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고졸 선수 김형빈, 20세에 시련을 이긴 비결은?

입력 2020-08-12 15: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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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빈. 사진제공|KBL

“오로지 제가 좋아하는 농구를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버텼죠.”

서울 SK의 고졸 선수인 김형빈(20·201㎝)은 지난해 KBL 신인드래프트 5순위로 지명을 받았지만, 2019~2020시즌 단 한 번도 코트를 밟지 못했다. 관절염의 여파로 오른쪽 무릎 수술을 받았기 때문이다. 관절염 부위만 수술한 게 아니었다. 양쪽 다리의 길이가 달라 늘 부상 위험을 안고 있었던 까닭에 오른쪽 허벅지 뼈를 절단한 뒤 접합하는 큰 수술을 받았다.

김형빈은 “수술 직후 한동안 ‘다시 농구를 할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이 떠나지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 아프지 않고 농구를 하기 위함이라고 긍정적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수술 이후 반복되는 재활운동으로 지루한 일상이 거듭됐다. 함께 운동했던 친구들은 대학에 진학해 뛰고 있는데, 겨우 러닝만 하고 있는 자신이 작아 보이기만 했다. 스무 살 어린 선수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도 큰 실망감이었다.

그러나 흔들리지 않았다. 자신을 믿었고, 팀을 믿었다. 김형빈은 “정말 속상했다. 친구들은 대학교로 진학해서 뛰고 있는데 나만 제 자리에 머물러 있는 느낌이었으니까”라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이어 “하지만 앞으로를 보고 결정을 내린 우리 팀을 믿었다. 힘들어할 때마다 코칭스태프, 트레이너 선생님들이 격려를 하면서 언제든 손을 내밀어줬다. 형들도 경기를 뛰면서도 나를 신경써줬다. 그 격려로 내가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워낙 긍정적인 성격이어서 잘 이겨낸 것 같다”며 웃었다.

오랜 재활을 거친 김형빈은 최근 대학 및 프로팀과 연습경기에 출전하고 있다. 당장은 자신이 좋아하는 농구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즐거움이다. 그는 “농구를 할 수 있어서도 좋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더 잘하고 싶다. 아직은 수비에서 부족한 것을 많이 느낀다. 그 때마다 문경은 감독님이 천천히 다시 여유를 갖고 해보자며 격려해주신다. 큰 힘이다”고 밝혔다.

김형빈의 꿈은 미국프로농구(NBA)의 ‘신성’ 루카 돈치치(댈러스) 같은 선수가 되는 것이다. 그는 “돈치치의 플레이를 자주 본다. 포지션은 다르지만 돈치치처럼 팀을 한 단계 올릴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 열심히해보겠다”고 다짐했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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