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판 치는 안방극장, 무자극 ‘나빌레라’ 감동

입력 2021-04-01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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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흔에 발레를 시작한 할아버지 박인환(왼쪽)과 스물셋 꿈 앞에 방황하는 발레리노의 이야기를 잔잔하게 담아낸 tvN ‘나빌레라’. 사진은 드라마의 한 장면. 사진제공|tvN

데뷔 56년차 박인환의 발레 도전기
웹툰 섬세한 감성, 생동감있게 전달
‘막장’ 코드가 넘쳐나는 방송가에 과감하게 ‘무(無) 자극’을 내건 드라마가 있다. 22일부터 방송을 시작한 tvN ‘나빌레라’이다. 안방극장에서는 다소 생소한 발레를 소재로 꿈과 희망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청춘스타들을 내세운 다른 작품들과 달리 올해 데뷔 56년차 배우 박인환(76)을 당당히 주인공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시청률은 아직 3%대(닐슨코리아)에 머물지만, 따뜻한 감성을 뚝심 있게 쌓아올리며 시청자 사이에 점차 입소문이 나고 있다.

드라마는 70대에 발레의 꿈을 찾은 노인과, 방황하는 20대 발레리노의 성장기인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했다. 2016년부터 1년여 동안 연재된 웹툰은 8800만 조회수로 큰 인기를 모았다. ‘나빌레라’는 웹툰의 섬세한 감성을 잘 살려 생동감을 불어넣으며 원작 팬들로부터 “만족스러운 실사화”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그 중심에 발레리노 송강의 매니저 겸 제자인 박인환이 있다. 뻣뻣한 몸에도 발레를 배우는 매 순간 설레어 하는 표정이 압권으로 꼽힌다. 그동안 주인공의 아버지나 할아버지 등 주변 캐릭터에 머물다 “데뷔 이후 처음으로 미니시리즈 주연”을 맡아 뒤늦게 도전의 꽃을 피우는 주인공과 닮아 화제다.

“이 나이에 발레는 진짜 도전”이라며 매 수업을 영상으로 찍어 틈틈이 반복할 만큼 열정을 다 한 덕분에 자연스러운 장면도 탄생시켰다. 발레 선생으로 출연하는 송강을 보려다 박인환에 ‘입덕’했다는 시청자 반응도 줄을 잇는다.

시청자에게 아직 낯선 발레 이야기를 담기 위한 제작진의 노력도 돋보인다. 국립발레단 출신 발레리노 유회웅 안무가가 참여해 관련 장면을 완성했다. 그는 박인환 등 출연자들도 직접 가르쳤다. 그는 29일 “발레의 아름다움과 남성 무용수들의 포인트 안무가 돋보일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발레의 바탕이 되는 음악도 빼놓을 수 없다. 시청자에게 낯익은 ‘백조의 호수’ ‘돈키호테’ ‘파키타’ 등이다. 임하영 음악감독은 “꿈과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일깨우도록 하되 감동을 강요하지 않으려 했다”면서 “기존 음악뿐 아니라 짧은 창작 발레곡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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