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막장①] 최고의 막장 캐릭터는 나야 나!

입력 2021-02-10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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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성의 눈빛에 머리채 잡기까지…그녀들을 누가 이길쏘냐
‘막장 드라마’. 개연성이 부족해도 상관없다. 주인공과 악역 캐릭터가 끈질기게 이어가는 악연이 스릴 만점이다. 억지 전개와 각종 악행은 조롱의 대상을 넘어 이제는 하나의 ‘밈’(온라인상 유행하는 말이나 장면)으로까지 각광받고 있다. 2030세대 시청자들도 “매운 맛보다 뜨거운 마라맛 매력”이라며 열광한다. ‘막장의 시대’가 다시 돌아왔다. 역대 최고로 꼽히는 막장 드라마를 이끈 주역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2002년 MBC ‘인어아가씨’의 은아리영(장서희)부터 19일부터 시즌2를 선보이는 SBS ‘펜트하우스’의 천서진(김소연)까지. 독기는 기본, ‘깡’은 옵션! 막장 드라마의 품격(?)을 높이는 주인공이라면 갖춰야 할 필수 요소이다. 최고시청률, 몸싸움을 가능케 한 전투력, 상대방을 무력화 시키는 매력, 독기, 목표를 위해 물불 안 가리는 막무가내 등 총 5가지 지수로 점수를 매겼다. 이중 선택을 받은 최고의 ‘막장캐’가 당신의 마음을 움직인다. 역시 막장 드라마는 “욕하면서 보는 맛!”이 제격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막장 드라마의 ‘4대 대모’인 서영명·김순옥·임성한·문영남 작가가 있다.

MBC ‘인어아가씨’ 은아리영 (장서희·2002)
복수 위해 사랑과 인생을 건 캐릭터
치밀한 계획과 추진력은 역대 최강


엄마를 버린 친아버지(박근형)에 복수하려 사랑과 인생을 모두 걸었다. 신문사 사장 아들(김성민)에 의도적으로 접근하고, 피나는 노력으로 방송작가가 돼 불륜으로 아버지를 차지한 배우(한혜숙)의 뺨을 후려갈긴다. 엄마뻘인 그에게 단 한 마디도 뒤지지 않고 윽박지르는 눈빛이 표독스럽기 그지없다.

뒤로 갈수록 온순해져 “앞뒤가 너무 다르다”는 시청자 항의를 받았지만, 여전히 ‘최강 막장 캐릭터’로 꼽힌다. 특히 19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명대사가 있다.

“그래, 나 머리에 피 안 말랐어요. 피 잘 마른 어른이 어른답게 처신해야지!”


SBS ‘조강지처클럽’ 나화신 (오현경·2007)
다른 여자와 바람난 남편 향한 복수
남편 머리채 잡고 돌리는 장면 통쾌


억척스러운 조강지처. 바람 난 남편(안내상) 때문에 눈물로 밤을 지새운 건 잠시. 이름을 따라 ‘복수의 화신’이 된다.

자립심이 원동력이다. 패션회사에 취직해 뜻밖의 마케팅 능력으로 승승장구한다. 달라진 모습에 바람난 남편이 다시 들러붙지만, 머리끄덩이를 잡고 풍차처럼 돌리며 응징한다.

새로운 사랑도 만났다. 의류회사 후계자 구세주(이상우)다. 촌스러운 의상 대신 화려한 원피스와 세련된 헤어스타일로 변신한 나화신을 보자마자 구세주가 ‘뿅’하고 첫눈에 반하는 모습이 반전의 순간이었다.


SBS ‘아내의 유혹’ 신애리 (김서형·2008)
절친의 남편 빼앗기 위해 온갖 악행
타고난 눈치와 잔머리로 위기 탈출


친자매 같은 친구 구은재(장서희)의 남편(변우민)을 빼앗기 위해 각종 술수를 펼친다. 죽은 줄 알았던 구은재가 민소희란 이름으로 점찍고 돌아와 신변을 위협(?)하지만, 눈 하나 깜짝 안 한다. 타고난 눈치와 잔머리로 교묘히 위기를 빠져나간다. 오랜 열등감으로 악행을 저지르면서도 죄책감 하나 없어 제대로 ‘욕’을 먹었다.

드라마 마지막 장면의 노래 ‘용서 못 해’가 트레이드마크다. “왜 너는 나를 만나서 /왜 나를 아프게만 해”라는 노랫말이 딱 맞아 떨어진다. 매회 악에 받쳐 “민소희!”라 소리친 장면은 예능프로그램에서 패러디돼 유행어 반열에 올랐다.

SBS ‘왔다! 장보리’ 연민정 (이유리·2014)
욕망 위해 물불 안가리는 국민 악녀
어떤 상대든 머리채부터 잡는 쌈닭


연민정 이름 석 자로 ‘끝난다’. 다른 수식어가 필요 없다. “난 열심히 산 죄 밖에 없어!”라며 유명 한복집을 차지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최대의 걸림돌인 한복집 숨은 후계자 장보리(오연서)에게 죄를 뒤집어씌우고 전 연인(문지상)을 없애려고까지 한다.

최고의 ‘쌈닭’ 캐릭터답게 상대방이 누구든 머리채부터 잡고 본다. 우렁찬 사자후도 빼놓을 수 없다. 광기 어린 연기를 펼치며 싸우는 장면이 하도 많아 촬영 내내 온몸이 멍투성이었을 정도다. 열정을 불살라 ‘국민악녀’에 등극, 그 해 연기대상을 차지했다.


SBS ‘펜트하우스’ 천서진 (김소연·2021)
최고 권력자 쟁취한 마성의 팜 파탈
광기 어린 표정 섬뜩…시즌2 더 막강


‘막장계’의 새내기라 우습게보다간 큰 코 다친다. 상류층만 입성할 수 있는 주상복합아파트 헤라팰리스의 최고 권력자 주단태(엄기준)를 사로잡은 마성의 ‘팜 파탈’이다. 예술재단을 장악하기 위해 아버지의 죽음까지 손놓고 지켜보는 악독한 인물이다. 한 발 한 발 표정을 달리하며 슬픔을 ‘연기’하는 치밀함까지. 비에 젖은 채 “아버지가 날 이렇게 만들었잖아요”라며 광기 가득한 표정으로 피아노를 연주하는 모습이 섬뜩하다.

곧 방송을 재개하는 시즌2에서는 더욱 막강해져 돌아온다. 모든 경쟁자를 없애고 헤라팰리스 ‘여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이 그려질 전망이다.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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