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 허문회 감독. 스포츠동아DB
지난해 롯데 자이언츠 불펜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한 구승민의 기록이다. 사령탑 데뷔시즌이었던 2020년, 허문회 롯데 감독(49)은 시즌 초부터 선수들의 컨디셔닝에 사활을 걸었다. 특히 관리가 예민한 불펜투수의 경우 롱런을 위해 최대 60~65이닝 선에서 관리하겠다고 강조했다.
구승민의 뒤를 김원중(59.1이닝), 김대우(47이닝), 오현택(36이닝)이 따랐다. 전반적으로 관리가 잘 된 편이다. 물론 64이닝을 던질 때 탈이 안 나고, 66이닝을 던지면 탈이 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일정한 기준선을 정함으로써 선수들을 관리한다는 메시지가 중요했다.
허 감독의 철학은 올해도 비슷하다. 제1원칙은 선수들의 건강이다. 다만 이 대명제 속에서 불펜 운용방식은 조금 더 공격적으로 바뀔 전망이다. 허 감독은 “불펜투수는 1, 2군 합쳐 65이닝을 넘기면 부상 확률이 높아진다”며 “물론 감독으로서 얼마나 이기고 싶겠나. 하지만 선수를 구렁텅이에 빠뜨릴 수는 없다. 포스트시즌 진출 시 상황이 달라지겠지만, 기본적으로 정규시즌은 올해도 최대 65이닝 정도를 생각 중”이라고 밝혔다.
변화의 포인트는 ‘클로저’ 활용이다. 허 감독은 지난해 선발에서 마무리로 전향해 첫 시즌을 보낸 김원중을 철저히 관리했다. 초 공격을 하는 원정경기 동점 상황에는 김원중 투입을 자제했다. 확실히 세이브를 따낼 상황에만 투입시킨 것이다. 승부수를 띄우는 대신 선수 관리를 택했다. KBO리그 최초 전 구단 상대 끝내기 패배의 불명예를 쓰면서도 원칙을 유지했다. 허 감독은 “올해는 김원중의 운용을 조금 바꿀 생각이다. 김원중을 아끼면서 패한 경기도 있었다. 올해는 이용훈 투수코치와 상의해 등판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명확한 원칙은 유지하되 유연성을 가미하겠다는 계획이다. 롯데 불펜이 강했던 기억은 2011~2012년 양승호 감독의 ‘양떼 야구’와 2017년 후반기 폭풍질주 시절이다. 어느새 먼 과거다. 허 감독의 플랜은 올해 롯데의 뒷문을 어떻게 바꿀까.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