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리포트] 분주했던 이종범 코치의 오른팔, LG의 발이 과감해진다

입력 2021-03-04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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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꾀돌이’와 ‘바람의 아들’의 조합은 그 자체로 기대를 모았다. 이들이 현역 시절 훔친 베이스만 합쳐도 806개에 달한다. LG 트윈스 류지현 감독(50)과 이종범 작전코치(52)는 한국야구 최고 유격수 계보를 잇는 동시에 ‘발’로도 정평이 난 인물들이다. 여기에 베테랑 김호 주루코치(54)까지 건재하다. 이들의 시너지는 유독 걸음이 느렸던 LG를 벌써 바꾸고 있다.

류 감독은 취임 직후부터 파트별 코치들과 숱한 미팅으로 야구철학을 교감했다. 현역 시절 수비와 주루에서 강점을 보였기에 류 감독이 보여줄 색깔에도 기대가 쏠렸다. 청백전을 치르지 않은 탓에 베일은 2일부터 이틀간 창원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연습경기 2연전에서 벗겨졌다. 류 감독과 이 코치, 김 코치가 그리는 LG의 발야구는 과감하고 공격적이었다.

2경기에서 3차례 도루를 시도해 2개를 성공시켰다. 또 도루성공 횟수라는 눈에 보이는 숫자 이상의 압박감을 안겨주기 위해 노력했다. 실패에도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2일 6회초 무사 1·2루서 정주현의 2루타 때 2루주자 구본혁은 물론 1루주자 김호은까지 홈을 노렸다. 하지만 NC의 중계가 깔끔했고, 김호은은 태그아웃됐다. 뒤이어 2루 대주자로 들어온 신민재도 3루에서 도루에 실패했다. 순식간에 아웃카운트 2개가 발로 늘어났다.

하지만 공격성을 잃지 않았다. 7회초 무사 1루서 주자 한석현이 도루에 성공했다. 스타트가 워낙 빨랐고, NC 포수 김태군이 2루를 겨냥했지만 송구가 옆으로 흘렀다. 한석현은 이를 놓치지 않고 3루까지 뛰었다. 9회초 1사 1루서도 김호은의 중전안타 때 주자 구본혁은 2루를 거쳐 3루까지 향했다. 중견수가 타구를 잡는 과정에서 무게중심을 보고 스타트를 시도한 것이다. 1사 1·3루를 만든 구본혁은 후속 신민재의 적시타 때 득점에 성공했다. 9-8로 리드를 잡게 만든 이날 경기의 결승점이었다. 류 감독은 경기 후 수훈선수 중 한 명으로 구본혁을 꼽았다.



류 감독은 “그 장면 후 (구)본혁이에게 중견수 중심을 물었다. 오른쪽 뒤에서 중심을 잡았길래 뛰었다고 하더라. 그 덕에 이겼다고 생각한다. 이런 장면이 LG가 해야 할 야구”라고 칭찬했다. 이어 “나도 주루코치 시절 주자를 정말 많이 죽였다. 팬들이 ‘유강남의 다리가 네 다리냐’라고 욕도 많이 하셨다”며 껄껄 웃었다. 이어 “그럼에도 기본적으로 공격적으로 뛰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LG는 지난해 83도루로 리그 7위에 그쳤다. 평균(89개)보다 조금 적은 수치였다. 추가진루도 534회로 5위, 딱 리그 중간 수준이었다. 세이버메트릭스가 진화하면서 도루의 가치가 줄었다고는 해도 주루의 가치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같은 타구에 한 발을 더 나아간다면 그만큼 득점까지의 거리가 줄어든다. 현역 시절 뛰어난 선수가 좋은 지도자가 된다는 보장은 없다. 다만 적어도 류 감독과 이 코치, 김 코치가 선수들에게 두려움 없는 자신감을 심어주려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창원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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