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김연경이 던진 로컬룰 화두와 동네배구라는 시선

입력 2021-01-31 1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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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요즘 로컬룰이 V리그의 핫이슈다. 최근 논란이 된 판정을 놓고 ‘로컬룰이 문제’라는 주장과 더불어 그동안 로컬룰을 운영해온 ‘V리그가 동네배구’라는 불편한 시선도 있다. 전 세계의 모든 배구를 총괄하는 국제배구연맹(FIVB)이 정한 규칙에 따라 경기를 치르는 것은 맞지만, FIVB가 주관하는 세계선수권대회 때도 로컬룰은 있다. 대회나 리그마다 필요에 의해 로컬룰은 정해진다. 이는 규칙(rule)이 아니라 규정(regulation)이다.


지금 V리그에선 규칙과 규정이 명확한 개념 구분 없이 혼용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V리그에서만 통용되는 규정을 만들면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아 문제를 키웠다. 결국 누적된 문제가 남자부 4라운드 사건을 계기로 드러났다.


그동안 포지션폴트를 규칙대로 엄격하게 적용해줄 것을 각 팀에 요구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세터가 후위에서 움직일 때 약간의 융통성을 준 것이 화를 키웠다. 심판의 재량권이라는 애매모호한 표현으로 명확한 기준을 책임자가 내놓지 않자 심판들도 휘슬 불기를 꺼렸다. 그 바람에 점점 더 규칙에서 벗어난 플레이가 일상화됐다. 심판마다 적정한 선이라는 기준이 달라지자 감독들은 형평성 논리로 반발했다.


몇몇 심판이 소신 판정을 내려도 구단이 시끄럽게 하면 심판을 보호해주지 않았다. 문제가 될 때마다 징계를 내리면서 무마하기에 급급했던 결과가 지금의 상황을 낳았다. 불행 중 다행으로 우리카드-한국전력전을 계기로 모두가 규칙을 벗어난 규정의 문제점을 알았다. 어느 심판은 “그동안은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얘기해도 잘 듣지 않으려고 했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모든 팀이 경각심을 갖고 포지션폴트에 더 신경을 쓰는 것이 보인다”고 말했다.


로컬룰과 관련된 또 다른 화두는 흥국생명 김연경이 26일 GS칼텍스전 3세트에 내놓았다. 블로커 터치아웃 시도가 비디오판독 결과 아웃으로 판정됐다. 로컬룰의 존재를 몰랐던 김연경은 국제 룰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29일 대한항공-삼성화재전, 30일 도로공사-KGC인삼공사전에서도 잇달았다. 29일은 삼성화재 황경민, 30일은 도로공사 박정아의 블로커 터치아웃 공격이었다. 두 경기 모두 심판은 블로커의 터치아웃으로 판정했지만 비디오판독 결과 29일은 황경민의 아웃, 30일은 박정아의 득점이 됐다. 같은 상황을 놓고 정반대의 결과가 나오면 판정의 신뢰는 추락한다.


2015~2016시즌부터 비디오판독을 도입한 FIVB도 이런 상황의 문제점을 알았다. 심판들이 그동안 내려왔던 결정과는 반대의 결과를 영상이 보여줬기에 고심했다. 결국 FIVB는 심판의 기존 판정을 고수하기로 했다. 비디오판독 시설의 유무와 관계없이 판정에 적용되는 기준은 같아야 한다는 원칙과 비디오를 보고 스포츠의 룰을 바꾸진 않겠다는 뜻이었다. 김연경이 국제 룰과 다르다며 항의했던 근거다. V리그 심판들도 이런 문제점을 알았지만, 아쉽게도 관심을 기울여주지 않았다. 영향력 있는 김연경이 말하자 그제야 문제점을 들여다보는 중이다.


기술이 발전하면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것이 달라진 환경에 맞는 규정이다. 역동적인 V리그가 방송기술에 발맞춰 새로운 규정을 시도하는 것은 비난할 일이 아니다. FIVB가 따라서 시행하는 비디오판독도 V리그가 로컬룰로 먼저 시작해 성공사례가 됐다. 남들보다 앞선 시도를 하다보면 시행착오도 나올 것이다. 그럴 때마다 생산적 논의를 통해 좋은 결정을 내리면 된다. 다만 어떤 경우라도 ‘룰’이라는 원칙이 먼저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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