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을 빛낸 영화배우’ 들여다보니…동갑내기 김혜수·이정은 눈부셨다

입력 2020-12-21 06:57: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남자배우들이 장악한 스크린에서 김혜수(왼쪽)와 이정은이 ‘2020년을 빛낸 영화배우’ 10위권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사진제공|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스포츠동아DB

영화 ‘내가 죽던 날’서 호흡 맞춰
경찰-섬 주민 역으로 공감대 얻어
남자배우 틈 속에서 당당히 톱10
“모든 걸 내려놓고, 그만두고 싶었다.”(김혜수)

30년에 가까운, 짧지 않은 길을 카메라 앞에서, 무대 위에서 걸어왔지만 여전히 힘겹다. 때마다 은퇴를 떠올리며 포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관객이 있었다. 그래서 카메라 앞을, 무대 위를 떠나지 않았다. 그렇게 걸어왔던 길의 한 가운데서, 2020년 스크린에서 빛을 발했다.

배우 김혜수와 이정은. 1970년생 동갑내기인 두 사람이 올해 스크린에서 가장 활약한 배우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한국갤럽이 발표한 ‘2020년을 빛낸 영화배우’를 묻는 설문조사에서 김혜수와 이정은은 남자배우들로 가득한 10위권에 당당히 자리를 잡았다.

남자배우들 틈바구니에서 ‘악전고투’
올해 11월5일부터 29일까지 전국 만 13세 이상 1700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에서 김혜수는 9위(3.5%), 이정은은 10위(3.4%)를 차지했다. 송강호(27.8%), 이병헌(14.0%), 마동석(9.1%), 황정민(7.5%), 공유(5.9%), 하정우(4.0%), 이정재(3.6%)의 순위에서 두 이름이 유난히 빛난다. 더욱이 손예진이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의 활약으로, 조여정이 ‘기생충’ 속 존재감으로 각각 이름이 거론됐지만 순위권에는 들지 못한 상황이다.

그만큼 한국영화계와 스크린 속에서 남성배우들이 여전히 힘을 과시하는 상황임을 보여준다. 7월 영화진흥위원회가 한국영화의 성 불균등 및 불평등 실태를 분석한 ‘한국영화 성평등 정책 수립을 위한 연구’ 보고서는 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2009년부터 2018년까지 10년 동안 매년 흥행 50위권 468편의 작품 가운데 절반이 “이름이 있는 여성 캐릭터가 둘 이상 존재하지 않거나, 배경에 가까운 인물이거나, 남성으로만 구성된 동성 집단에 구색 맞추기 정도로만 존재”에 그쳤다.

이번 한국갤럽의 설문조사 결과는 이 같은 환경 안에서 김혜수와 이정은의 ‘악전고투’가 얼마나 큰 성취로 이어졌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진심의 공감과 충만한 연대로”

두 사람은 11월12일 개봉한 영화 ‘내가 죽던 날’에서 호흡을 맞췄다. 경찰 수사 사건의 증인인 한 소녀가 외딴 섬에서 사라지며 벌어지는 이야기 속에서 김혜수는 그의 행적을 찾아 나선 형사, 이정은은 섬 주민이었다. 이들은 소녀의 아픔을 보듬어가며 자신들의 상처까지 치유해간다.

영화는 김혜수와 이정은의 연기로 온기를 채우며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한국갤럽의 설문조사 결과는 올해 유난히 여성 캐릭터가 중심이 된 영화가 많았던 스크린에서도 두 사람이 더욱 뚜렷한 성과를 이뤘음을 보여준다. 두 사람은 처음 호흡을 맞췄지만 “서로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함께 공기를 마시고 느끼며 서로를 바라보게 하는 진심의 공감”과 “충만한 연대”로 함께했다고 돌아봤다.

스크린 스타로서 관객을 만나온 김혜수, 올해 ‘내가 죽던 날’과 함께 드라마 ‘하이에나’로 시청자와도 만났다. 이정은은 오랜 무명의 연극무대에서 날아와 2015년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 이후 지난해 개봉작 ‘기생충’을 통해 올해 대종상 여우조연상의 영광을 누렸다. 김혜수는 드라마 ‘소년 심판’으로, 이정은은 영화 ‘자산어보’로 내년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