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태곤. 스포츠동아DB
13일 이홍구(KT 위즈)와 맞트레이드를 통해 SK 와이번스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오태곤(29)은 새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고자 바쁘게 움직였다. SK 유니폼과 연습복도 이질감 없이 잘 어울렸다. 롯데 자이언츠에서 KT로 이적했던 3년 전(2017년)과 달리 이번 트레이드는 의연하게 받아들였다. 프로 11년차가 되면서 그만큼 성숙해졌다.
오태곤은 지난해까지 3년 연속(2017~2019시즌) 120경기 이상 출장하며 존재감을 뽐냈다. 이 기간에만 총 386경기에서 타율 0.263(1068타수 281안타), 27홈런, 116타점, 47도루의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뒀다. 서서히 주가를 올리던 시기였기에 올 시즌 그를 향한 기대는 어느 때보다 컸다. 그러나 KT에서 44경기에 출장해 타율 0.233(60타수14안타), 5타점, 출루율 0.303의 성적만 남겼다.
결국 야수진의 뎁스 강화를 원했던 SK와 포수 자원에 여유가 필요했던 KT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둥지를 옮기게 됐다. 그리고 이적 후 첫 경기였던 14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5타수 3안타를 기록하며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었다. 오태곤은 “동료들이 많이 챙겨주는 덕분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며 “김강민, 채태인 선배가 많이 도와주고, 친구 (박)종훈이도 많이 챙겨줬다. 팀을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타 구단에서 뛰며 지켜본 SK의 이미지는 어땠을까. 오태곤은 주저 없이 “강팀”이라고 외쳤다. 올 시즌에는 9위의 부진한 성적 탓에 가을야구에서 사실상 멀어졌지만, “올해 잠시 뭔가 안 맞을 뿐이다. (SK는) 좋은 팀이라고 생각하고 기분 좋게 왔다”고 자신 있게 외쳤다. SK는 2018시즌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 등 지난해까지 3년 연속(2017~2019시즌) 가을야구를 경험했다. 그 DNA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포스트시즌을 경험하지 못한 오태곤에게 또 다른 동기부여였다.
오태곤은 내·외야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유틸리티 플레이어다. 청원고 시절 대형 유격수 자원으로 평가받았던 만큼 기본적 수비 센스는 충분하다. 선호하는 포지션도 “감독님이 맡겨주시는 대로”다. 그는 “되고 안 되고는 내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그라운드에서 내가 뛰는 모습을 보고 감독님이 정하는 것”이라며 “내가 최선을 다하면 감독님이 결정하신다. 그렇게 묵묵히 준비하는 것이 프로의 자세”라고 강조했다.
덧붙여 “트레이드 소식을 접했을 때 동료들이 모두 ‘잘됐다’고 했다. 응원 메시지도 많이 받았다”며 “벤치에서도 많은 에너지를 불어넣고, 일단은 튀지 않으려고 한다. KT에선 중고참 역할을 했지만, SK에선 일단 분위기를 살피고 있다. 무엇보다 빨리 보탬이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SK맨’으로 새롭게 태어날 준비를 마친 듯, 목소리에 의욕이 넘쳤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