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 6세 딸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 영화화

입력 2021-03-17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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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나리’. 사진제공|판씨네마

영화 ‘미나리’ 탄생 비화

미국 이민 2세 정이삭의 경험 바탕
2018년 시나리오 들고 배우 찾아가
“이유는 딸”이었다. 극중 아들 데이비드(앨런 김)와 같은 나이였던 6살의 실제 딸에게 정이삭 감독은 미국 이민 2세대인 자신의 어린시절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 자신의 또래 경험도 살려냈다. ‘미나리’의 시나리오가 완성된 순간이었다.

하지만 실제 영화화는 아직 멀었던 때였다. 사촌 매부지간인 배우 스티븐 연에게 시나리오를 건넸다. 그 역시 이민 2세대로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으며 자라났다. 그는 스토리에 감흥했고, 브래드 피트가 이끄는 제작사 플랜B로 향했다. 플랜B 소속 프로듀서 크리스티나 오는 “한국인 가족의 이야기이지만,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다”며 투자와 제작에 나섰다.

정 감독은 2018년 시나리오를 들고 한국으로 날아왔다. 한국계의 정체성을 새롭게 확인하며 인천 송도 유타대 아시아캠퍼스 강단에서 윤여정의 영화를 강의했다. 그리고 실제 그를 만났다. 한예리와도 시나리오를 매개로 대화했다.

결국 이듬해 여름 이들은 미국 오클라호마 털사에서 의기투합했다. 따가운 햇볕을 견뎌내며 척박한 들판에서 카메라 앞에 섰다. 오로지 주택 한 채가 덩그러니 선 그곳에서 이들은 ‘집’과 세트인 트레일러만을 오갔다. 그러는 사이 함께 밥을 해먹으며 문어체 영어 대사를 입말의 한국어로 바꿔갔다. 앞서 영어 시나리오를 우리말로 번역한 홍여울 번역가의 힘도 컸다.

20억원의 저예산으로 1980년대 희망을 좇아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 농장을 꿈꾸는 한인가족의 이야기는 그렇게 완성됐다. 윤여정과 한예리는 모녀지간으로, 한예리와 스티븐 연은 부부로서 이민자들의 신산한 일상을 연기했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질긴 생명력으로 자라나는 한국 식물 미나리에서 따온 제목처럼, 이들은 진짜 가족 같은 힘으로 작품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올해 아카데미상 6개 부문 후보에 오른 영화에서 윤여정은 이렇게 말했다.

“미나리는 잡초처럼 아무 데서나 막 자라니까 누구든지 다 뽑아 먹을 수 있어. 부자든 가난하든. 김치에 넣어 먹고, 찌개에 넣어 먹고. 아플 때 약도 되고. 미나리는 원더풀(Wonderful), 원더풀이란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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