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오길 잘한 이승진, 이승진 데려오길 잘한 두산

입력 2020-09-16 16: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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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이승진. 스포츠동아DB

속구 구속이 일주일새 시속 2㎞씩 연거푸 오르는 기적. 그렇게 퓨처스(2군)리그에서 구속 8㎞를 끌어올린 뒤 1군에 돌아왔다. 선발로는 자리를 잡지 못했지만, 불펜에선 팀의 허리를 튼튼히 만들고 있다. 이승진(25·두산 베어스)에게 트레이드는 신의 한 수였다.

이승진은 불펜으로 나선 최근 5경기에서 5.2이닝을 소화했는데, 평균자책점(ERA)은 ‘0’이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16일 잠실 NC 다이노스전을 앞두고 “처음 우리 팀에 왔을 땐 밸런스가 안 좋았다. 2군에서 교정을 거친 뒤 좋은 공을 던졌다. 공에 힘이 있고 커브라는 좋은 변화구가 있어 불펜으로 괜찮을 것 같았는데 잘해주고 있다”며 이승진을 칭찬했다.

김 감독의 말처럼 이승진에게 두산 유니폼이 처음부터 어울렸던 것은 아니다. 두산은 5월말 SK 와이번스와 2대2 트레이드를 통해 포수 이흥련과 외야수 김경호를 내주는 대신 이승진과 권기영을 받아왔다. 당시만 해도 즉시전력감 포수를 내준 두산이 손해라는 여론이 많았다. 실제로 이승진이 1군 첫 2경기에서 1이닝 3실점으로 고전하자 비난의 목소리가 커졌다.

2군행은 약이었다. 권명철, 배영수 투수코치, 김상진 재활코치, 백차승 인스트럭터가 이승진을 맨마킹하며 밸런스를 잡아줬다. 배 코치가 강조한 ‘리듬, 공격, 타이밍’의 3원칙이 특히나 도움이 됐다. 아울러 주 1~2회씩 이천을 찾아 젊은 선수들의 심리상담을 해주는 최선규 멘탈코치는 이승진의 자신감을 끌어올렸다. 이승진은 “구속이 매주 2㎞씩 올랐는데 나도 놀랐다. 기적 같았다”며 놀라워했다.

이승진의 말처럼 기적 같은 변화는 이제 막 시작됐다. 이승진을 품은 두산도, 두산 유니폼을 입은 이승진도 모두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잠실|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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