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엄정화 “계약서보다 액션스쿨 출근 도장 먼저 찍었죠”

입력 2020-08-10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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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엄정화가 1992년 데뷔 이후 처음으로 영화 ‘오케이 마담’에서 호쾌한 액션연기를 선보인다. 사진제공|메가박스(주)플러스엠

12일 개봉 ‘오케이 마담’에서 첫 액션연기 선보이는 엄정화

“액션연기 10점 만점에 10점…에너지 다 쏟아
연기 28년째…새로운 모습을 찾고 싶었어요”
“10점 만점에 10점! 하하”

배우 엄정화(51)는 민망한 듯 살짝 미소를 지은 뒤 영화 ‘오케이 마담’에서 소화한 자신의 액션연기에 ‘만점’을 줬다. 아낌없이 에너지를 쏟았다는 뜻이다. “아쉬움은 없다”며 오히려 영화가 흥행에 성공해 혹여 후속편 제작이 추진되면 “다른 액션연기를 보일 수 있다”는 자신감까지 드러냈다.

엄정화가 12일 개봉하는 ‘오케이 마담’(감독 이철하·제작 영화사 올)으로 스크린에 돌아온다. 2012년 ‘댄싱퀸’, 2015년 ‘미쓰 와이프’를 잇는 코미디 영화의 얼굴로 다시 나선다. 하지만 이번엔 조금 다르다. 반전의 비밀을 간직한 액션 히어로의 모습까지 보인다. 6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엄정화는 “영화 출연 계약서에 사인도 하기 전에 운동복 챙겨 입고 액션스쿨 ‘출근 도장’을 찍었다”며 “합을 맞춰 액션연기 촬영을 할 땐 출연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고 했다.

영화 호평 찾아 SNS ‘좋아요’ 꾸욱!
엄정화는 요즘 휴대전화를 손에서 놓지 않는다. 틈 날 때마다 SNS에서 영화를 검색하고 반응을 살피면서 좋은 글을 발견하면 어김없이 ‘좋아요’를 꾹꾹 누른다. “해시태그로 엄정화 연결해 호평을 쓴 분들이 있으면 곧바로 ‘좋아요’를 누른다”며 호탕하게 웃는 그는 “SNS 글 중 ‘엄정화 나오면 재미있다’는 글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영화 ‘오케이 마담’에서 액션연기 선보이는 엄정화. 사진제공|메가박스(주)플러스엠


‘오케이 마담’은 유쾌하고 긍정적인 엄정화의 매력이 그대로 녹아든 영화다. 극중 서울 영천시장 꽈배기 맛집 사장인 그는 컴퓨터 수리공인 남편과 알콩달콩 딸을 키우는 억척 엄마이다. 애처가 남편이 가족여행을 꿈꾸며 응모한 이벤트에 덜컥 당첨돼 하와이행 비행기에 몸을 싣지만, 이내 비행기 납치 사건에 휘말린다. 코미디와 액션을 무기 삼아, 좁디좁은 비행기 안에서 각양각색 승객들이 어우러지는 엉뚱한 상황극이 쉴 새 없이 펼쳐진다.

엄정화는 “배우로서 새로운 모습을 찾고 싶었다”고 했다. 연기를 시작한 지 햇수로 28년째인 그는 멜로부터 로맨틱 코미디,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해왔다. 그만큼 관객에게 익숙한 얼굴이다. 경력이 쌓여도 “새로움을 찾고 싶다”는 바람은 배우로 살아가며 놓을 수 없는 키워드다.

“제 본연의 모습이 있는데 작품에서 완전히 달라질 수는 없겠죠. 그래도 관객들로부터 ‘어디서 본 것 같다’거나 ‘똑같다’는 말은 듣기 싫어요. 색다른 걸 시도하는 작업을 워낙 좋아하고요. 배우들은 늘 새로움에 목말라 있잖아요.”

엄정화가 코미디 영화에서 매력을 과시할 때마다 곁에는 웃음의 농도를 배로 높이는 조력자가 있었다. ‘댄싱퀸’ ‘미쓰 와이프’ 때는 라미란, 이번 ‘오케이 마담’에서는 남편 역 박성웅이다. 배우들의 찰진 호흡이 코미디의 성패를 좌우하는 만큼 엄정화와 박성웅의 부부 호흡이 이번 영화의 흥행 가능성을 높이는 배경이다.

엄정화는 “박성웅 안에는 여러 명이 살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영화 장르와 캐릭터에 따라 전혀 다른 얼굴이 나온다는 의미다. 첫 만남부터 마음을 툭 놓았고, 호흡도 척척 맞았다. 엄정화가 애교부리는 박성웅의 볼을 꼬집으며 “예쁘게 생겼으면 다야!”라고 내뱉는 대사도 즉석 애드리브로 나왔다.

배우 엄정화. 사진제공|메가박스(주)플러스엠


이효리·제시·화사와 결성 ‘환불원정대’…“신난다”
엄정화는 최근 가수 이효리, 제시, 화사와 ‘환불원정대’라는 그룹 결성을 앞두고 있어 화제다. 사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말까지 트렌드를 이끈 댄스곡과 화려한 퍼포먼스로 무대에 섰던 엄정화는 후배들의 ‘롤모델’로 꼽혀왔다. 특히 이효리는 최근 MBC ‘놀면 뭐하니?’에서 “서른살이 되면 댄스가수는 못할 줄 알았는데, 엄정화 언니를 보며 용기를 얻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엄정화는 걸크러시 매력을 과시하는 솔로 4인방이 뭉친 ‘환불원정대’ 프로젝트를 “너무 신난다”고 반기면서도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어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모든 일이 바람처럼 이뤄지지 않는 건 5년 만에 영화로 복귀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영화 제안은 있었지만 하고 싶은 좋은 작품을 찾기가 정말 어려웠다”는 그는 “잘 되면 잘 되는 대로, 안 되면 또 안 되는 대로 위기감에 시달리며 살았다”고 털어놨다.

경험했기 때문에 후배들에게 건네고 싶은 말도 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적어도 나이는 고려 대상이 되지 않길 바란다”는 당부이다.

“여자든, 남자든 무슨 일을 시작할 때 나이 때문에 도전을 주저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나이로 인해 스스로 한계를 느끼지 않길 바랍니다. 살아가는 데 긍정적인 기운이 중요해요. 인생을 고민할 때 내 장점을 자꾸 떠올리는 것도 중요하고요.”

엄정화 프로필
▲ 1969년 8월17일생
▲ 1992년 영화 ‘결혼이야기’ 데뷔
▲ 1993년 영화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한다’ 주연, OST 통해 가수 데뷔
▲ 1996년 2집 발매, 2016년 10집까지 ‘배반의 장미’ ‘초대’ ‘포이즌’ ‘몰라’ ‘페스티벌’ ‘디스코’ 등 히트곡 발표
▲ 2002년 영화 ‘결혼은, 미친 짓이다’·제39회 백상예술대상 최우수연기상
▲ 2009년 영화 ‘해운대’ 첫 1000만 흥행
▲ 2012 년 ‘몽타주’ 등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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