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인터뷰] “은퇴 관련 얘기, 여기서 정리합시다” LG 박용택은 COOL했다

입력 2020-08-11 17: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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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열립다. LG 박용택이 기자회견실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잠실|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이야, 19년 만에 처음이네. 슈퍼스타야?”

KIA 타이거즈-LG 트윈스전이 열린 11일 잠실구장. LG 박용택(41)은 기자회견장에 들어서자마자 이같이 말하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1군에서 말소된 6월 24일 이후 50일 만에 홈구장을 찾아서인지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약 7주간 1군에서 빠졌다. 정말 재활기간이 길었던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박용택은 12일 1군에 등록될 예정이다.

이날 현장에는 평소보다 많은 취재진이 몰렸다. 박용택이 경기 전 인터뷰 때 최근 거론된 ‘은퇴 투어’와 관련한 입장을 직접 전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6월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 이사회에서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박용택의 은퇴 투어와 관련한 이야기가 나왔고, 이에 차명석 LG 단장도 “선수협이 하겠다면 우리가 안 할 이유가 없다”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그러나 인터넷상에서 이와 관련한 찬반논쟁이 벌어졌고, 박용택은 이날 공식적으로 “우리 홈구장이 아닌 나머지 9개 구단의 홈구장에서도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그게 아닐 것 같으면 (은퇴 투어를) 안 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박용택은 더 이상 자신의 은퇴 투어와 관련한 이야기가 언급되는 것 자체를 원치 않았다. 소속팀이 한창 순위 싸움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구성원들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다. 그는 “1군에 올라올 시점에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했다”며 “중요한 것은 이 문제로 우리 감독님과 타 팀 감독님도 인터뷰를 하셨는데 그런 부분들이 죄송스럽다. 후배 선수들은 내 눈치를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절대 그래선 안 되는 분위기다. 매 경기 순위 싸움 중이다. 내 은퇴와 관련한 얘기는 이 자리에서 딱 정리됐으면 좋겠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여론을 살피는 과정에서 댓글을 확인하며 마음고생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마저도 웃음으로 넘기기로 했다. 0.372의 타율로 타격왕에 오른 2009시즌을 돌아보며 ‘자학개그’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2009년 타격왕에 올랐을 때 얘기가 나온다. 졸렬하다고 해서 뜻을 찾아봤다. ‘옹졸하고 천하여 서툴다’는 뜻이더라. 그래서 ‘옹졸하다’의 뜻을 찾아봤다. 성품이 너그럽지 못하고 생각이 좁다는 뜻이다. 아주 정확했던 것 같다. 그때는 그랬다. 그 일이 아니더라도 내가 그렇게 살아왔다는 느낌이 들더라. 2013년에 페어플레이상을 받고 그와 관련한 인터뷰를 한 뒤 야구장 안팎에서 열심히 살았다. (가족을 향한 욕설 등) 이해할 수 없는 댓글도 있었지만, 절반 이상은 맞는 얘기였던 것 같다”고 밝혔다.

당부의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진심이 느껴졌다. 박용택은 “슈퍼스타로 불렸던 선수들이 어떠한 흠집으로 인해 은퇴 행사가 무산되는 일은 있어선 안 된다. 주제넘지만 얘기하고 싶다. 나를 응원해주시는 팬들이 ‘누구 은퇴할 때 보자’고 하더라. 지금은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졸렬하지 않게, 충분히 아름답게 후배 선수들을 잘 보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선수들이 (은퇴 투어를) 생각해준 것이 아주 감사하고 영광이다. 이제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뒤 헹가래를 받고 마무리하는 은퇴식을 꿈꾼다”고 말했다.

잠실|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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