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IBK기업은행 신연경의 투혼과 김우재 감독의 그 선택

입력 2021-02-01 10: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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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기업은행은 4라운드에 1승4패를 기록하며 승점2를 추가하는데 그쳤다. 이 바람에 봄 배구 마지노선인 3위 자리마저 도로공사에게 넘겨줬다. 시즌종료까지 10경기만 남겨놓은 가운데 반전이 필요했다. 다행히 지난 1월 29일 5라운드 출발인 GS칼텍스와의 원정경기를 3-2로 이겨 희망을 부풀렸다. 1일 현재 4위 IBK기업은행은 10승11패 승점28이다. 3위 도로공사는 9승13패 승점31이다. 승점3 차이의 두 팀은 7일 화성에서 운명의 맞대결을 한다.



GS칼텍스와의 풀세트 경기는 말 그대로 ‘혈투’였다. 김희진이 4세터에 동료 표승주의 팔꿈치에 맞아 쌍코피가 터졌다. 더 가슴을 쓸어내린 사고는 5세트에 나왔다. 9-10에서 박혜민의 서브를 받으려던 리베로 신연경과 레프트 김주향이 크게 부딪쳤다. 신연경은 그 충돌로 목이 꺾이며 코트에 쓰러져 한동안 움직이지도 못했다. 큰 부상이 우려됐다.

모두가 걱정하던 차에 힘들게 일어난 신연경은 경기를 계속했다. 많은 이들의 걱정을 뒤로 한 채 연신 아픈 목을 만져가면서도 끝까지 코트를 지켰다. 이날 39번의 수비 기회에서 34개의 디그를 성공시키고 리시브효율도 52%로 높았던 신연경은 경기 뒤 중계 방송사와의 수훈선수 인터뷰에서 “끝까지 팀에 보탬이 되고 싶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신연경의 투혼은 이번 시즌에만 벌써 2번째다. 지난해 12월 23일 도로공사와의 풀세트 경기 때도 그는 힘든 상황에서 경기를 마쳤다. 경기 도중 과호흡 증세가 찾아와 5세트부터는 벤치에서 잠시 쉴 때마다 산소마스크를 착용하면서도 코트를 떠나지 않았다. 19개의 디그와 33%의 리시브효율을 기록하며 팀의 승리에 기여한 뒤에야 병원으로 후송됐다. 이번에도 다행스럽게 단순 타박상으로 밝혀졌지만 김우재 감독은 충분히 회복할 시간을 주고 있다.

지난해 5월 새로운 시즌을 앞두고 여자부 각 팀 주전세터들의 연쇄이동이 벌어졌을 때였다. 조송화를 FA영입선수로 데려온 IBK기업은행은 리베로 보강도 꿈꿨다. 리시브와 수비불안의 고질병을 해소하려고 FA시장에서 리베로 영입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이런 상황에서 주전으로 뛰던 리베로 박상미마저 보상선수로 빼앗겼다.



마침 현대건설은 이다영이 이적한 뒤 세터에 공백이 생겼다. 현대건설은 이다영의 보상선수로 흥국생명에서 신연경을 데려왔지만 이미 팀에는 김연견과 이영주, 김주하 등 3명의 리베로가 있었다. 두 팀의 감독이 트레이드를 추진했다. 5월 6일 공식발표가 나기 전에 이나연과 신연경의 교체소식이 알려지자 난리가 났다. 몇몇 팬은 “귀한 세터를 내주면서 리베로를 받아오는 게 말이 되느냐”며 김우재 감독을 비난했다.

당시 김우재 감독은 “팀 형편상 가장 필요한 선수를 뽑을 수밖에 없는 사정을 팬들이 이해하지 못한다”며 아쉬워했다. 팀 성적에 자신의 운명이 걸린 감독만큼 그 팀을 잘 아는 사람은 없을 텐데도 팬들은 진득하게 결과를 지켜보지도 않고 감독을 비난하기에 바빴다.

그로부터 약 9개월의 시간이 지나서 신연경은 디그부문 2위(세트평균 5.5개), 리시브부문 10위(리시브효율 36.91%), 이들을 합친 수비부문 3위(7.22)에 올라 있다. 리베로로 풀타임을 처음 소화하는 선수가 만들어낸 놀라운 성적이다. 6년 만에 친정팀으로 돌아와 팀을 위한 헌신도 투지도 자주 보여준다. 그 없는 2020~2021시즌의 IBK기업은행은 생각할 수도 없기에 김우재 감독의 현명한 선택이 새삼 떠오른다.

매일 비난받는 것이 일상인 V리그의 감독은 참 외롭고 힘든 직업이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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