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림.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초등학교 4학년 때 골프를 시작한 이후 칩샷을 하루 두 번 넣은 적은 있지만, 세 번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 특히 세 번째 칩인 이글은 자신의 골프 인생 최고의 커리어를 탄생시키는 ‘인생샷’이 됐다.
14일(한국시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두 번째 메이저대회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LPGA 투어 역사에 길이 남을 기적 같은 역전 우승을 일군 이미림(30)은 스스로 믿지 못하겠다는 듯 감격스런 표정이었다. 경기 뒤 방송 인터뷰에서 눈물을 쏟기도 했던 그는 이어진 공식기자회견에서 “기분이 너무 좋다. 안 믿겨진다. ‘내가 미쳤구나’, ‘잘 했구나’ 그런 생각만 든다”며 “가족들이랑 통화를 해봐야 실감할 것 같다”며 진한 감동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았음을 내비쳤다.
이미림은 LPGA 투어 데뷔해인 2014년 8월 마이어 클래식에서 연장전 끝에 생애 첫 승을 거뒀다. 당시 연장전 상대가 박인비(32)였다. “처음 연장전에 나가 우승했을 때도 아무 생각이 없었다”며 옛 기억을 되살린 이미림은 “진짜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좋은 성적이 나오지 않았나 생각된다”며 욕심을 내지 않은 게 기적의 밑바탕인 된 것 같다고 말했다.
“4라운드 중 오늘이 제일 힘들었다. 3라운드까지는 내가 원하는 대로 샷이 됐는데, 오늘은 그렇지 않았다”면서 “그런데 어프로치가 잘 됐고, 운이 좋았던 것 같다. 하루에 두 번 칩인을 한 적은 있는데 세 번을 기록한 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칩샷이 가장 잘 하는 기술이냐’는 질문에는 “맞다”고 답변하며 웃은 뒤 “사실 그렇지는 않고, 오늘은 칩샷이 제일 좋았다”고 진심을 전했다.
18번 홀에서 칩인 이글로 공동 선두로 뛰어오른 순간에 대해 “사실 17번 홀에서 보기를 해서 그냥 버디만 하자고 생각했다. 뒷조에서 버디를 할 것 같아 2등 스코어만 생각하면서 내가 해야 할 것만 하자는 생각으로 쳤는데 그게 이글이 됐다. 운이 좋았던 것 같다”고 되돌아보기도 했다.
시상식 후 ‘포피스 폰드’에 뛰어들 때 다소 조심스럽게 입수한 그는 “평소 물을 무서워하지는 않는데 이번엔 좀 수심이 깊을 것 같아서 좀 머뭇거렸던 것 같다”며 웃기도 했다. 골프 인생 최고의 날,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낸 그는 “일단 숙소에 가서 가족들과 통화도 하고 하면 그동안 힘들었던 게 다 풀릴 것 같다”면서 “그리고 잠을 푹 자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