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 新 트로트 지형도|소통왕 임영웅·안무왕 나태주…최란 ‘부캐’로 제2 전성기

입력 2020-09-29 06:57: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트로트의 ‘판’이 뒤집혔다. 5060세대가 중심이 됐던 트로트 가수들의 연령대가 최근 10대까지 확 낮아지면서 트로트의 이미지가 한층 젊어졌다. 사진은 ‘관록형’ 가수 나훈아, 남진, 주현미(왼쪽부터). 사진제공|예아라·스포츠동아DB·KG컴퍼니

바빠진 남진·주현미 등 후배들 발굴까지
유튜버 설운도·임영웅 젊은세대와 소통
아이돌출신 천명훈·나태주 안무와 결합
부캐형 홍춘이·김다비 파격 방송가 대세
‘기성세대의 전유물’이란 편견은, 이제 버려라! 올해 세상을 들썩이게 한 ‘트로트 광풍(狂風)’이 추석 연휴 또 다시 불어온다. 각 방송사들이 30일부터 시작되는 명절 연휴에 편성한 트로트 프로그램이 무대다. 가수들도 쏟아지는 ‘러브콜’에 덩달아 바쁜 일정을 소화한다. 이들은 열기에 힘입어 유튜브와 음원차트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임영웅·정동원 등 1020세대 가수들이 선봉에 섰다. 남진, 설운도 등 기성 가수들도 젊은 후배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트로트 부흥’에 힘을 보태고 있다. 덕분에 트로트 열기는 더 한층 달아오르고 있다. 다양한 주제의 ‘트로트 지형도’까지 그릴 수 있을 정도다. 한가위에 가족과 함께 듣기 좋은 추천곡도 엄선했다.

관록형…나훈아·남진·주현미

데뷔 54주년과 55주년을 맞은 나훈아와 남진 그리고 35년차 주현미가 저마다 새로운 변화를 시도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힘겨워 하는 국민을 위로하겠다는 “책임감”이 배경이다.

나훈아는 30일 방송하는 KBS 2TV ‘한가위 대기획-대한민국 어게인’을 통해 ‘언택트’(비대면) 콘서트에 도전했다. 23일 온라인 화상 시스템에 접속한 1000명의 관객 앞에서 2시간 반 동안 녹화했다. “태어나서 이런 무대는 처음”이라는 나훈아처럼 이번 공연은 관객에게도 새로운 경험이다. 공식 홈페이지에는 ‘부모님과 감격적인 시간을 보냈다’는 후기가 넘쳐난다.

남진은 각종 트로트 프로그램을 주 무대 삼는다. 현재 방송 중인 SBS ‘트롯신이 떴다2-라스트 찬스’에 이어 11월 KBS 2TV ‘트롯 전국체전’에도 참여한다. 이를 통해 “‘트로트 붐’을 이어갈 후배를 발굴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드러낸다. 곧 내놓을 신곡 ‘오빠가 살아있다’의 막바지 작업에도 한창이다. 최근 가수 류지광, 김수찬 등 젊은 가수들과 뮤직비디오도 함께 찍었다.

주현미는 올해 계획한 데뷔 35주년 기념 전국투어를 취소하고 책과 유튜브를 소통 창구로 선택했다. 2018년부터 유튜브 채널 ‘주현미TV’로 소개한 다양한 트로트 노래를 엮은 에세이집 ‘추억으로 가는 당신’을 5월 내놨다. 그는 “전통가요를 좋아하는 분들이나 후배들이 노래를 부를 때 참고가 될 만한 자료로 남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썼다”고 밝혔다.

‘소통형’ 트로트 가수 설운도, 임영웅, 영탁(왼쪽부터). 사진제공|SBS·뉴에라프로젝트



소통형…설운도·임영웅·영탁
각기 감각을 내세워 다양한 연령층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가수들도 눈에 띈다.

올해 데뷔 38년차를 맞는 설운도는 작년 6월 개설한 유튜브 계정 ‘설운도TV’를 활용해 젊은 세대를 공략하고 있다. 시청자가 궁금할 만한 트로트 프로그램 비화를 소개하고, 신유·신인선 등 후배를 초대해 토크쇼를 펼친다. ‘후진 없는’ 솔직함과 풍부한 경력을 살린 입담이 요즘 젊은 ‘예능인’ 못지않게 세련됐다는 호평을 얻고 있다.

임영웅은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이나 블랙핑크 못지않은 ‘화력’을 자랑한다. 유튜브 채널 ‘임영웅’은 28일 기준 95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해 100만 구독자를 모으면 유튜브가 수여하는 ‘골드버튼’ 획득을 눈앞에 두고 있다. 각종 트로트 노래를 커버해 부른 영상이 많게는 1000만 조회 수를 훌쩍 넘겼다. 인기는 각종 화제성 지수 순위로도 확인된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27일 발표한 9월 가수 브랜드 평판 순위에서 방탄소년단에 이어 2위에 올랐다. 3위에 걸그룹 블랙핑크가 랭크됐다.

영탁도 소통형이다. 유튜브 계정 ‘영탁의 불쑥TV’와 인스타그램 등 SNS를 이용해 팬들과 자주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일상을 담은 ‘브이로그’와 유튜버들이 한 번쯤은 도전한다는 ‘리액션 영상’ 등 다채로운 콘텐츠를 제작해 내놓고 있다.

아이돌 그룹 같은 개성을 뽐내는 그룹 미스터티, 천명훈, 나태주(왼쪽부터). 사진제공|withHC·스포츠동아DB·KBS



아이돌형…미스터T·천명훈·나태주
트로트 그룹 미스터T, 가수 천명훈, 나태주 등은 저마다 화려한 영상과 안무를 차별화의 요소로 내세웠다.

미스터T는 20∼30대 멤버로 구성된 4인조 그룹으로, 6월 디지털 싱글에 이어 26일 첫 미니앨범 ‘미스터T 볼륨1’을 내놨다. 젊은 연령의 멤버들과 짧은 컴백 주기 등이 아이돌 그룹들과 꼭 닮았다. 발매 당일에는 네이버 브이라이브를 통해 ‘컴백 라이브’도 생중계했다.

천명훈과 나태주는 아이돌 그룹 경력을 십분 살렸다. 그룹 NRG 출신인 천명훈은 지난달 트로트곡 ‘명훈이 간다’를 내놓으면서 조선시대 궁궐을 배경으로 화려한 안무를 추는 뮤직비디오를 만들었다. “아이돌과 트로트 가수의 특징을 섞은 ‘뉴 트로트’를 새 장르로 안착시키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나태주도 태권도를 안무로 승화한 그룹 케이타이거즈 제로 멤버답게 발차기와 공중제비의 현란함 가득한 안무로 무대를 채우고 있다.

‘부캐’를 내세운 가수 홍춘이, 둘째이모 김다비, 슬리피(왼쪽부터). 사진제공|FX엔터테인먼트·유튜브·MBN



부캐형…홍춘이·둘째이모 김다비·슬리피
‘부캐’(부 캐릭터·제2의 자아를 뜻하는 신조어)로 트로트에 도전하는 연예인들은 트로트 세계에 재미와 풍성함을 더한다.

배우 최란(60)은 1999년 드라마 ‘허준’ 속 캐릭터를 딴 ‘홍춘이’라는 활동명으로 7월 ‘그럴 줄 알았지’를 내놨다. “코로나19로 지친 이들을 위로하는 힘”에 반해 트로트에 도전했고, 이를 발판삼아 최근 MBC ‘복면가왕’ 등에서도 활약했다. 최란은 “이 나이에 뭐든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고, 대중도 그것으로 힘을 얻은 것 같다”며 기뻐했다.

“빠른 45년생, 김신영이 둘째이모”로 스스로를 소개하는 둘째이모 김다비는 개그우먼 김신영의 또 다른 이름이다. 새빨간 등산복과 치아에 묻은 립스틱이 포인트다. 70대(?)의 ‘혜안’이 담긴 감칠맛 나는 입담과 노래 ‘주라주라’로 순식간에 방송가를 휩쓸었다.

래퍼 슬리피는 최근 각종 트로트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매력을 뽐내고 있다. 트로트 가수 활동 자체가 일종의 ‘부캐’가 됐다. 최근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래퍼하다 잘 안 돼 트로트를 한다는 말을 듣는데, 맞아요!”라며 ‘쿨’하게 인정했다. 실력만은 다른 가수들에 뒤지지 않는다. ‘힙합 트로트’란 장르를 내세워 파격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