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무비] ‘내가 죽던 날’ 절망하는 내게 손짓하는 위로

입력 2020-11-10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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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가 죽던 날’ 리뷰

남편과 불행한 이혼을 하고 급기야 출동 중 어깨 부상을 입어 오랜 공백기를 가진 후 복직을 앞둔 형사 ‘현수’(김혜수 분)는 태풍이 몰아치던 밤, 외딴섬 절벽 끝에서 유서 한 장만을 남긴 채 사라진 한 소녀의 사건을 종결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소녀가 있던 섬으로 간 현수는 그가 살던 집과 쓰던 물건들을 살펴보고 소녀가 살았던 집 주인인 ‘순천 댁’(이정은 분)을 비롯해 섬사람들에게 소녀에 대해 물어본다. 소녀의 아버지는 범죄에 연루됐고 오빠는 복역 중. 아버지의 비밀 노트를 갖고 있던 소녀는 참고인에서 주요 증인이 되면서 섬으로 오게 됐다는 것을 알게 된다.

수사종결을 위해 갔지만 현수는 이 소녀의 모습이 자꾸 마음에 걸린다. 이혼도 준비해야 하고 남편 때문에 생긴 업무 중 사고와 신체적인 부상으로 마음이 팍팍해진 현수는 고립이 된 소녀의 모습이 자신과 닮았다고 생각하며 자꾸 소녀의 감정에 점점 이입을 하게 된다.

‘내가 죽던 날’은 수사물처럼 보이지만 드라마로 담담하게 풀어나간다. 극이 절정에 이르기까지는 시간이 길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절정에서부터 결말은 그 지루함을 완벽하게 해소해준다.

결국 이 영화는 ‘희망’을 보여준다. 터널의 끝은 분명 빛이지만 우리가 그 터널을 갈 수 있는 이유는 중간 중간 길을 밝혀주는 조명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죽던 날’은 절망의 순간에 빠져 마치 어두운 터널을 지나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조차 우리에게 도움의 손길이 있었음을 알게 해주는 위로를 전한다.

김혜수 역시 인터뷰에서 “내가 힘들 때 아무도 없다는 생각이 들지만 돌이켜보면 누군가 내게 도움을 주고 있었다”라며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 중 하나이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이 영화를 진두지휘하는 김혜수는 가장 민낯의 김혜수를 보여준다. 캐릭터성이 강한 인물이 아닌 가장 김혜수다운 얼굴을 보여준다.

이정은은 이 영화의 ‘핵심 키’다. 이 이야기의 절정을 ‘훅’하고 찔러버리는 이정은의 연기는 보는 이들의 눈가를 촉촉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 말을 못하는 설정이지만 표정에서 모든 감정이 나오다 못해 흘러넘친다. 스포일러가 될지 모르지만 ‘너 자신이 남았다’는 대사는 아마도 이정은의 명대사로 남지 않을까.

‘사라진 소녀’ 노정의 역시 외롭고 고통스러운 심경을 촘촘히 연기해냈다.

박지완 감독의 첫 장편 영화 데뷔작으로 11월 12일 개봉한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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