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의 피버피치] K리그 국내전훈지 ‘예약전쟁’…코로나 시대 신 풍경

입력 2020-08-21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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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은 한국축구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시즌 개막 연기와 무관중 경기, A매치 취소 및 연기, 또 그로 인한 재정적 어려움은 축구 생태계에 큰 타격을 입혔다. 대한축구협회, 한국프로축구연맹, K리그 1·2부 각 구단은 ‘생존’이라는 엄청난 과제를 안았다.

그럼에도 ‘오늘에 충실하자’는 진리는 변하지 않는다. 빠듯한 살림살이에도 K리그 구단들은 묵묵히 할 일을 하고 있다. 다가올 2021시즌에 대한 준비다. 한치 앞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내일의 대비는 소홀할 수 없다.

대표적인 것이 동계전지훈련 계획이다. 대부분의 K리그 구단들은 6월 무렵이면 다음 시즌을 위해 몸을 만들고 실전감각을 높일 전훈지를 확정한다. 발 빠른 구단들은 후반기 레이스 이전에 담당자들의 사전답사와 확정예약까지 모든 절차를 마무리하곤 했다.

그러나 올해는 특수상황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지구촌의 하늘길이 막힌 탓이다. 해외훈련은 꿈도 꿀 수 없다. 국경을 폐쇄하지 않은 유럽 등 일부 지역이 있으나 해외 입국자 방역지침에 따른 2주 자가격리가 걱정스럽다. 전훈에서 애써 만든 컨디션과 운동리듬을 불필요한 ‘집콕 생활’로 무너뜨릴 순 없는 노릇이다.

국내 방역당국의 ‘2주 자가격리’ 조치는 일체의 외부활동을 금지하는 것으로, 이 기간 중 선수단은 철저히 격리생활을 지켜야 한다. 잔디를 밟을 수도, 동료들과 함께 땀을 흘릴 수도 없다. 이에 K리그 구단들은 국내로 눈길을 돌렸다. 22개 구단 모두가 해외훈련 포기를 일찌감치 결정했다. 적게는 1·2차, 많게는 3차에 걸쳐 2개월 가까이 국내외에서 소화하던 동계훈련을 전부 국내에서 진행한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후보지들이 넉넉한 것도 아니다. 1~2월 따뜻하고 바람의 영향이 적은 지역은 한정돼 있다. 최남단 제주도가 예상대로 가장 인기를 모았다. 제주 도심과 서귀포는 예약이 꽉 찼다. 여행 비수기라 고급 호텔과 리조트 등 숙소 확보는 어렵지 않은데, 대규모 선수단의 겨울나기를 도울 훈련시설과 천연잔디 그라운드는 많지 않다. 더욱이 K3·4리그 팀들과 학원 축구부의 생각도 다르지 않아 제주 축구계가 쇄도하는 민원처리에 골머리를 앓을 정도로 예약전쟁이 치열했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제주와 서귀포 지역에 1~2월 각각 최소 6개 이상의 프로팀들이 현지 체류를 결정한 상태다.

경남 남해와 통영, 거제 등 전통적인 동계훈련지도 경쟁이 심하고 전남 순천 및 광양, 부산 기장군과 경남 창원 등지에 훈련캠프를 차릴 움직임도 감지된다. 심지어 강릉, 속초 등 강원 영동지역도 인기몰이다. 상대적으로 기후가 온화하고 수려한 풍광을 자랑하는 동해안을 뛰다보면 강한 체력이 따라올 것이라 믿는 팀들이 꽤 있다. 전남 목포와 전북 군산 등 서해지역도 평소보다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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