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우, ‘약속의 땅’서 3년 8개월만에 통산 3승 달성

입력 2021-01-25 11:53: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김시우.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공동 선두였던 패트릭 캔틀레이(미국)가 18번(파4) 홀에서 버디를 기록하며 22언더파 단독 1위로 먼저 경기를 마쳤을 때, 15번(파4) 홀을 파로 마친 김시우(26)는 3개 홀을 남기고 있었다. 1라운드 공동 3위~2라운드 공동 2위~3라운드 공동 1위를 차지했던 그는 캔틀레이의 기세가 만만치 않았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16번(파5) 홀에서 버디를 잡아 다시 22언더파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그리고 134m 파3 17번 홀. 티샷을 6m 거리에 떨군 뒤 쉽지 않은 라인이었음에도 버디로 연결했다. 23언더파로 마침내 다시 단독 선두 자리를 되찾은 그는 우승을 확신한 듯 오른 주먹을 불끈 쥔 채 포효했다. 그리고 18번(파4) 홀을 침착하게 파로 마무리하며 1타 차 짜릿한 우승을 완성했다. 혹시 모를 연장전을 준비하던 캔틀레이는 허탈한 듯 웃음을 지으며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김시우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통산 3승을 달성했다. 25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킨타의 PGA 웨스트 스타디움 코스(파72)에서 열린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총상금 670만 달러·74억 원) 4라운드에서 버디 8개만으로 64타를 마크하며 최종합계 23언더파 265타타로 120만6000달러(13억3000만 원)의 우승상금을 품에 안았다. 1, 3라운드에 이어 이번 대회 세 번째 ‘보기 프리(free)’ 라운드를 펼치며 이날만 11언더파로 위협하던 캔들레이를 극적으로 따돌렸다. 2016년 8월 윈덤 챔피언십에서 한국인 최연소 PGA 투어 우승 기록(21세2개월)을 세웠던 그는 2017년 5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이후 3년 8개월 만에 승수를 추가하며 오는 4월 열리는 ‘명인열전’ 마스터스 토너먼트 출전권과 함께 2023년까지 투어 카드를 확보했다.

맥스 호마, 토니 피나우(이상 미국)와 함께 15언더파 공동선두로 4라운드를 맞은 김시우는 전반에만 4타를 줄였다. 호마는 2타를 잃어 일찌감치 선두경쟁에서 탈락했고, 피나우는 3타를 줄여 김시우를 1타 차로 추격하는 양상이었다. 전반을 마칠 무렵 복병 캔틀레이가 등장했다. 11언더파 공동 14위로 출발한 캔들레이는 13번(파3) 홀까지 버디만 8개를 낚아 김시우와 어깨를 나란히 한 뒤 15번~16번(파4) 홀 연속 버디로 가장 먼저 21언더파 고지를 밟았다. 하지만 김시우는 저력이 있었다. 10번(파4)~11번(파5) 홀 연속 버디를 기록한 뒤 캔틀레이가 먼저 22언더파로 게임을 마친 뒤에도 침착함을 잃지 않았고, 결국 우승 영광을 쟁취했다.

김시우에게 스타디움 코스는 ‘약속의 땅’이나 다름없다. ‘골프 천재’로 불리며 프로보다 나은 아마추어로 이름을 떨쳤던 그는 신성고 2학년 시절이던 2012년 12월 역대 최연소(17세5개월6일)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퀄리파잉스쿨을 통과했다. 좋은 추억을 갖고 있어서인지 김시우는 이번 대회 스타디움 코스에서 치른 3개 라운드에서 단 한 개의 보기도 기록하지 않았다. 이글 1개, 버디 17개로 19타를 줄였다. 반면 니클라우스 토너먼트 코스에서 열린 2라운드에선 버디 6개를 잡았지만 보기를 2개나 범했다.

3년 8개월 만에 챔피언 트로피를 추가한 김시우는 “4라운드 막판 리더보드를 보면서 경기했다”며 캔틀레이와의 숨막히는 스코어 경쟁을 떠올린 뒤 “마지막까지 차분함을 유지한 게 우승으로 이어진 듯하다.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우승해 기쁘다”고 밝혔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