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리포트] 승리보다 값진 승리 메이커의 면면…KT 두터운 뎁스 증명

입력 2021-03-22 1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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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송민섭(왼쪽)과 이홍구는 22일 수원 LG와 시범경기에서 나란히 홈런포를 때려냈다. 이들이 주전을 위협하는 활약을 할수록 KT의 뎁스는 강해진다. 사진제공 | KT 위즈

시범경기는 결과보다 과정이 더 중요하다. 특히 주전 자리를 꿰차지 못한 선수들에게는 적은 기회에서 자신의 잠재력을 보여줘 개막 엔트리에 잔류하는 게 과제다. 이들의 선순환이 치열해진다면 이는 곧 팀의 ‘뎁스’로 이어진다. KT 위즈의 시범경기 두 번째 승리는 바로 이 대목에서 의미가 있다.


KT는 22일 수원 LG 트윈스와 시범경기에서 9-3으로 승리했다. 이날은 불펜데이로 진행했는데, 주권(2이닝 무실점), 하준호, 전유수(이상 1이닝 무실점) 등 불펜 자원들이 쾌조의 컨디션을 자랑했다.


선발 라인업은 주전 위주로 꾸렸지만 경기 중반부터 백업들이 투입됐다. 승기를 잡은 것도 바로 이들이다. 1-1로 맞선 3회말 1사 만루, 앞선 이닝 대주자로 투입됐던 포수 이홍구가 좌중월 만루포를 때려냈다. 볼카운트 1S 상황에서 LG 류원석의 슬라이더(122㎞)를 그대로 받아쳤다. 6-2로 앞선 7회말, KT가 또 한번 장타로 달아났다. 이번에는 송민섭이었다. 2사 1루서 LG 이상규 상대로 좌월 투런포를 때려냈다.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할 정도로 큼지막한 타구였다.


송민섭은 스프링캠프 연습경기 내내 맹타를 휘둘렀다. 출장 기회가 많진 않았지만 타율 0.353(17타수 6안타), 4타점으로 해결사 역할을 과시했다. ‘덕아웃 응원단장’이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파이팅이 넘치는 선수다. 이홍구 역시 연습경기 내내 타율 0.333, 1홈런, OPS(출루율+장타율) 0.975로 활약한 바 있다. 해마다 부담이 심했던 장성우의 짐을 덜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값어치다. 이강철 감독도 올 시즌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뎁스 강화를 최우선 목표로 삼았는데, 이날 경기 후 “타격에선 백업 선수들이 잘해줬다. 만족스럽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경기 후 송민섭은 “최근에 타격하면서 느끼는 게 많아졌다. 우리 팀 선수들이 다 잘 치기 때문에 코치님, 형, 동생 할 것 없이 모두에게 많이 배우고 있다. 그러다보니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며 “감은 계속 좋다. 팀 타선이 강해 선발출전할 상황이 많진 않은데 언제든 나가서 주전 못지않게 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무엇보다 아내가 아침부터 일찍 일어나서 밥을 챙겨준다. 그 덕에 힘이 난다. 결혼을 하다보니 더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확실히 생겼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지난해까지 주전을 차지하지 못했던 이들이 활약해 경쟁구도를 만들고 있으니 팀 분위기도 뜨거울 수밖에 없다. KT에 생긴 뎁스가 반가운 이유다.

수원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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