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업계 “MZ세대 뉴 VIP를 모셔라”

입력 2021-03-16 17: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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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 현대백화점 루이비통 팝업스토어.

명품 큰 손으로 떠오른 2030세대
젊은층, 새벽부터 줄서서 ‘명품런’
신세계 작년 2030 매출 비중 51%
롯데百, MZ세대 겨냥 VIP+ 도입
현대百은 ‘젊은 부자’ 멤버십 육성
12일 기자가 찾은 서울 잠실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월드타워점 1층 샤넬 부티크. 평일임에도 대기명단에 이름을 올려야 했다. 안내 직원은 “현재 150팀이 대기 중으로 3시간 정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이름과 전화번호 입력 후 3시간 후에야 매장에 발을 들일 수 있었다. 긴 대기인원만큼 매장 내부는 고객으로 북적였는데 매장 내에서 쇼핑을 즐기는 이들 상당수가 2030 MZ세대로 보이는 젊은층이었다.

MZ세대가 명품에 빠진 이유

대한민국 2030 MZ세대가 명품에 푹 빠졌다.

MZ세대는 1980년대 초~2000년대 초에 태어난 밀레니얼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용어다. 16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2030 MZ세대가 명품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38.1%, 2019년 41%, 2020년 46%로 해마다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에서도 2018년과 2019년 49.3%, 2020년에는 50.7%로 절반을 넘었다.

백화점에서 MZ세대의 명품 구매 열기는 새벽부터 백화점 앞에서 대기하다 개점하자마자 달리는 일명 ‘명품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샤넬 매니저는 “새벽부터 줄을 서서 백화점 오픈 시간까지 기다려도 재고가 부족해 원하는 제품을 구입하기 어렵다”며 “득템을 위해 매일 새벽마다 백화점을 찾아 명품런을 감행하는 젊은층 고객이 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렇다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경기 불황 속에서도 MZ세대가 명품에 빠진 이유는 뭘까. 먼저 위드코로나 시대를 맞아 보복 소비의 일환으로 명품을 구입하며 부를 과시하는 플렉스(Flex) 소비가 두드러졌다는 분석이다. 플렉스는 원래 ‘몸을 풀다’, ‘구부리다’라는 뜻이지만 MZ세대 사이에서 ‘부를 과시하다’라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해외여행길이 막혀 여행비 절약으로 생긴 금전적인 여유로 평소에 사기 어려웠던 명품에 손을 뻗는 이들이 늘었다. 직장인 A씨(37)는 “매년 휴가 때마다 해외여행비로 500만 원 이상을 썼는데, 위드 코로나 시대에 해외 여행비를 아낀 돈으로 아내에게 명품 가방을 선물했다”고 했다.

SNS를 통해 나만의 개성을 남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인증문화가 쇼핑 분야로 넓어지면서 명품 구입을 한다는 해석도 있다. 대학생 B씨(24)는 “SNS에서는 희귀한 물건을 가진 이가 더 관심을 받는다”며 “명품을 소유해야 특별해진다는 인식이 절로 생긴다”고 했다.

2030세대의 ‘명품 재테크’도 한몫했다. 일명 ‘샤테크(샤넬+재테크)’로 불리며 희소성 있는 제품을 구입해 사용하다 중고거래로 되파는 것을 말한다. 샤넬의 경우 계속 가격을 올리고 있는 만큼 ‘지금 사는 게 가장 싸다’라는 인식과 함께 ‘지금 사놓으면 중고로 팔아도 구입한 가격보다 비싼 가격을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유주택자의 경우 집값 상승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도 있다. 자산 가치가 늘어난 데에 따른 심리적 안정감으로 명품 소비를 늘린다는 설명이다.

롯데백화점 명품 편집숍 ‘스말트’.


백화점 업계, MZ세대를 잡아라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백화점 업계는 ‘2030 VIP 고객 모시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2030 고객 유치를 위해 연 구매액 400만 원 정도로 기준을 낮춘 ‘VIP+’ 멤버십 등급을 도입했다. 아울러 MZ세대를 겨냥해 선보인 명품 편집숍 ‘스말트’의 매출이 고공행진하면서 1호점인 구리점 외 추가로 2곳을 더 선보일 계획이다.

현대백화점은 2월, 전용 VIP멤버십 프로그램인 ‘클럽 YP’를 도입한 데 이어, 8월에는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과 판교점에 클럽 YP 회원 전용 라운지를 열 계획이다. 젊은층을 겨냥한 디자인으로 라운지 공간을 꾸미고, 이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행사를 개최한다. 양명성 현대백화점 영업전략담당(상무)은 “기존 VIP 멤버십 프로그램으로는 늘어나는 2030 VIP 고객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다고 판단했다. 국내 ‘영 앤 리치(젊은 부자)’를 대표하는 멤버십으로 육성할 방침”이라고 했다.

정정욱 기자 jja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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