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생각할수록 걱정이 첩첩인 여자배구 대표팀

입력 2021-03-17 10: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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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KGC인삼공사-GS칼텍스 경기를 끝으로 2020~2021시즌 V리그 여자배구가 대장정을 마감했다. 지난해 10월 17일 출발해 6개월간 이어진 정규리그 일정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위협으로 잠시 중단됐고, 학교폭력 스캔들로 휘청거린 적도 있지만 팬과의 약속은 지켜낸 가운데 이제 3개 팀들만의 잔치인 ‘봄 배구’만을 남겨뒀다.



각 나라의 리그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이제 전 세계의 배구는 국제대회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지난해 코로나19로 모든 일정을 중단했던 국제배구연맹(FIVB)은 정상화를 위해 서두르고 있다. 우리 팬들에게 관심을 끄는 대회는 도쿄올림픽과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다. 올림픽은 일본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여름개최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러 상황이 유동적이다. 22일 올림픽 관련 5개 주요 구성원들이 온라인회의를 통해 개최의 기본 틀을 확정할 것이라고 일본의 매스미디어는 보도하고 있다.



VNL은 5월 25일부터 6월 23일까지 이탈리아 리미니에서 열린다. 13일 FIVB가 공식 발표했다. 예전처럼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경기를 하는 방식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해 대안으로 선택했다. 국제 배구계에서 발언권이 센 이탈리아가 개최권을 가져갔지만 최근 이탈리아는 코로나19의 3차 유행이 눈앞이다. 15일부터는 이탈리아 인구의 절반이 이동의 자유를 박탁당한 엄격한 봉쇄에 들어간다. 이런 곳에서 VNL에 참가하는 남녀 합쳐 32개 팀과 수많은 심판들이 한 지역에 모여서 한 달간 각 팀마다 15경기를 치른 뒤 4강전을 벌이는 대회방식이 FIVB의 장담만큼이나 안전할지는 의문이다.

선수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장거리 이동의 부담은 줄어들겠지만 우리보다 결코 안전하지 않는 외국에서 한 달 이상 지내야 하는 일정이 내심 불안하다. 출입국 때 겪어야 하는 자가격리도 부담스러울 것이다. 힘든 시즌을 마치고 충분히 쉴 시간도 가지지 못한 상황에서 국가대표로 차출될 선수들에게 애국심과 책임감만을 요구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더 답답한 것은 대표선수단의 구성과 준비과정이다. 여자배구 대표팀은 지난해 1월 태국과의 도쿄올림픽 아시아대륙 최종예선전 이후 한 번도 소집된 적이 없다. 무엇보다 올림픽 본선진출에 큰 역할을 했던 이재영-다영 자매의 공백을 메울 대안을 찾아야 한다. 특히 걱정스러운 것은 대표팀의 중심인 세터다. 지금 여자배구의 세터기근 현상은 심각하다. 부상으로 염혜선(KGC인삼공사)이 시즌 막판 팀을 이탈했고 장거리 비행기 원정이 부담스러운 안혜진(GS칼텍스)까지 생각한다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자칫 이번 시즌을 앞두고 현역에서 은퇴한 이효희 도로공사 코치를 다시 불러야 할지도 모른다.



설상가상 이탈리아에서 리그를 소화하는 라바라니 감독은 경기일정과 자가격리까지 감안한다면 제 때에 국내에 오지 못할 수도 있다. 이 경우 누군가가 먼저 대표팀의 훈련을 시작해야 하는데 강성형 수석코치도 프로행을 앞뒀다. 코로나19로 대면회의가 어려워 후보엔트리 선발조차 쉽지 않은 가운데 새로운 코칭스태프 구성에도 시간이 필요하다. 하나부터 열까지 걱정만 남은 여자배구 대표팀이 어디서부터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나갈지 궁금하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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