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왕눈이’에 울컥했던 LG 베테랑 투수, 올해 키워드는 ‘개근’

입력 2021-03-25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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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정찬헌. 스포츠동아DB

스스로는 ‘툭 건드리면 터질 것 같은 시기’로 회상한다. 표정부터 어두웠고, 목표는 소박하게도 ‘그저 잘 걷는 것’이었다. 트레이닝 파트는 밤을 새워가며 각종 논문을 탐독해 어떻게든 밝은 표정을 되찾아주기 위해 노력했다. ‘선발투수’ 정찬헌(31·LG 트윈스)은 그렇게 완성됐다. 올해 테마는 단 하나, 건강한 개근이다.

LG의 올 시즌 개막 로테이션은 4자리가 확정적이다. 케이시 켈리~앤드류 수아레즈의 외인 원투펀치에 이민호와 정찬헌이 뒤를 받친다. 10승 투수 임찬규의 개막 로테이션 진입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김윤식, 남호, 배재준, 이상영 등 후보군이 5선발 카드로 거론되고 있다. 임찬규가 제 컨디션을 찾을 때까지 이들의 어깨가 무겁다.

정찬헌과 이민호에게는 낯선 도전이다. 지난해에는 둘이 짝을 지어 한 자리를 맡았다. 이른바 ‘10일 로테이션’이었다. 둘 모두 선발이 처음이었기에 꺼내든 고육지책이었다. 정찬헌은 19경기에서 7승4패, 평균자책점(ERA) 3.51로 활약했고, 고졸신인 이민호는 20경기에서 4승4패, ERA 3.69로 버텨줬다. 올해는 각자 한 자리를 맡아야 한다. 정찬헌은 “지난해 이맘때와 달리 올해는 어떤 자리에서 뛸지 알고 있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편했다”며 “우리 팀의 불펜은 확실하다. 내가 봐도 관건은 선발이다. (이)민호와 내가 잘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컨디션은 확실히 끌어올리고 있다. 동료들의 조언도 힘이 된다. 19일 KIA 타이거즈와 2군 연습경기에서 최고 구속 138㎞을 기록했는데, 켈리가 “시즌 때 더 오를 테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말라”고 한 데서 자신감을 얻었다. 정찬헌도 실전이 많아질수록 컨디션이 오를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2016년과 2019년 황색인대 골화증으로 2차례 경추수술을 받았다. 2차례의 허리수술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정찬헌은 당시를 두고 “툭 건드리면 터질 것 같았다. 건강히 걷는 게 첫 목표였다”고 떠올렸다. ‘일곱 번 넘어져도 일어나라’는 노랫말의 ‘개구리 왕눈이’를 듣고 힘을 얻을 정도였다.

올해 키워드는 건강한 개근이다. 정찬헌은 “건강만 하다면 한 경기 못해도 다음, 그 다음이 있다”며 “올해는 주 1회 등판이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지금 LG 마운드에 건강한 정찬헌은 더할 나위 없는 천군만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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