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V1] ‘부분’의 조각으로 완성한 우승 그림, 이동욱이 말하는 리더십

입력 2020-11-25 1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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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20 신한은행 SOL KBO 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6차전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중립 경기가 열렸다. 4-2 승리를 거두며 시리즈 전적 4승 2패로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 지은 NC 선수들이 이동욱 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다. 고척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언제나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자신이 아닌 선수들에게로 돌린다. 그렇기 때문에 리더십이나 철학을 직접 들을 기회가 적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늘 말이 아닌 행동으로 자신의 리더십을 설명한다. 이동욱 NC 다이노스 감독(46)은 그렇게 사령탑 부임 2년 만에 통합우승을 일궈냈다.

다음은 우승 이튿날인 25일 이 감독의 구술을 정리한 내용이다. 그는 “리더십을 명확하게 정의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지만 충분한 답이 된 듯하다.

“리더십은 한 명에게만 배워서 완성되지 않았다. 학생 때 선생님, 선수 때 감독과 코치들을 보며 느낀 점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집에서 어머니께 배운 것들이 떠오른다. 그래서 우승 후 어머니를 떠올리며 울컥했던 것 같다.”

“어머니는 어린 시절부터 단 한 번도 ‘동욱아, 운동 열심히 해라’는 말을 안 하셨다. 물론 명확한 기준을 세우고 그걸 어기면 야단도 치셨지만…. 가령 내가 서예를 하고 싶었을 때 이유를 물은 뒤 지원했고, 그만하고 싶다고 했을 때 역시 이유를 물은 뒤 허락하셨다. 친형이 공부를 굉장히 잘했다. 그런 형의 성적이 떨어지고 집에서 텔레비전만 봐도 전혀 뭐라고 안 하셨다. 좀 크고 나서 그 이유를 여쭤봤다. ‘나라고 왜 잔소리 안 하고 싶겠냐. 그런데 내 아들을 내가 못 믿으면 누가 믿겠냐’고 하셨다. 딸 키우는 아버지가 되니 선수도 다 내 자식 같다. 잔소리는 못하는 게 아니라 안하는 것 같다. 감독이 한 번 참으면 선수들도 느끼는 게 있을 것이다.”

“밖에서는 ‘왜 이동욱 감독은 자꾸 정보를 숨길까’라고 한다. 선발투수를 밝히지 않고, 부상 선수의 정확한 복귀시점을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감독의 말은 코치 때와 무게감이 다르다. 감독의 말 한마디는 선수를 죽이고 살린다. 이제 2년째인데 하면 할수록 느껴진다. 물론 나도 선수가 잘못하면 속이 상하고 화도 난다. 다만 거기서 표현한다고 바뀌지 않는다. 부상 선수가 언제 복귀한다? 그렇게 얘기하면 선수는 이 문장에 갇힌다.”

“소통이 화두인데, 과연 정확한 개념이 뭘까. 듣고 싶은 말을 하는 것,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도 물론 소통이다. 때론 침묵이 소통이 될 수 있다. 일반 직장인이나 학생들도 마찬가지 아닌가. 윗사람이 뭔가를 지시하면 마음이 안 갈 수밖에 없다.”

“144경기를 하다보면 선수 한 명 때문에 지는 경기가 있다. 그럴 때 감독이 ‘누구의 실책 때문에 졌다. 그게 패인이다’라고 하면 선수에겐 정말 치명적이다. 내가 그걸 경험해봤다. 너무 큰 상처였다. 예전엔 그런 질책이 자연스러운 분위기였다. ‘지도자가 되면 절대 질책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내가 경험한 아픔을 선수에게 돌려주고 싶지 않았다.”

2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한국시리즈 6차전 경기가 열렸다. NC가 두산에 한국시리즈 4승 2패를 기록하며 우승을 차지한 뒤 이동욱 감독과 김택진 구단주가 선수들을 환영하고 있다. 고척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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