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2021시즌 V리그 준비현장을 가다] 라커룸 리더 3명을 모두 잡고 무한 경쟁하는 KGC인삼공사

입력 2020-10-0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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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2021시즌 V리그 개막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탓에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했던 지난 시즌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남녀 13개 팀은 이제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수많은 관중이 편하게 경기장을 찾던 일상으로 언제 다시 돌아갈지는 알 수 없지만 각 팀은 비시즌 동안 과감한 트레이드와 자유계약선수(FA)영입으로 새 시즌의 기대감을 높였다. 스포츠동아는 17번째 시즌을 앞두고 땀으로 젖은 각 팀의 훈련장을 돌아봤다.

KGC인삼공사는 여자부에서 유일하게 변화가 없는 팀이다. 자유계약(FA)선수 시장에서 내부 FA선수 4명을 모두 잡았고 지난해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 최대어 디우프와의 재계약에도 성공했다. 자유신분선수로 구솔과 이영을 내보낸 것 외에는 팀 구성에서 변화가 없다.

지난 시즌 중반 감독대행을 거쳐 사령탑에 오른 이영택 감독에 힘을 실어주려고 장영기 수석코치를 보강한 것을 제외하고는 스태프도 변화가 없다. 전력이 더 좋아지지 않았지만 새로 손발을 맞춰야하는 다른 팀보다는 안정적이라는 뜻이다. 기존의 선수들끼리 더 조직력을 다진다면 봄 배구에 접근할 가능성은 높다. 지난 시즌 막판 흥국생명과 진땀나는 3위 경쟁을 벌였던 것이나 2020 제천·KOVO컵 3위의 성적을 보면 잠재력은 충분하다.

● 3명 FA선수의 잔류가 팀의 방향을 결정하다
3명 FA선수(센터 한송이, 리베로 오지영, 세터 염혜선)는 라커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베테랑 한송이는 존재만으로도 후배들에게 도움이 된다. 조카뻘 어린 선수들에게는 전설 같은 언니와 함께 훈련하고 경기를 뛴다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 지난 시즌 “이제 5세트 후반”이라고 자신의 배구인생을 돌아봤지만 구단은 센터로서 새로운 경쟁력을 확인했다. 생애 처음으로 ‘베스트7 센터’상을 받은 한송이는 구단과 2년의 FA계약을 맺어 배구인생 시계는 연장됐다. 서로가 간절히 원했기에 계약은 일사천리였다.



IBK기업은행~GS칼텍스를 거쳐 인삼공사에 온 염혜선은 누구나 인정하는 분위기 메이커다. 놀라운 친화력은 모든 선수들, 특히 외국인선수를 베스트 프렌드로 만드는 놀라운 재주가 있다. 이런 능력을 탐냈던 어느 구단은 영입하려고 시도했다. 한때 마음이 흔들렸던 염혜선은 도장을 찍기 직전 “인삼공사의 얘기를 마지막으로 한 번 들어보겠다. 시즌을 같이 한 팀에 대한 의리”라고 했다. 구단의 제시액과 다른 팀의 제시액 사이에서 갈등하면서 눈물을 흘렸던 염혜선은 결정을 미루고 고향으로 향했다. 그가 흘린 눈물의 뜻을 알아차린 구단은 즉시 이영택 감독과 염혜선을 잡으러 목포로 갔다. 만나서 오랜 시간 설득한 끝에 결국 다음날 새벽 2시 반에 목포의 어느 커피숍에서 도장을 받아내 잔류가 확정됐다.



선수들의 군기반장이었던 오지영은 더 어려웠다. 모두가 이별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오지영이 먼저 “왜 적극적으로 구단의 생각을 제시하지 않느냐”고 얘기해 길이 열렸다. 역대 리베로 최고몸값인 2억6000만원에 잔류를 결정한 순간 오지영은 “제가 잘한 것 맞죠”라고 되물었다. 구단은 “이제 선수로서의 기량보다는 오지영의 브랜드가치를 더 높이라”고 주문했다. 팀의 리더로서 “후배와 주변을 더 챙기라”는 요구였다. 솔선수범 리더십의 오지영은 휴가 뒤 복귀 때도 후배들보다 먼저 와서 몸을 만드는 등 자기관리에 모범을 보이고 있다. “어릴 때는 선배들이 열심히 하라는 얘기를 해줘도 몰랐는데 이제는 알 것 같다. 철저한 준비, 몸 관리의 중요성을 자주 후배들에게 얘기해줄 생각”이라고 했다. 이들 3명이 숙소와 라커룸에서 하는 역할이 확실하기에 인삼공사의 밝은 분위기는 코트와 경기장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성적은 몰라도 팀 분위기만큼은 우리가 1등”이라며 구단이 자부심을 가질만하다.

● 여전히 아쉬운 부분은 레프트와 리시브


인삼공사는 최근 몇 시즌 동안 레프트를 보강하려고 노력했다. 최고의 외국인선수인 디우프와 반대편에서 공격의 균형을 맞춰줄 누군가를 찾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 최은지와 지민경 등이 고군분투했지만 다른 팀에 비한다면 무게감이나 높이가 떨어졌다. 이 바람에 중요한 순간에는 디우프에게 공이 몰리는 왜곡현상이 나왔다. 이번 시즌에도 고민은 계속되겠지만 제천·KOVO컵에서 희망을 봤다. 3년차 고의정의 급성장이다. 박은진과 입단 동기로 프로데뷔 시즌 왼쪽무릎 십자인대 부상으로 거의 한 시즌을 통째로 쉬었다. 2번째 시즌에도 발목부상을 당해 V리그 통산 16득점(10 서브에이스)이 전부인 선수다. 연달은 불운에도 고의정은 좌절하지 않았다. 지민경이 무릎 수술로 재활중인 가운데 KOVO컵에서 빼어난 공격능력과 강한 서브로 마침내 기회를 잡았다. 어느 감독은 “진정한 라이징 스타상 대상자”라고 했다.



주전 최은지와 함께 레프트에서 큰 역할을 해줘야 할 고의정이다. 장영기 수석코치는 “힘이 좋다. 기술은 천천히 가르쳐도 된다”며 장점을 극대화시키겠다는 생각이다. 181cm의 신장까지 갖춰 그가 선발로 나가면 인삼공사는 평균 신장이 상대팀보다 높아지는 효과도 누린다. 아직은 리시브와 수비가 불안하지만 상대의 집중타를 견뎌낼 배짱과 어떻게든 선수를 키워내겠다는 코칭스태프의 의지와 구단의 방향성만 있다면 힘든 과정은 의외로 짧아질 수도 있다.

● 돌려 막기와 치열한 내부경쟁이 만들 결과는

이영택 감독은 “기회는 공평하게 주지만 잘하는 사람이 주전”이라면서 무한경쟁을 선언했다. 이미 기량이 검증된 한송이~박은진의 센터 라인에도 2년차 정호영을 경쟁시키고 레프트는 신인 이선우(184cm)를 뽑아 선배들에게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긴장하라고 했다. 이영택 감독은 “꼭 신인왕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이영택 감독은 “부상 없이 선수들이 시즌을 완주하는 것이 목표다. 지금도 부상선수가 많아 돌려 막기를 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치열한 내부경쟁을 통해 더 탄탄한 팀으로 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영택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고의정과 정호영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냈고 모든 선수들이 밝은 표정으로 행복하게 배구하는 것을 본 구단주는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신탄진의 훈련장에는 1억 원을 들여 최신식 웨이트트레이닝 장비로 교체해줬다. 선수들의 숙소도 더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시설을 개선해줬다. 지난 시즌 여자부 득점 1위(832득점)를 차지한 디우프와 동료들의 호흡도 좋다. 감독의 생일에는 와인을 선물했을 정도로 살갑게 지낸다. 신탄진의 인삼공사 훈련장에서는 3번의 V리그 챔프전 우승과 2번의 KOVO컵 우승 현수막이 걸려 있다. 아직 그 벽에는 새로운 우승 현수막을 걸 공간이 충분해 보인다.

●IN&OUT
▲IN=이선우, 서유경(이상 신인 드래프트)
▲OUT=구솔, 이영(이상 자유신분선수)


●예상 스타팅 오더

④라이트 디우프 ③센터 한송이 ②레프트 최은지
⑤레프트 고의정 ⑥세터 박은진 ①세터 염혜선
▲리베로=오지영, 노란, 서유경
▲웜업존=지민경, 이예솔, 고민지, 채선아, 이선우(이상 레프트) 정호영, 나현수(이상 센터) 하효림, 이솔아(이상 세터)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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