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울며 쫓아올 것” vs “야구도 유통도 한판 붙자”

입력 2021-03-31 17: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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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라이벌’ 롯데와 신세계의 치열한 경쟁 구도가 야구판으로 확대되고 있다. 3일 롯데자이언츠와 SSG랜더스의 KBO리그 개막전 ‘유통 더비’를 앞두고 기싸움이 한창이다. 개인 인스타그램을 통해 직접 99번 등번호가 달린 SSG랜더스 유니폼을 착용하고 공개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왼쪽)과 2015년 부산 사직구단을 찾아 롯데자이언츠 선수들을 격려하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용진 부회장 인스타그램 캡처, 사진제공 l 롯데

신세계 vs 롯데, ‘유통 더비’ 치열한 신경전
정용진 도발적 발언에 롯데 맞수
양사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공식화
야구 개막전 겨냥 마케팅 경쟁 활활
“롯데는 갖고 있는 가치를 본업에 연결하지 못하는 것 같다. 우리는 (본업과) 연결할 것이다. 걔네(롯데)는 울며 겨자 먹기로 우리를 쫓아와야 할 것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30일 음성 기반 SNS 클럽하우스에서 라이벌 롯데를 향해 도발적인 발언을 던지자, 같은 날 롯데쇼핑이 롯데마트 창립 23주년 할인 행사를 알리면서 “야구도 유통도 한판 붙자”고 맞받아쳤다.

이렇듯 ‘유통 맞수’ 롯데와 신세계가 3일 롯데자이언츠와 SSG랜더스의 KBO리그 개막전 ‘유통 더비’를 앞두고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롯데는 부산을 연고지로 둔 프로야구단 롯데자이언츠를 운영하고 있다. 신세계는 SK와이번스를 전격 인수하며 3월 30일 인천을 연고지로 한 SSG랜더스를 창단했다. 20세기 롯데자이언츠와 해태타이거즈의 ‘영호남 제과 더비’에 이은 21세기 ‘신흥 유통 더비’라는 평가와 함께 양측 연고지가 대한민국 1, 2 항구도시인 부산과 인천이라 더욱 관심을 끈다.

치열한 라이벌 구도, 야구판으로 확장
그간 양사는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복합쇼핑몰 등을 운영하며 ‘유통 라이벌’로 자리매김해왔다. 최근에는 미래 생존 여부가 달린 온라인 쇼핑 시장의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경쟁 중이다. 신세계는 SSG닷컴을 기반으로 네이버와 협력 체계를 구축했고, 롯데는 중고나라 인수 거래에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하고 롯데온 신임 대표에 나영호 이베이코리아 전략기획본부장을 영입하는 등 디지털 역량을 키우고 있다.

여기에 양사 모두 최근 정기주주 총회를 통해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공식화하며 외나무다리 승부가 점쳐지는 상황이다. 이커머스 3위인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 어느 쪽이라도 단숨에 네이버, 쿠팡과 함께 3강 구도를 형성할 수 있어 누가 승자가 될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런 양사의 치열한 경쟁 구도가 이제는 야구판까지 확대되는 모습이다. 자존심을 건 라이벌전인 만큼 단순 야구단에 머무는 게 아닌, 그룹 차원에서의 전략이 야구장으로 정조준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롯데는 1월 이대호와 2년 계약을 연장하면서 이례적으로 “신동빈 회장님이 야구를 좋아하시고 그룹 차원에서 강력한 지원이 있었다”고 밝혔다. 또 롯데홈쇼핑을 통해 야구단 연계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3월 모바일 TV를 통해 롯데자이언츠 정규시즌 입장권을 최대 25% 할인가에 판매했고, 2월에는 구단 청백전을 생중계해 누적 접속자 12만 명을 모았다. 향후 유니폼, 야구용품 등 야구단 굿즈(기념품)도 단독 판매할 예정이다.

신세계는 SSG랜더스에 사업 담당을 신설해 이종훈 SSG닷컴 마케팅 담당에게 맡기는 등 그룹 내 유통 채널을 통한 야구 마케팅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신세계푸드는 추신수 관련 식품 출시를 위해 ‘추추바’, ‘추추빵빵’ 등의 상표권을 출원했으며 신세계L&B는 야구장 마케팅을 겨냥한 해외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의 수제맥주 사업을 추진 중이다.

3일 개막전 겨냥…대형마트 장외 경쟁

공교롭게도 롯데자이언츠와 SSG랜더스는 3일 오후 2시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리는 KBO리그 개막전에서 맞붙는다. 기선제압 차원에서라도 양사 모두 개막전 승리를 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개막전 승리를 염원하며 이번엔 양사 대형마트가 나서 역대급 규모의 할인 행사로 뜨거운 장외 경쟁을 펼치고 있다. 롯데마트는 1일 창립 23주년을 맞아 4월 한 달간 대규모 할인 행사를 연다. 특히 3일 KBO리그 개막을 기념해 야구단 이름을 활용한 ‘자이언트 행사’를 진행한다. 자이언트 크기의 대용량 상품을 사전 기획해 50% 할인 판매한다. 롯데마트가 야구단과 연계한 마케팅 행사를 기획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상진 롯데마트 마케팅부문장은 “롯데자이언츠 개막 경기와 창립 행사가 맞물려 역대급 행사를 준비했다”고 했다.

이마트도 1~4일 상반기 최대 할인 행사인 ‘랜더스데이’를 연다. ‘4일 간의 대한민국 할인 상륙작전’이라는 주제로 1+1, 초특가 상품, 50% 할인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이마트 측은 “3일 KBO리그 개막전과 연계한 할인 행사를 기획 중”이라며 “이번 행사를 기점으로 랜더스 할인 행사를 정례화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했다.

정정욱 기자 jja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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