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앞서가던 SK의 매각, 지자체 상생 통한 자생은 여전히 멀었나

입력 2021-01-28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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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 야구인들은 이번 SK 와이번스의 매각을 우려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야구단 소유관이 과거와 같지 않다는 것이다. 자생력을 갖추지 못하는 구단은 언제든지 모기업으로부터 ‘처분 대상’에 오를 수 있다. 스포츠동아DB

SK 와이번스의 매각은 야구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모두가 ‘왜 SK가?’라는 의문을 던졌다. 제2, 제3의 와이번스가 나올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다. 결국 해답은 ‘자생력’이지만, 현재로선 쉽지 않아 보이는 게 사실이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27일 스포츠동아와 전화통화에서 “이번 SK 매각은 야구는 물론 프로스포츠 전체에 던지는 메시지가 분명하다”고 입을 열었다. 허 위원은 “한국의 기업들이 프로스포츠를 대하는 인식이 달라졌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프로 초기 감독 출신 원로 A는 “프로야구 출범 당시만 해도 정부에서 기업에 창단을 반강제적으로 요구했다. 대기업들이 참여했고, 실제로 무형의 광고효과도 누렸다”며 “지금은 다르다. 야구단을 운영하는 대기업들은 주로 글로벌시장이 무대다. 야구단을 통해 누리는 광고효과는 크지 않다. 언제든 SK처럼 야구단을 팔 팀이 나올지 모른다”고 분석했다.

실제 수년 전까지만 해도 야구단은 삼성전자, 기아자동차, LG전자 등 글로벌기업의 전유물이었다. 반면 야구계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NC 다이노스의 모기업 엔씨소프트, 와이번스를 인수한 신세계그룹 등은 주로 내수시장이 주무대다. 이와 관련해 내수시장이 주무대인 일부 대기업에서 또 다른 야구단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이야기도 꾸준히 돌고 있다. 글로벌기업이 매력을 못 느끼고, 내수기업이 관심이 있다면 언제든 이번 같은 매각은 가능하다.

기업에서 수요와 공급에 따라 계열사를 주고받는 것은 흔한 일이다. 다만 야구를 산업으로 본다면, 자생하기 어려운 야구단이 모기업의 변화에 휩쓸려 방향을 잃을 수 있기에 마냥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허 위원은 “장기적으로 모기업 의존을 줄이고 자생력을 키우는 게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모기업 없이 운영되는 키움 히어로즈를 제외한 9개 구단 모두 ‘본사’의 지원이 없다면 당장 구단 지속이 쉽지 않다. 한국 최고의 프로스포츠를 자처하는 야구단도 자생력 면에선 입을 닫을 수밖에 없다. 구단 입장에서 자생을 위해 노력을 기울여도, ‘기울어진 운동장’ 위에선 타진할 수 있는 범위조차 제한적이다.

가장 큰 이유는 구단이 구단을 활용할 길이 막혀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야구장 운영권과 광고권은 지방자치단체 귀속이다. 물론 좋은 사례도 있다. 수원시가 10구단 유치를 내걸며 ‘야구장 25년 무상임대’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5년마다 갱신으로 방식이 바뀌긴 했지만 이를 여전히 지키고 있다. 그 다음으로 상황이 나은 팀이 SK였다. SK와 인천시의 경기장 사용료는 ‘후불제’로 책정됐다. SK가 야구장에서 벌어들인 티켓, 식료품 등의 연간 수입에서 정해진 비율을 떼어주는 방식이다. SK 구단 관계자는 “인천시의 협조 덕에 부담이 덜하다”며 고마움을 전한 바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지자체는 수원과 인천과 다르다. 2020년 기준 잠실구장의 연간 광고료는 172억8700만 원까지 뛰었다.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20억 원대에 불과했지만, KBO와 LG 트윈스-두산 베어스의 노력으로 9배 가까이 올랐다. 그럼에도 이 중 70%에 육박하는 120억 원 상당을 서울시가 가져간다. 곰과 쌍둥이가 재주를 넘고 서울시가 돈을 챙기고 있다. 지자체의 상생 의지 없이는 야구단의 자생은 쉽지 않을 수밖에 없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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