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 나오는 자랑스런 아빠’ LG 이성우가 마지막 1년을 대하는 각오

입력 2021-01-14 1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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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이성우. 스포츠동아DB

30대 중후반인 베테랑의 머리에서 ‘은퇴’라는 단어는 쉽사리 떠나지 않는다. 늘 각오하고 있지만 구단의 칼바람이 언제, 어떻게 불어 닥칠지 모른다. 시즌을 앞두고 미리 은퇴를 선언하는 선수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승엽, 박용택, 이호준 등 KBO리그 전설들에게만 허락된 게 ‘예고 은퇴’다.

KBO리그 최고령 야수 이성우(40·LG 트윈스)는 올 시즌 후 은퇴 의사를 밝혔다. 2017년부터 매년 ‘마지막’을 머리에 두고 뛰었는데 이제는 그 뜻을 확실히 굳혔다. 2018시즌 후 SK 와이번스에서 방출될 때 손을 뻗어준 LG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울 각오다. “야구인생을 스스로 행복하게 정리할 수 있는 해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에는 그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올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시작은 단역이었다. 조연을 꿈꾸기도 힘든 듯했다. 하지만 버텨내는 자가 강한 것이라는 말을 입증이라도 하듯 알토란같은 활약을 펼쳤다. 올해로 프로 21년차. 커리어 내내 ‘수비 원툴’ 백업으로 분류됐지만, 통산 7홈런 중 지난해 3홈런을 때려내는 등 성장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5월 27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선 생애 첫 만루홈런까지 터트리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LG 내부에선 40대에 접어들었음에도 선배 박용택에게 타격에 대한 질문을 구하는 등 야구를 대하는 태도에 더 높은 점수를 매긴다. 이성우는 “여러 팀을 옮기며 야구를 했는데 지금 LG에서의 이 순간이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인 것 같다”며 “주장인 (김)현수가 우리를 최고로 이끌 수 있도록 뒤에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광주에서 고생하는 아내와 아이들을 떠올리면 언제나 미안함이 앞선다. 아빠의 손길이 필요한 아이들은 어느 날 “아빠가 야구선수를 안 했으면 좋겠다”고 투정을 부리기도 했다. 아버지로선 가슴이 미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단역에서 조연, 그리고 때로는 주연으로 비중을 늘려가는 그를 보며 아이들도 마음을 바꿨다. 이성우는 “TV에 나오는 아빠 모습을 보며 응원하고 행복해 하는 아이들 덕에 선수생활을 이어갔다. 올해 잘 마무리한 뒤 친구 같은 아빠로 돌아가 추억을 많이 쌓겠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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