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워진 등만큼 굳어진 각오…KT 코어 유망주, 새 옷 입었다

입력 2021-03-29 10: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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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윤준혁(68번)과 김건형(0번)은 스프링캠프까지만 해도 세 자릿수 등번호를 달았다. 하지만 캠프와 시범경기 내내 가능성을 인정받았고, 두 자릿수 등번호로 ‘승진‘하는 영광을 누렸다. 가벼워진 등만큼 책임은 무거워졌다는 이들이다. 수원 |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등번호는 단순히 숫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대부분의 선수는 1번부터 99번까지 한두 자릿수 번호를 고른다. 자연히 세 자릿수 등번호는 육성선수나 퓨처스(2군) 선수들의 전유물이다. 육성선수 아닌 등록선수였음에도 세 자릿수 등번호를 달았던 KT 위즈 코어 유망주 김건형(25)과 윤준혁(20)에게 등번호 교체가 큰 의미를 지닌 이유다.

신인 김건형과 2년차 윤준혁은 2월 1일 기장 스프링캠프부터 시범경기까지 쭉 1군에 살아남아 있다. 연습경기 기간 각자 초점을 맞춘 부분에서 성과가 있었다. 김건형은 타율 0.333(21타수 7안타), OPS(출루율+장타율) 0.884를 기록했다. 안타 7개 중 2루타가 4개였으니 중장거리 타자로서 가능성을 보였다. 윤준혁은 연습경기 기간 타율 0.250(12타수 3안타), OPS 0.724를 기록했다. 지난해 2군 주전으로 뛰며 수비와 장타력은 검증받았으나, 높은 삼진율이 문제였다. 연습경기 기간 2개의 삼진에 그치며 인플레이타구를 자주 생산했다.

시범경기 중간, 이들에게 깜짝 선물이 날아들었다. KT는 세 자릿수 등번호였던 김건형과 윤준혁의 등번호를 바꿨다. 올해 1군에서 쓰임새가 확실히 있을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했다. 105번을 달던 김건형은 0번, 102번을 달던 윤준혁은 68번을 택했다.

지난해 2군에서 내내 달던 번호와 작별한 윤준혁은 “아직도 102번이 내 번호인 것 같다. 너무 좋아서 실감이 안 난다”며 웃었다. 김건형 역시 “번호를 생각 안 하고 야구를 했지만, 막상 유니폼 입을 때마다 기분이 좋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김건형은 ‘KT 하면 생각나는 선수’ 0순위로 꼽히기 위해 0번을 택했다는 이유도 덧붙였다.

스프링캠프부터 시범경기까지 함께 하는 건 이들의 커리어에 중요한 변곡점이다. 김건형은 “적응을 하며 날이 지날수록 자신감이 더 생긴다”고 말했다. 윤준혁 역시 “캠프 초기에는 어떻게든 잘 보이려고만 급급했다. 하지만 이젠 부담을 내려놓고 내 것만 하고 있는 것 같다. 특히 타격에 대해서 조언을 많이 해준 (배)정대 형에게 정말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KT는 이강철 감독 부임 이후 차츰 ‘뎁스’를 쌓아갔다. 2년 전이었다면 개막 엔트리 진입이 충분했을 테지만, 지금 KT 뎁스에서는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과정일 뿐, 구단이 기대하는 코어 유망주라는 점에서 이들의 쓰임새는 분명하다. 등번호 교체도 그 증거다. 김건형은 “대타로 나갈 때 집중력과 타이밍, 적응력 등을 보완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윤준혁도 “지난해 힘에 대한 칭찬을 많이 들었다. 150m를 넘긴다고 2점 홈런이 아니다. 담장만 넘기면 된다는 마음으로 콘택트에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벼워진 등, 굳건해진 책임감과 각오. KT 유망주들은 올 봄, 이렇게 한 뼘씩 더 자랐다.

수원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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