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도로공사 켈시는 맥마혼의 성공 스토리를 재현할까?

입력 2021-01-17 14: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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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리그의 ‘찐 팬’이라면 리즈 맥마혼(28)을 기억할 것이다. 여자부 첫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이 열린 2015~2016시즌 5순위로 IBK기업은행 유니폼을 입었던 선수다. 얼굴이 하얗게 뜬 채로 치른 데뷔전을 망치고 눈물을 펑펑 쏟아 당시 화제도 됐다.

성격이 여려서 호랑이 이정철 감독에게 혼도 많이 났다. 키 198㎝, 몸무게 87㎏의 체격에서 나오는 힘과 타점은 좋았지만, 성격은 소극적이었다. 그런 맥마혼은 대반전을 만들어냈다. 스피드를 포기하고 높이와 파괴력의 장점을 살려준 세터 김사니 덕분에 4~5라운드 연속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정규리그 우승을 안겼고, 시즌 MVP까지 차지했다.

그를 이정철 SBS스포츠 해설위원이 소환했다. 이번 시즌 외국인선수들의 특징을 설명하던 방송 중계 도중 도로공사 켈시(26)를 두고 “맥마혼처럼 눈이 선해 보인다”고 말했다. 켈시 역시 맥마혼처럼 멘탈이 성공의 관건이라고 평가한 것이다.

지난 시즌 3명의 외국인선수 때문에 많은 애를 태웠던 도로공사 프런트는 이번 시즌 소박한 목표를 세웠다. 우승 같은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외국인선수와 시즌을 끝까지 마치려고 한다. 켈시는 “부상만 없다면 내가 스스로 팀을 떠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먼저 구단을 안심시켰다. 돼지국밥을 좋아하고 찌게에 밥을 말아먹을 정도로 한국생활과 음식에도 잘 적응했다.


아쉬움도 있었다. 코트를 벗어나면 활발하지만, 이상하리만치 코트에선 조용했다. 경기에 더 집중하려는 의도겠지만, 외국인선수에게 많은 것을 의지하는 V리그의 특성상 코트에서 행동과 표정으로 활기를 보여주길 바랐다. 특히 아쉬운 것은 공격실패 후의 표정관리였다. 빨리 실패를 잊고 더 뻔뻔해져야 하는데, 켈시는 그렇지 못했다.

설상가상 이번 시즌 처음 주전 세터로 한 시즌을 치르는 이고은도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었다. 세트 내내 잘 하다가도 20점 이후 중요한 순간만 되면 자신의 판단에 확신을 갖지 못하고 패스가 흔들렸다. 이 바람에 앞으로 치고나갈 기회를 여러 차례 놓쳤다.

다행히 4라운드부터 문제해결의 실마리가 보였다. 17일 현재 팀은 2승2패를 거두며 승점 7을 보탰다. 무엇보다 켈시가 점점 좋아지고 있다. 1, 2라운드 36.43%, 36.96%의 공격성공률에 머물렀지만 3, 4라운드 41.92%, 45.12%로 치솟았다. 김종민 도로공사 감독은 2단 연결 때의 공격효율을 높이려고 켈시가 좋아하는 높이에 공이 가도록 연결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았다. 투자한 만큼 효과도 나왔다. 라운드당 범실이 39~25~28~17개로 줄었다.

켈시는 13일 흥국생명전에서 이번 시즌 여자부 한 경기 최다득점 신기록(49득점·공격성공률 47%)을 작성했다. 16일 현대건설전에서도 29득점, 공격성공률 46.67%를 찍었다. 사흘 새 무려 160번의 공격 점프를 해 피로가 쌓였을 텐데도 상대팀 에이스의 블로킹 위에서 쉽게 공격하는 모습이 자주 나왔다. 자신이 확인한 높이의 자신감에서 나온 결과다.

박정아가 정상궤도로 접어들고, 정대영-배유나의 센터라인은 6개 팀 중 가장 활발하다. 켈시가 지금처럼 에이스 역할을 해주면 도로공사의 ‘봄 배구’ 희망은 커진다. 김 감독은 “앞으로 벌어질 4경기가 중요하다. 몇 번 기회를 놓쳤기에 우리 선수들 모두 어떻게 하면 되는지 잘 알고 있다. 요즘 자신감이 붙은 켈시는 더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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