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력의 장타자 디섐보, 파5홀 ‘원 온’ 시도해 ‘절반의 성공’

입력 2021-03-07 14:48: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브라이슨 디섐보.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괴력의 장타자’로 거듭난 ‘필드 위의 물리학자’ 브라이슨 디섐보(28·미국)가 파5 홀에서 ‘원 온’을 시도해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골프 팬들의 가슴 속에 오랫동안 기억될 의미있는 장면이었다.


디섐보는 7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베이힐 C&L(파72)에서 열린 미국남자프로골프(PGA) 투어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총상금 930만 달러·105억 원) 3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2개를 묶어 4타를 줄이며 중간합계 10언더파 206타로 코리 코너스(캐나다)와 함께 공동 2위에 랭크됐다. 하루에 7타를 줄여 합계 11언더파 단독 선두로 도약한 48세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의 노익장도 돋보였지만 이날 주인공은 단연 디섐보였다.


디섐보가 드라이버를 들고 6번(파5) 홀 티잉그라운드에 서자 갤러리들은 스마트폰을 들어 그의 티샷을 카메라에 담기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호수를 끼고 왼쪽으로 휘어지는 모양의 이 홀은 공식적으로 555야드지만 티잉그라운드 위치에 따라 이날은 531야드로 조정됐다. 티잉그라운드에서 그린까지의 직선거리는 350야드 안팎. 장타자들은 원 온을 노릴 수 있지만 중간에 호수가 있어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면 드라이버를 잡지 못하고, 페어웨이를 거쳐 돌아가기 마련이다. 1998년 이 대회 마지막 라운드에서 당시 32세의 존 댈리(미국)가 원 온을 시도했지만 호수를 건너지 못하고 실수를 연발하면서 무려 7개의 볼을 물에 빠뜨린 채 이 홀에서만 13오버파 18타를 친 적이 있다.


그러나 디섐보는 달랐다. 개막에 앞서 “상황에 따라 6번 홀에서 원 온을 시도하겠다”고 공언했던 디섐보는 ‘잘라갔던’ 1·2라운드와 달리 뒷바람이 불자 캐디와 상의한 뒤 드라이브를 꺼내들었고, 그린을 직접 노렸다. 혼신의 힘을 다해 드라이버샷을 날린 뒤 제대로 맞았다는 듯 두 팔을 하늘로 쭉 뻗었고, 자세를 낮춰 날아가던 볼을 쫓다 호수를 넘어간 볼이 그린 근처 러프에 떨어진 것을 확인한 뒤 재차 두 팔을 번쩍 치켜들고 포효했다.

브라이슨 디섐보의 6번(파5) 홀 공략 방법을 소개한 PGA 투어 트위터 이미지. 디섐보는 일반적인 페어웨이 공략 대신 ‘원 온 시도’를 했고, 그의 드라이버 티샷은 370야드 비거리를 기록하며 ‘무사히’ 호수를 훌쩍 넘어가 러프에 떨어졌다. 디섐보는 이 홀에서 버디를 잡았다.


비록 원온에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캐리로 347야드를 날아가 호수를 훌쩍 넘어간 디섐보의 볼은 런까지 포함해 공식 비거리 370야드(338m)로 기록됐다. 2003년 이후 이 홀에서 기록된 최장거리 드라이버샷이었다. 드라이버 스윙 시 클럽헤드 스피드는 시속 220㎞, 볼 스피드는 315㎞가 찍혔다. 홀까지 70야드 거리를 남긴 디섐보는 두 번째 어프로치 샷을 그린에 올리는데 실패했지만 세 번째 샷을 퍼터로 홀에 붙인 뒤 결국 버디로 마무리했다.


5번(파4) 홀에서도 티샷을 357야드 날려 그린 근처까지 보내기도 했던 디섐보는 3라운드를 마친 뒤 “마치 어린아이가 된 것 같았다. 공이 물에 빠지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면서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고 기뻐했다. “팬들이 원하는 장면을 보여준 것 같다”고 자평한 뒤 “호수를 넘겼을 때 마치 우승했을 때처럼 ‘아, 내가 해냈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고 밝혔다.


222야드(203m) 2번(파3) 홀에서 홀인원을 기록한 조던 스피스는 키건 브래들리(이상 미국)와 함께 9언더파 207타로 공동 4위에 올랐고, 2라운드까지 7위에 자리했던 임성재(23)는 버디 3개와 보기 3개를 맞바꾸고 5언더파 211타 공동 18위로 밀렸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