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주말드라마 ‘오! 삼광빌라!’(극본 윤경아, 연출 홍석구, 제작 프로덕션 H, 몬스터유니온)에서 전인화와 황신혜는 전혀 다른 두 엄마의 유형을 보여주고 있다. 딸을 사랑하는 마음은 같지만 그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도 도움을 줄 수 있는 분야도 다른 두 엄마의 특별한 사랑법을 자세히 분석해 봤다.
먼저, 삼광빌라 삼남매 이빛채운(진기주), 이해든(보나), 이라훈(려운)의 다정한 엄마 이순정(전인화)의 사랑법, ‘순정 케어’의 핵심은 바로 속을 든든히 채워주는 ‘집밥’이다. 까다로운 재벌가 사모님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30년 경력의 베테랑 가사도우미이자 밥맛 하나로 세입자 계약을 성사시키는 능력 있는 삼광빌라 하숙집 사장님 순정의 손맛에서 탄생한 집밥은 직접 맛보지 않아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특히 순정은 공사현장에서 힘들게 일하는 인테리어 설치기사 빛채운이 속이 빈 채로 집을 나서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국물 한입, 고깃덩이 하나라도 입에 넣어주거나 간단한 도시락이라도 손에 들려 보내야 직성이 풀리는 못 말리는 순정만의 사랑법이다.
순정 케어의 또 다른 중요 포인트는 ‘행운의 꽃잎’이다. 순정에겐 몇 가지 미신이 있다. 그 중에 하나는 제일 기쁘고 행복했을 때 낡은 국어사전에 말려 놓았던 꽃잎을 불어 공중으로 날려 보내면 또 다시 행운으로 찾아온다고 믿는 것. 이처럼 순정만의 귀여운 미신인 행운의 꽃잎은 빛채운의 앞날이 걸린 중요한 날이면 어김없이 등장한다. 효과도 좋은 편이다. 결국 빛채운은 표절의혹을 지우고 공모전 최우수상을 인정받았고, 뜻밖의 일거리가 생겼으며, 무엇보다 LX패션의 인턴자리를 제안 받아 디자이너의 꿈에 첫 걸음을 내디뎠다. 순정은 현실적인 도움보다는 응원밖에 해줄 수 없다는 사실에 늘 미안함을 느꼈지만 빛채운은 온 마음을 담은 엄마의 응원 덕분에 실패를 극복하고 다시 일어나 성큼성큼 나아갈 수 있었다.
반면 LX패션의 본부장 장서아(한보름)의 완벽한 엄마 김정원(황신혜)의 사랑법, ‘정원 케어’의 핵심은 일적으로도, 심적으로도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실질적 조언’이다. 평소엔 사랑의 표현을 아끼지 않는 자애롭고 너그러운 엄마이지만 때론 엄하게 서아의 잘못을 짚어주고, 양심에 따라 올바르게 행동하는 삶의 태도와 용기 있게 문제에 직면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멋진 엄마 정원만의 특별한 사랑법이다.
정원 케어의 또 다른 포인트는 ‘해결사’적 면모다. 엄마를 닮아 모든 방면에서 완벽해 보였던 서아는 과거 학교폭력사건으로 악연을 맺은 빛채운과의 재회 한 번에 무너져버렸다. 명확한 근거 없이 표절의혹을 제기해 공모전 당선을 취소시켰고, 빛채운 이름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경기를 일으켰다. 힘들어하는 딸을 위해 정원이 해결사로 나섰다. 양심에 따라 빛채운의 당선 취소 결정을 거뒀고, 디자인에 재능을 보이는 그녀에게 인턴직을 제안하며 딸을 보호하면서도 재능 있는 인재를 회사에 채용하는 성숙한 문제해결 방식을 보여줬다. 덕분에 서아는 엄마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엄마와 닮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조금씩 성장하는 중이다.
‘오! 삼광빌라!’는 매주 토, 일 저녁 7시 55분 KBS 2TV에서 방송된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