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초보 감독·코치? 준비된 지도자 군단이 만든 KT 가을 마법

입력 2020-10-27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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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20일. KT 위즈는 이강철 감독 선임을 발표했다. 투수코치, 수석코치로서 잔뼈가 굵은 이 감독이지만 사령탑 경험은 처음이었다. ‘초보 사령탑’ 이 감독과 함께 KT 유니폼을 입은 코치들 역시 초보였다. 김태균 수석코치(49), 박승민 투수코치(43), 김강 타격코치(32) 모두 파트 메인으로 전면에 나선 경험이 적었다.

하지만 이 감독은 초보가 아닌 준비된 사령탑이었다. 김 수석 이하 코칭스태프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KT 창단 첫 5할 승률에 이어 올 시즌 첫 포스트시즌 진출까지 확정했다. 이 감독과 준비된 지도자 군단이 함께 만든 결과다.

“소통? 특별한 게 아니다.”

수훈선수 인터뷰에서 타자는 타격코치, 투수는 투수코치에 대한 고마움을 얘기한다. 감독에 대한 고마움도 당연하다. 반면 수석코치는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고 언급될 기회도 적다. 음지에 있지만 역할은 크다. 수석코치의 역량은 구단의 전반적 분위기와 직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KT의 덕아웃이 늘 유쾌한 데는 김태균 수석의 지분이 상당하다.



비결은 소통이다. 외부에는 무뚝뚝한 이미지로 비춰 편견을 갖는 이도 있지만, 김 수석을 KT에 데려온 이강철 감독은 물론 KT 선수단도 김 수석에 대한 감사를 늘 품고 있다. 이 감독은 재계약 발표 직후 “늘 보이지 않는 곳에서 헌신하고 분위기를 만들어준 김 수석 덕에 좋은 성적을 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김 수석과 가장 자주 소통한 ‘캡틴’ 유한준은 “주장이기 때문에 자주 접할 수밖에 없다. 선수단에 힘을 많이 실어주셨다. 그 덕에 가교 역할을 잘 수행했다”고 했다. 황재균도 “시즌 초 성적이 안 날 때 팀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모두가 예민했는데 수석코치님이 권위적이지 않게 분위기를 띄워주셨다. 6월 이후 상승세 타고 잡음 없던 건 그때 배려가 컸다”고 했다. 박경수도 “야구 얘기는 물론 개인적 고민까지 털어놓으며 두터운 신뢰가 쌓였다”고 밝혔다.

KT 안방마님 장성우는 “모든 사람들이 소통을 중시하는데 사실 특별한 게 없다. 선수가 믿고 자신의 고민과 어려움을 털어놓는다면 그게 소통”이라고 강조했다. 선수 입장에서 어느 한 부위 통증이 심해서 ‘오늘 뛰면 다칠 것 같고, 팀에 보탬이 안 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그때 ‘내가 얘기해도 꾀부린다고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쌓이면 그게 신뢰, 소통이다. 장성우는 올 시즌 고관절 통증에도 적절한 안배와 함께 타점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장성우는 “사실 수석코치라는 자리가 선수 입장에서는 어렵다. 프로 10년이 넘었지만 이렇게 선수단에게 다가와주는 수석코치는 처음”이라며 감사함을 전했다.

사실 코치 입장에서 주전 선수들을 챙기기는 쉽다. 주전 위주로 챙긴다면 비주전은 소외받기 십상이다. 하지만 김 수석은 백업 선수들도 엄마의 마음으로 챙겼다. 올 시즌 대수비와 대주자로 팀에 힘을 보탠 송민섭은 “감독님과 김태균 수석을 비롯한 다른 코치님들 모두 내겐 그라운드 위의 부모님 같은 분이다. 야구에 대한 얘기부터 개인적인 고민까지 모두 털어놓을 수 있다는 자체가 행복했다”고 감사를 전했다.


선수보다 젊은 코치? 나이는 숫자에 불과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흔히 베테랑들이 젊은 선수에 비해 부족함 없는 기량을 보일 때 쓰이는 문장이다. 하지만 반대로 통용되는 경우도 있다. 김강 타격코치도 그 중 한 명이다. 유한준(39), 박경수(36), 황재균(33) 등 주축 타자보다 나이가 어리지만 선수들은 김 코치를 절대적으로 신뢰한다. 매일 경기 후 새벽까지 선수들의 영상과 데이터를 분석하며 문제점을 정확히 찾아내려고 노력한다. 선수들이 타격에 대해 안 풀릴 때 적극적으로 찾는 코치가 됐다. 지난해 타격보조코치였지만 후반기부터는 사실상 메인 역할을 맡고 있었기에 구단 내부에서도 김 코치 선임을 주저하지 않았고, 실제 결과로 효과가 드러나고 있다.

박승민 투수코치의 지도력도 KT에서 꽃피웠다. 선수 시절 일찍 유니폼을 벗었는데, 은퇴 후 세이버메트릭스에 대한 관심을 보이며 공부를 계속했다. 투수들에게 숫자를 통해 말하는 걸 즐긴다. 이승호 불펜코치 역시 마찬가지다. 이 코치도 스카우트와 재활코치로 활약한 경험을 토대로 젊은 투수들의 멘토 역할을 해냈다. 젊은 투수가 즐비한 KT에 딱 맞는 인사다.

2년 연속 10승을 거두며 KT 토종 에이스로 우뚝 선 배제성 역시 박승민 코치에 대한 고마움을 늘 품고 있다. 배제성은 “롯데 자이언츠 시절부터 나에 대한 주위 편견이 있었다. ‘배제성은 안 돼. 쟨 제구 못 잡아’라는 시선을 알고 있었다. 나도 나를 못 믿었다. 하지만 나조차 못 믿던 배제성을 가장 처음 믿어준 게 박승민 코치님이다. ‘네가 왜 안 되나? 충분히 할 수 있다’는 말로 자신감을 심어주셨다. 배제성은 ”박 코치님과 이 코치님을 만난 것은 내 인생의 행운이다. 어떤 고맙다는 말로도 표현이 안 된다”며 감사를 전했다.

이강철 2기, 초보 딱지를 떼다!

이 감독의 3년 재계약으로 ‘이강철 2기’가 도래하게 됐다. 초보 사령탑이었던 이 감독은 물론 초보수석코치, 초보타격코치 모두 만년 꼴찌가 가을을 담도록 만들었다. 이 감독과 코치 개개인간의 신뢰가 두텁고, 이 믿음은 선수단과 소통에도 든든한 무기다. 5강이라는 기대이상의 성적으로까지 이어졌기 때문에 굳이 변화의 메스를 대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은 무리수다. 이 감독의 리더십은 내년에도 한 호흡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앞선 2년간 초보 딱지는 뗐다. 경험까지 쌓은 준비된 지도자들의 2기가 기대되는 이유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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