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롯데 신인 17년 평행이론, “대선배 발자취 넘어 KS까지 함께”

입력 2021-02-05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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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의 2004년 신인드래프트는 ‘역대급’이었다. 1차지명 좌완 장원준을 시작으로 2차 3라운드 포수 강민호, 7라운드 내야수 전준우를 지명했다. 전준우는 입단을 포기하고 건국대행을 택했지만 4년 뒤 마침내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이들은 모두 롯데를 넘어 국가대표급 선수로 성장했다. 비록 지금은 셋 모두 다른 팀 소속이지만, 거인 유니폼을 입고 남긴 기록은 화려하다. 강민호는 2018년 삼성 라이온즈로 떠나기 전까지 1495경기에서 218홈런을 때려내며 최고의 공격형 포수로 불렸다. 장원준은 롯데에서만 344경기에서 126승을 챙겼다. 전준우는 1214경기서 161홈런을 기록했고 올해는 ‘캡틴’ 역할까지 맡았다.



#17년 뒤, 롯데의 신인드래프트는 또 한번 이슈의 중심이 됐다. 공교롭게도 17년 전과 닮은 점이 너무도 많다. 롯데는 1차지명 포수 손성빈을 시작으로 2차 1라운드 좌완 김진욱, 2라운드에 내야수 나승엽을 지명했다. 전준우가 대학행을 결정했듯 나승엽도 미국 메이저리그(ML)행을 꿈꿨지만 구단의 적극적인 구애에 마음을 돌렸다. 김진욱은 완성형 좌완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손성빈도 공수 모두 잠재력을 갖춘 대형 포수 유망주다. 나승엽은 ML에서 군침을 흘렸을 정도로 정교한 타격능력을 자랑한다. 좌완, 포수, 내야수로 포지션까지 같다. 또 전준우가 입단 후 3루수에서 외야수로 변신했듯, 나승엽도 포지션 변경 가능성이 있다.



#장원준, 강민호, 전준우가 함께 뛰던 시기가 롯데의 황금기였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제리 로이스터~양승호 감독이 차례로 이끌었던 5년은 ‘구도 부산’이 가장 들끓었던 때다. 이들은 각자 포지션에서 중심 역할을 해냈다. 다만 최고 성적은 플레이오프 진출이다. 1992년 이후 우승을 맛보지 못한 구도 부산 팬들의 마음을 달래지 못한 채 트리오는 해체됐다.

#17년이 지난 2021년, 새로운 신인 트리오가 얼마나 빨리 팀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다만 나승엽은 이미 1군 스프링캠프 명단에 이름을 올렸으며, 김진욱은 허문회 감독이 꼽은 선발후보 중 한 명이다. 손성빈도 2군에서 차분히 몸을 만들고 있다. 장원준, 강민호, 전준우가 그랬듯 2021년 롯데 신인 트리오도 서로에게 버팀목이다. 4일 상동에서 만난 손성빈은 “함께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데, 셋이 야구 이야기나 고민도 나누고 스트레스도 풀 정도로 친하다”며 “선배들이 쌓은 업적에 도전해보겠다”고 밝혔다.

#대선배들의 발걸음을 따라가는 것만 해도 한국야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그보다 높은 곳을 목표로 삼고 있다. 김진욱은 17년 차 평행이론에 대해 “재밌는 사실인 것 같다. 세 선배 모두 개인적으로 정말 대단한 기록을 남긴 분들이다. 나, (손)성빈이, (나)승엽이 모두 열심히 해 선배들처럼 크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세 선배들이 함께 한국시리즈(KS) 무대에 서본 적은 없는 걸로 알고 있다. 우리는 셋이 나란히 롯데 유니폼을 입고 KS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상동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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