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혜수 “아픈 그대에게 손 내밀듯…이야기 자체가 위로였다”

입력 2020-11-10 06:57: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크고 작은 일상의 아픔 속에서 12일 개봉하는 영화 ‘내가 죽던 날’로 스스로 위안을 찾아 나섰던 김혜수.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이 요동칠 때도 있다”면서도 “살아간다는 건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제공|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김혜수가 12일 개봉영화 ‘내가 죽던 날’을 선택한 이유

작년 이맘때 가족채무 문제로 구설수
“이제 여기까지만 하자” 무력감 시달려
그때 받았던 ‘내가 죽던 날’ 시나리오
사라진 소녀 뒤 따라가는 형사에 공감
“나에게는 친구가 있습니다. 내가 힘들거나 몸이 아플 때 늘 내 곁을 지켜줍니다. 삶이 절망적일 때, 다 내려놓고 싶을 때 잊지 않고 나를 만나러 와 줍니다.”

배우 김혜수(50)는 선배 김혜자를 떠올렸다. 류시화 시인이 엮은 시집 ‘마음챙김의 시’를 추천하며 김혜자가 내놓은 말이었다. 견뎌내지 못할 것 같은 절망과 상처 속에서 일상을 헤맬 때, 선배의 말은 자신에게 한없이 따스한 온기를 전해주었다고 김혜수는 돌이켰다.

온기를 고스란히 새 작품에 투영했다. 12일 개봉하는 영화 ‘내가 죽던 날’(감독 박지완·제작 오스카10스튜디오, 스토리퐁)이다. 경찰 수사 사건의 주요 증인인 소녀가 한 장의 유서만을 남기고 사라진 뒤 그의 행적을 좇는 형사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는 김혜수에게 치유의 무대가 됐다. 매우 힘겨웠던 시절을 지나며 고통스러운 일상을 살아야 했던 때였다.

배우 김혜수. 사진제공|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아픔의 공감, 사람이 있었다”
“무슨 일 때문이냐고? 이미 언론에 다 나온 얘기인데…, 호호!”

그렇게 웃지만 지난해 김혜수는 갑작스레 세간에 알려진 가족의 채무 문제로 이미 몇 년 전부터 아픔을 겪어왔다. 배우로서도 “이제 여기까지만 하자”며 수시로 떠오르는 무력감에 시달렸다.

“살다보면 피해갈 수 없는 일이 있지 않나? 그래도 모든 걸 내려놓고 그만두고 싶었다.”

일을 하고 싶지도, 할 수도 없는 상황이 이어졌다. 그때 ‘내가 죽던 날’의 시나리오를 받아들고 한달음에 읽었다. 사라진 소녀의 아팠던 마지막 행보를 뒤따라가며 공감의 시선으로 형사 스스로도 자신을 되찾아 가는 이야기 자체가 위안과 치유의 과정이었다. “많이 아팠던 사람이 많이 아픈 사람에게 손길을 내미는 이야기”에 폭 빠져들었다. 결국 위로를 받았다. 스스로를 그렇게 치유해가며 카메라 앞에 나섰다.

김혜자의 시집 추천사가 멀리 있지 않은, 그저 생경한 수사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도, 그래서 기어이 눈물이 흐르고 있음도 알았다. “암흑의 터널 속에서도, 마음으로 온전히 상황을 받아들일 만한 공간이 없을 때도, 사람이, ‘네가 너를 구해야지’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늘 곁에 있었”던 덕분이었다. 그는 당장 그것을 느끼지 못하더라도 지나고 나면 결국 깨닫고 그래서 더욱 고마워할 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김혜수는 ‘내가 죽던 날’ 이후 새로운 무대를 고심 중이다. 사진제공|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결국 희망이다”
그가 말한 사람들 가운데에는 ‘내가 죽던 날’에서 함께 호흡한 이정은, 노정의, 김선영 같은 동료 연기자들도 있다. “서로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그 무언가, 함께 공기를 마시고 느끼며 서로를 바라보게 하는 그 무언가”의 힘이었다. “진심의 공감”이라고 김혜수는 말했다.

김혜수는 그렇게 진심과 공감의 힘을 얹은 새 작품으로 이제 관객을 만난다. 하지만 그 이전, 영화는 이미 스스로를 위안해가며 아픈 일상을 되살피게 해주었다고 김혜수는 말하고 또 말했다.

그렇게 한 편의 작업을 마치고 남은 것, 그건 희망이라고 김혜수는 다시 말했다. “어디에나 있지만 돌아보지 못하는 상황이 많을 뿐이다”며 그는 관객을 위로할 채비를 마쳤다. 마침 김혜자도 이렇게 썼다.

“그 친구의 이름은 바로 ‘희망’입니다. 당신도 그 친구와 자주 연락하세요.”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