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나승엽(왼쪽), SSG 고명준. 스포츠동아DB
나승엽은 7번타자 중견수, 고명준은 7번타자 3루수로 롯데와 SSG의 선발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덕수고 시절 내야수였던 나승엽은 프로 입단 후 외야훈련을 병행하고 있는데, 롯데 허문회 감독은 이날 경기 전 “나승엽 쪽으로 타구가 좀처럼 가지 않는다”는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고명준은 SSG가 기대하는 차세대 거포 자원으로, 연습경기 때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출발이 좋았다. 마치 약속이나 한 듯 나란히 팀의 첫 안타를 터트렸다.
고명준은 3회초 선두타자로 나서 롯데 선발 박세웅을 상대로 왼쪽 담장 상단을 직격하는 큼지막한 2루타를 때려냈다. 간결한 스윙임에도 파워가 엄청났다. 이후 추신수의 적시타 때 팀의 첫 득점까지 책임졌다. 나승엽도 지지 않았다. 3회말 첫 타석에서 좌중간 2루타를 뽑아냈다.
이들이 날린 타구는 모두 빠르고 강했다. 데뷔 시즌부터 큰 기대를 모으는 이유가 확실했다.
고명준의 방망이는 살아있었다. 7회에도 중전안타를 보태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SSG의 첫 연습경기(9일 사직 롯데전)에서 4타수 4안타를 기록한 성공체험의 기운을 시범경기까지 이어왔다. 2-1로 앞선 8회말 신용수의 느린 땅볼 타구에 악송구를 범하며 2-3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했지만, 이 또한 성장을 위한 밑거름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날만큼은 나승엽의 수비 모습을 여러 차례 볼 수 있었다. 5차례 뜬공을 안정적으로 잡아냈고, 3회에는 추신수의 적시타 때 정확한 홈 송구로 1루서 홈으로 파고들던 김강민을 잡아냈다. 2루수의 글러브를 맞고 굴절된 쉽지 않은 타구임에도 침착하게 대처한 장면이 돋보였다. 허 감독은 “아직 나승엽의 수비를 평가하기에는 이르다”고 했지만, 감각을 끌어올린 것은 분명한 수확이었다.
SSG 김원형 감독과 허 감독은 이들이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어떤 변화도 주지 않고 끝까지 뛰게 했다. 고명준은 3타수 2안타 1득점, 나승엽은 3타수 1안타 1볼넷으로 경기를 마쳤다. 3-2 롯데의 승리로 팀의 명암은 갈렸지만, 프로 적응에 한창인 이들은 눈도장을 찍기에 부족함이 없는 활약으로 보는 이들을 즐겁게 했다.
사직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