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아담 타가트. 사진제공|수원 삼성
K리그1(1부) 수원 삼성의 골잡이 타가트(호주)는 성남FC와 FA컵 원정 8강전을 앞둔 지난달 28일 충격적인 일을 경험했다. 팀 훈련장에 들어서려던 그를 구단의 누군가가 제지했다. “필드에 가지 말라”는 황당한 지시에 타가트는 멍하니 훈련을 지켜봐야만 했다.
영문을 모르기는 주변 동료들도 마찬가지. “다들 놀랐다. 모두가 쟤(타가트)를 왜 뺐지?”라며 의아해하는 분위기였다는 후문이다. 타가트도 화가 났다. “부상도 아니고, 아픈 곳도 없는 프로선수를 훈련조차 못하게 하는 상황은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고교 시절에도 이런 일은 경험하지 못했다”고 친한 선수들에게 하소연했다.
타이밍이 묘했다. 수원이 사흘 전(7월 25일) 광주FC와 원정경기에서 ‘타가트 없이’ 1-0 승리를 거둔 직후였다. 하지만 FA컵 8강전에선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역시 ‘타가트 없이’ 펼쳐진 경기에서 수원은 0-1로 무너져 4강 진출에 실패했고, 그 후로도 1무2패(리그)에 그쳤다.
명확한 사유 없이 훈련에서 배제되는 충격적인 일을 겪었음에도 타가트는 수원에서 드물게 제 몫을 해주는 자원이다. 15일 전북 현대와 홈경기에서도 타가트는 0-3으로 뒤진 후반 막판 만회골을 터트려 팀의 자존심을 지켜줬다.
하지만 타가트로선 지금의 상황이 행복하지 않다. 꾸준하게 기회가 주어져야 훨씬 나은 퍼포먼스가 가능하다고 여긴다. 태도가 불성실한 것도 아니다. 불편한 상황에 웃음을 잃어버렸어도 열정적으로 뛰어왔다. 몸 상태 역시 좋다. 오히려 간헐적 출전으로 인해 리듬이 무뎌지는 게 걱정이다.
올해 초 겨울이적시장에서 타가트는 러시아 클럽으로부터 큰 제안을 받았다. 2배 이상의 연봉을 제시받았다.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내년까지 계약기간이 남은 수원과 의리를 지키려고 했다. 그랬던 그의 계획에 훈련 배제나 지속적인 벤치 대기가 있을 리는 없다.
수원은 22일 인천 유나이티드와 원정경기를 치른다. 11위와 12위의 대결, 여기서 지면 꼴찌와 격차는 승점 3점까지 좁혀진다. K리그2(2부) 강등 위기가 현실화할 수 있어 죽기 살기로 뛰어야 할 승부다. 과정은 무의미하고 오직 결과만 남을 90분에 올 시즌 5골을 기록 중인 타가트는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낼 참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