teakpop'이라는 해시태그를 통해 인종 비하와 관련 없는 'K팝 가십'을 언급하며 한국 문화 자체를 비하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한국Kpop 대해서 안좋은 얘기를 하는 줄 몰랐다. 알았으면 이 해시태그를 전혀 쓰지 않았을 것이다. 너무 단순하게 생각을 했다"라고 해명했다.

끝으로 "한국에서 오랫동안 사랑을 많이 받았었는데 이번일들로 인해서 경솔했다. 다시 한번 죄송하다. 앞으로 더 배운 샘 오취리가 되겠다"고 반성했다.

더불어 '관짝소년단'의 원작자인 벤자민 아이두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의정부고등학교, 한국 졸업 축하해'라는 글을 게재하며 유쾌하게 패러디를 수용, 인종 차별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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