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동아 창간특집②] 현장야구? 프런트야구? 대표이사들이 말하는 하모니 야구

입력 2021-03-24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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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10개 구단이 지향하는 목표는 한결 같다. 팬 만족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친다. 각 구단 대표이사들의 역할도 여기에 초점이 맞춰진다. 이를 위해 현장과 프런트의 조화에도 각별한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 스포츠동아DB

야구단에 큰 관심이 없는 분들이 2~3년 머물고 떠나는 자리. 십수 년 전까지만 해도 프로야구단 대표이사를 향한 인식은 딱 이 정도였다. 관심은 ‘불통의 개입’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지금은 다르다. 모기업 오너십의 핵심 인재들이 야구단을 이끄는 풍경이 결코 낯설지 않다. 야구단을 대중에게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대표이사의 선택은 개입이 아닌 명확한 방향 설정이다.

최근 KBO리그에선 현장과 프런트의 역할 설정을 두고 갈등의 목소리가 잦다. 스포츠동아는 창간 13주년을 맞아 각 구단 대표이사들에게 본인들의 역할 설정, 그리고 혹시 모를 갈등에 대처하는 매뉴얼에 대해 물었다.

마에스트로·코디네이터·섬기는 리더

대외적으로는 KBO리그 소속구단의 대표이사로 역할이 같다. 하지만 구단 내부업무의 범위는 천차만별일 터. 각자의 역할에 대한 정의를 부탁했다. 이석환 롯데 대표는 ‘마에스트로’를 언급했다. 이 대표는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마에스트로는 하나의 악단을 구성하는 각각의 여러 악기들이 그 개성을 잃지 않고 아름다운 화음을 내도록 조절한다. 개성을 존중하며 동시에 하나의 팀을 향해 가는 게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박찬혁 한화 대표는 ‘코디네이팅’을 강조했다. 박 대표는 “상호 이질적인 각각의 전문 분야에 대해 일정 수준 이상의 이해도를 바탕으로 하나의 실로 꿰어내는, 코디네이팅 역할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허홍 키움 대표는 ‘투명함’을 강조했다. 허 대표는 “야구단 대표이사의 의사결정은 합리적이고 투명해야 한다. 적재적소에 인력을 배치하고, 효율적 업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경삼 SSG 대표는 ‘책임지는 자리’로 정의했다. 민 대표는 “각 파트 구성원들이 자주적이고 주체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동기와 권한부여(empowerment)가 대표의 역할이다. 그에 따른 결과는 대표가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풍 두산 대표 역시 “권한은 나누고 책임은 무한한 자리”라며 오히려 “현장의 감독과 프런트의 단장을 보좌하는 역할”로 자신의 직책을 정의했다.

선원의 갈등, 선장의 역할 설정

프런트와 현장은 한 배를 탄 선원인 동시에 두 명의 키잡이다. 그들의 의견이 엇갈릴 때는 선장의 결정이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대다수의 대표이사들이 ‘선수단은 선수단’, ‘프런트는 프런트’라며 명확한 선을 그었다. 서로 합의된 지점에서 힘은 합치되, 일정 수준 이상을 넘는다면 개입이라는 의미다.

원기찬 삼성 대표는 “야구단 대표이사가 종목 자체를 잘 알고 취임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나 역시 그렇다. 경기는 덕아웃 멤버들이 잘하면 된다. 구단 실무는 단장을 필두로 한 프런트가 담당한다”며 “대표이사는 야구단 전체가 나아갈 기본 방향을 잘 설정해주는 역할”이라고 정의했다. 박찬혁 한화 대표는 대표이사의 선수단 내부 개입을 철저히 경계했다. 박 대표는 “선수 출신 단장이 많아졌다. 선수단 전력과 운영에서 전문성을 발휘하도록 환경을 조성해 맡기는 추세”라며 “그 과정에서 대표가 내부 전문영역에 개인적 식견으로 개입하는 건 위험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규홍 LG 대표는 야구단 너머 리그 전체 산업을 언급했다. 이 대표는 “내부적으로는 선수단이 최상의 인프라 속에서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하도록 고민하는 자리다. 궁극적으로는 KBO 이사회 일원으로서 프로야구 발전을 위해 막중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석환 롯데 대표 역시 “한국야구 발전에 기여하고 이에 따른 책임과 사명감이 요구되는 자리”라고 덧붙였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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